식품전반

[기고] 발효식품, 새로운 영역 살펴야

곡산 2024. 10. 16. 21:20
[기고] 발효식품, 새로운 영역 살펴야
  •  신동화 명예교수
  •  승인 2024.10.15 07:47

발효식품 종주국…프로바이오틱 분야에서도 세계 선두 주자 되길
신동화 전북대학교 명예교수
△신동화 전북대학교 명예교수
 

최근 발효식품 그 자체와 함께 관련 미생물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고 있다. 인류 역사와 함께한 최초의 가공된 식품인 발효식품은 오랫동안 독특한 맛과 향으로 우리 식탁을 풍요롭게 한 중요한 식품이었다.

최초 미소동물로부터 발효가 미생물에 의해서 일어난다는 사실을 안 것은 겨우 18세기였고 그 이후 발효식품에 관한 과학적인 연구는 꾸준히 진행되었다.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없었던 원시적인 생명체의 조상인 미생물을 더 자세히 알게 되면서 많은 질병의 원인이 미아즈마(독기)가 아니라 미생물임을 알게 되었고 발효의 원인도 더 과학적으로 밝혀지게 되었다.

발효는 특정한 미생물의 작용에 의해서 일어나는 독특한 작용으로, 농‧축‧수산물에 미생물이 작용하여 기질 물질을 분해하거나 분해 산물을 다시 합성하여 완전히 새로운 물질을 창출하는 과정이다.

범세계적으로 발효식품 시장은 계속 성장하고 있으며 발효식품(음료 포함) 세계시장 규모는 5750억 불에서 2032년에는 9890억 불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Beverage Daily, 2024).

발효식품은 그 범위가 넓으며 특히 서양에서 시작된 우유를 기질로 한 요구르트가 인간에게 유익한 작용을 한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그 효능이 확대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발효 우유, 대표적인 요구르트를 많이 먹는 민족이 건강하게 장수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으며 메치니코프는 요구르트와 관련된 면역이론으로 노벨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발효식품은 그 자체로서의 가치와 함께 발효에 관여하는 미생물들이 기능성을 갖는 것으로 알려져 이제는 마이크로비옴(microbiome), 좁혀서 probiotic(장내 유용미생물)으로 분류되며 최근 각광받는 영역으로 자리를 굳혔다.

프로바이오틱은 장내에서 공생하면서 인체에 여러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수적인 면에서 인체 체세포수보다 10배가 많으며 이들이 갖고 있는 유전자 수는 인체 유전자의 150배에 이른다. 이런 수적 우세와 다양한 기능으로 장내에서 인체 세포와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공생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근래 확인되는 여러 현상은 장내미생물을 제외하고 우리 건강을 가늠할 수 없게 되었다.

현재 과학계에서 등록된 세균은 2천 내외 속과 근 1만여 종이 알려졌으며 strain까지는 헤아리기 어렵다. 이런 생명체의 집합 속에 프로바이오틱이 한 분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체계적으로 이용되고 있는 프로바이오틱은 락토바실러스, 비피도박테리움 등 12속이 거론되고 있으며 국내는 법적으로 5속, 20종이 허용되어 이용할 수 있다.

이들 허용된 균종을 이용하여 다양한 상품들이 나오고 있으며 소비자의 건강개선에 도움을 주고 있다. 또 허용된 프로바이오틱을 이용한 제품들은 모두가 발효식품과 연관되어 있고 발효식품을 섭취할 때 장내에 들어가 유익한 역할을 하고 있다.

발효식품은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알려진 종주국이며 우리 식단은 예로부터 발효식품을 빼고는 성립될 수가 없다. 서양의 요구르트와 발효 치즈보다도 앞선 것이 우리의 장류이며 대표 발효식품인 김치 등 발효채소류는 우리 일상식이 되었다. 세계적으로 발효식품을 일상적으로 많이 먹는 민족은 장수와 연관된다는 것이 정설화되었으며 우리나라 사람의 수명연장 현상도 우리 발효식품 섭취량과 무관치 않다. 서양의 경우 락토바실러스와 비티도박테리움 등이 주를 이루나 우리의 경우 바실루스와 락토바실러스가 주류를 이루는 것이 조금 다를 뿐이다.

발효식품의 기능성은 크게 미생물에 의한 것(Probiotic), 미생물이 만들어낸 산물(Postbiotic), 그리고 이들 미생물의 먹이가 되는 물질들(Prebiotic)으로 구분되고 있으며 3가지 기능이 우리 장 내에서 조화를 이루면서 건강에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지금까지 프로바이오틱에 대한 기능성은 비타민, 아미노산의 생성, 고혈압과 심혈관 질환의 억제, 비만 억제 등에 관여하고 있으며 항 당뇨 작용도 관련 논문이 발표되고 있다. 발효식품의 중요한 기능은 프로바이오틱의 공급원이면서 이들이 먹고 증식할 수 있는 먹이인 프리바이오틱을 동시에 공급한다는 것이다. 프리바이오틱으로는 식이섬유와 함께 비소화성 다당류, 그리고 일부 단백질원이 관계되는데 우리 대표적인 발효식품에는 이들 성분이 고루 함유되어 있다.

앞으로 전망이 밝은 이 분야 발전을 위하여 프로바이오틱으로 이용될 수 있는 균종의 발굴, 이용 확대, 프로바이오틱을 이용한 발효식품의 개발 촉진, 이들 제품을 순수 미생물 차원을 넘어 프로바이오틱을 주 원인균으로 한 발효식품에 관심을 두어야 한다.

발효음료, 일상식에 프로바이오틱 첨가, 아이스크림, 차별화된 복합 음료의 개발이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 앞으로 발효식품의 부정적 요인(예: (myotoxin 등)들도 관리할 수 있는 연구가 계속되어야 한다.

발효식품의 종주국, 우리나라가 프로바이오틱 이용 분야에서도 기존기술과 함께 분자생물학을 활용한 신 균주 발굴 등 새로운 영역으로 진출하여 세계 선두주자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