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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28주년 특집 Ⅲ] 코로나19와 식품산업 패러다임 대전환

곡산 2024. 10. 2. 22:13
[창간 28주년 특집 Ⅲ] 코로나19와 식품산업 패러다임 대전환
  •  이재현 기자
  •  승인 2024.10.02 07:55

건강·친환경에 집밥 트렌드…간편조리세트·소스 부상
HMR·레스토랑 간편식 인기…유통업계 PB 상품 도전
온라인 식품 구입 두 자릿수 급증…올해 50조 원 눈앞
 

코로나19 팬데믹은 식품산업 전반에 걸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전염병에 따른 공급망 중단으로 원료난이 가중됐으며, 여러 국가에서 시행된 봉쇄 조치는 원료 수입국들에게 큰 피해를 가져왔다. 각 국의 이러한 조치는 설탕, 밀가루, 옥수수, 대두 등 대부분 원료 가격 폭등으로 이어져 식품·외식업계에서도 힘든 시기를 겪어야 했다.

 

소비 일상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 여파로 실내에서 머무르는 ‘집콕’ 생활이 일상으로 자리 잡으면서 ‘홈술’ ‘혼밥’ 등 집에서 혼자서도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식품이 인기를 끌었다. 소비 경향도 달라졌다. 맛과 품질을 중시하던 기존 소비 패턴과 달리 가격을 중시하게 됐고, 온라인을 통한 식품 구입이 전 연령층에 걸쳐 증가하고 있다.

 

무엇보다 감염 공포로 인한 ‘건강’ ‘친환경’의 키워드가 식품시장의 화두로 떠올랐는데, 식품에도 면역력 향상, 마이크로바이옴 등 건강 키워드가 빠르게 자리 잡았다. 또 환경오염·동물복지 등 사회 및 환경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 증가로 식물성 단백질 등 대체식품 시장이 성장했다.

 

반면 외식 소비는 점차 줄고 있다. 코로나 종식에도 소비자들의 외식소비는 회의적이어서 외식업계는 유명 세프 및 레스토랑의 메뉴를 본떠 만든 RMR(Restaurant Meal Replacement, 레스토랑 간편식) 사업을 확대하는 추세다.

 

식품업계는 비록 코로나19 팬데믹이 소비자 행동을 변화시키고 공급망을 혼란에 빠뜨리는 등 경영 위기를 촉발하기는 했으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구현하면서 탄력성과 적응성을 보여줬다. 엔데믹 시대를 연 2024년 식품산업은 성장과 혁신의 기회에 직면해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창간 28주년 특집을 맞아 코로나19 이후 변화된 식품산업의 트렌드를 살펴보고, 이 안에서 식품업계가 어떠한 경영전략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헬시플레저, 지속가능, ESG 현상 뚜렷 ‘헬스 앤 웰니스’

“코로나 팬데믹 동안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저당‧제로슈거 및 단백질과 칼슘 등이 함유된 제품을 찾거나 기후 위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속 가능한 소비에 대한 인식이 강화되는 등 소비자들의 요구사항이 다양해지고 있다.” 국내 식품 관련 학과 한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소비 행태 변화에 대해 이렇게 분석했다.

 

코로나19를 거치며 소비 측면에서 가장 주목 받는 트렌드는 맛과 건강을 함께 챙기는 ‘헬시플레저(healthy pleasure)’다. 업계에서는 탄산음료·소주·젤리·아이스크림·스낵 등 다양한 식품군에서 설탕을 줄이거나 뺀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제로’ 열풍은 어느새‘광풍’이 되고 있다. 주류, 음료 등을 중심으로 시작한 제로의 작은 날개짓은 제과, 아이스크림 등까지 확산된 지 오래다. 사진은 왼쪽부터 롯데칠성음료가 소주 시장에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게 한 ‘처음처럼 새로’, 빙그레의 ‘더위사냥 제로 디카페인 커피’ ‘생귤탱귤 제로 감귤’, 국내 빙과업계 최초로 출시된 롯데웰푸드의 제로 칼로리 아이스크림 ‘죠스바 0kcal’ ‘스크류바 0kcal’ ‘수박바 0kcal’ (사진=각 사)

 

제로’ 열풍은 어느새 ‘광풍’이 되고 있다. 주류, 음료 등을 중심으로 시작한 제로의 작은 날개짓은 제과, 아이스크림 등까지 확산된 지 오래다.

관세청에 따르면 사탕수수당(원당) 수입액은 작년 157만9000톤으로 전년(183만4800톤) 대비 14.9% 감소했다. 반면 인공감미료의 하나인 에리스리톨의 경우 작년 수입량이 5291톤으로 전년과 비교해 20.8% 증가했으며, 수크랄로스도 27.8% 증가한 308톤이 수입됐다.

 

이는 평소 즐기던 식음료를 제로칼로리로 즐기길 선호하는 ‘제로슈머’의 영향이 크다. 칼로리와 당 함량에 민감한 1030 여성층을 비롯한 MZ세대가 이 그룹에 속한다.

 

이들의 영향력은 가히 막강하다. 롯데칠성음료가 소주 시장에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게 한 ‘처음처럼 새로’가 대표 사례인데, 이 제품은 과당 대신 스테비아와 에리스톨을 사용해 칼로리를 약 25% 낮췄다. 2022년 9월 출시 이후 작년까지 누적 170억 원 매출을 달성하며 소주 시장에 제로 열풍을 몰고 왔다.

 

이 열기는 빙과류까지 섭렵했다. 롯데웰푸드는 지난 4월 국내 빙과업계 최초로 제로 칼로리 아이스크림 ‘죠스바 0kcal’ ‘스크류바 0kcal’ 2종을 출시했다. 출시 1개월 만에 약 720만 개가 팔렸다. 7월 초 현재 2000만개를 돌파했다.

빙그레도 ‘더위사냥 제로 디카페인 커피’ ‘생귤탱귤 제로 감귤’ 2종을 당류 0g의 제로칼로리 제품을 전면에 내세웠다.

더위사냥 제로 디카페인 커피는 일반 커피가 아닌 디카페인 커피를 사용해 카페인 부담을 줄였으며, 생귤탱귤 제로 감귤은 당 함량뿐 아니라 열량까지 0kcal로 설계해 제로 슈거와 제로 칼로리를 모두 구현했다.

 

‘논알코올’(알코올이 전혀 없는 ‘무알코올’+1% 미만이 함유된 ‘비알코올’) 맥주도 눈에 띈다. 편의점·마트에서만 판매할 수 있었던 논알코올 음료가 ‘주류면허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라 음식점에서도 판매가 가능해지면서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논알코올 맥주 시장은 2014년 81억 원에서 2021년 200억 원 규모로 크게 확대되더니 내년에는 2000억 원대의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제로 열풍은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트렌드다. K-푸드가 전 세계 확산되며 업체들도 글로벌 소비자 니즈에 부합하는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지속적인 연구 개발에 한창”이라며 “헬시플레저 트렌드가 앞으로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각 기업들도 빠르게 소비자 니즈를 파악해 보다 다양한 품목으로 제로를 확산시키는 노력이 경쟁 우위를 선점하는 승부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헬시 플레저, 저당·단백질 식품 관심…음료·제과 등 확산
부산물 활용하는 업사이클링 식품 성장…생분해 포장도
푸드테크·대체식품 성장세…유제품-육류-배양식품 순

 

또 다른 변화는 ESG 경영이다. 모든 식품기업에 있어 ESG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식품업계에서는 특히 ‘환경적 가치’에 주목하는 활동이 주를 이루고 있다. 민텔에 따르면 작년 윤리적 및 환경적 사항을 준수한 전 세계 식음료 출시율은 33%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 10%가량 증가했다.

이중에서도 업계는 업사이클링 푸드에 주목하고 있다. 식품 제조공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다른 유형의 식품으로 재창조함으로써 식량난 해소에 일조하고 음식물 쓰레기를 줄여 환경 보전에도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연간 전 세계에서 버려지는 식량은 식품 생산량의 30%를 넘는 것 으로 추산했고,이는 식량자원의 낭비뿐만 아니라 처리 과정에서의 환경오염 문제 등을 야기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글로벌시장 조사기관 마켓 인사이트에 따르면 2022년 전 세계 업사이클링 푸드 시장규모는 약 530억 달러이고, 오는 2032년까지 연평균 4.6% 성장해 약 830억 달러로 성장을 전망햇따.

△식품업계에서는 ‘환경적 가치’에 주목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즉석밥과 두부 제조 시 나오는 부산물(못난이 쌀, 콩비지)을 사용한 스낵을 출시했고, 롯데웰푸드는 재활용 플라스틱이 포함된 용기를 사용한 유제품 제품을 출시했다. (사진=각 사)

 

CJ제일제당은 즉석밥과 두부 제조 시 나오는 부산물(못난이 쌀, 콩비지)을 사용한 스낵을 출시했고, 리하베스트는 맥주와 식혜 제조 후 남은 부산물을 재활용해 제과·제빵에 사용하는 식품 원료로 생산하고 있다.

친환경 식품 포장도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친환경 소비에 대한 관심 증가로 식품업계에서도 친환경 소재의 포장재를 적용하며 지속가능한 환경 구축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Grand View Research에 따르면 2022년 친환경 포장 시장규모는 3067억 달러 수준으로, 2030년까지 연평균 6.5%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글로벌 식품기업 네슬레는 2025년까지 자사 식품 포장재를 100% 재활용 및 재사용이 가능하도록 하고, 플라스틱 사용량을 3분의 1 수준으로 감축하겠다고 발표했으며, 프랑스 생수 브랜드 에비앙도 100% 재활용되는 병만 사용해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는데 앞장서겠다고 선언했다.

코카콜라 역시 전 세계적으로 자사 제품 포장재를 100% 재활용 가능하게 만들고 2033년까지 포장재에 최소 50%의 재활용 소재를 사용하겠다고 공언했다.

 

국내에서도 식품 포장재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경각심이 증가하는 추세다. CJ제일제당은 친환경 플라스틱 소재인 PHA(polyhydroxyalkanoate) 연구를 가장 활발히 진행하는 기업 중 하나로, 수년 내 PHA 연간 생산규모를 6만5000톤으로 늘려 상용화할 계획을 발표했다.

또 롯데웰푸드는 제과류에 들어가던 플라스틱 재질의 완충재와 용기를 종이로 변경해 연간 약 600톤의 플라스틱 사용량들 저감했고,수성잉크를 사용하는 플텍소 인쇄 방식클 도입해 식품 포장 시 오염물질 배출들 최소화하고 있다.

신세계푸드 역시 자연 분해되는 포장재를 개발해 생분해 친환경 아이스 팩을 도입하는 등 친환경 포장재 사용에 앞장서고 있다.

‘헬스 앤 웰니스’ 트렌드 속에서도 가장 큰 변화는 대체식품의 출현이다.

세계 인구증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식량안보 문제, 동물복지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 변화 등으로 동물성단백질을 대체할 식품원료 및 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FAO는 기후변화로 농업, 어업, 축산업 지역이 2100년까지 30% 넘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21세기 말까지 수산자원도 최대 15.5% 감소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에 선진국을 중심으로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대체식품을 비롯해 다양한 친환경 푸드테크 산 업이 각광 받고 있으며,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대체식품 시장 성장은 가속화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은 대체 유제품 시장규모가 가장 크고 식물성 육류, 세포배양식품 순으로 큰 규모를 보이고 있다.

대체유제품의 2022년 전 세계 시장규모는 약 260억 달러로, 식물성 단백질 기반의 대체 유제품 시장 비중이 가장 크다. 최근에는 미생물 발효 및 세포배양 기반 대체 유제품 제조기술이 개발돼 상용화가 진행되고 있다.

식물성 육류 시장은 79억 달러 규모다. 북미·유럽이 시장을 선도하며, 식물성 단백질 조직화 가공 기술이 고도화돼 제품 상용화 수준이 높은 편이다. 세포배양식품은 1억6000만 달러로 집계되며 싱가포르와 미국에서 배양육 제품의 판매를 허가하며 관련 제품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대체식품시장에서 주목하는 이슈는 ‘대체식품의 품질 개선’ ‘제품 다양화’ ‘하이브리드 제품’으로 요약할 수 있다.

기존 식물성 대체식품의 가장 주요한 개선점으로 ‘풍미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최근 식물성 대체식품의 품질을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개발이 진행되고 있으며 맛과 식감을 최대한 육류(동물성 식품)와 유사하게 만든 제품이 출시되는 추세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러한 소비자 요구에 부합하기 위해 대체식품에 다양한 원료를 접목하기 위해 시도하고 있으며 일반적인 대체식품 제조 공정 외 새로운 공정법을 개발하는 추세다. 향후에는 미생물 발효 및 세포배양을 통한 대체식품이 각광받을 것으로 예상되며 식물성 원료, 세포배양, 미생물 발효, 식용곤충 등 현재 대체식품의 유형별 장점을 결합한 제품 출시도 확대될 전망이다.

△‘헬스 앤 웰니스’ 트렌드 속에서도 가장 큰 변화는 대체식품의 출현이다. 사진은 식물성 대체식품인 풀무원의 두유면, 동원F&B의 마이플랜트 캔햄, 롯데웰푸드의 롯데햄 엔네이처 제로미트 제품. (사진=각 사)
 

국내는 대기업을 필두로 자체 제품 개발이 이뤄지고 있으나 아직까지 대중화 수준은 낮은 편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2022년 국내 식물성 식품 시장규모는 약 323억 원 규모다. 이중 식물성 육류 시장은 전년 대비 28.3% 증가한 212억 원으로 집계했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대체식품은 총 16가지 유형이며 두류가공품(265건, 33.3%), 즉석조리식품(133건, 16.7%), 기타가공품(130건, 16.3%) 순이다. 이중 식육 및 식육가공품 대체식품이 가장 많았고(640건, 80.8%), 유제품(73건, 9.2%), 우유(52건, 6.5%), 수산가공품(26건, 3.3%) 등이 뒤를 이었다.

국내 대체식품산업은 생태계 형성 초기단계로, 세계 선도 국가에 비해 기술력 및 시장 활성화 측면에서 최소 4~5년가량 뒤떨어진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대체식품의 법제도를 마련하는 등 2050년까지 식물성 식품, 세포배양식품, 곤충 원료 식품 소비를 15%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목표를 제시하는 등 정부 주도의 대체식품산업 지원 정책 및 다양한 배경으로 국내 대체식품 시장 성장세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대체식품의 규제 마련을 위한 논의가 시작된 2018년 이후 국내 대체식품 생산량은 3년 만에 약 2.6배 이상 증가했고, 국내 주요 식품 대기업의 대체식품 개발이 본격화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대체식품 생산량은 연평균 43.8% 늘었다.

국내는 글로벌 시장과 다르게 식물성 육류 시장이 가장 크다. CJ제일제당, 풀무원, 롯데웰푸드 등 국내 식품대기업은 식물성 육류 브랜드를 출시하고 제품라인을 확장하는 추세다. 국내 배양육 시장은 극초기 단계로, 세계 시장과 비교해 기술 격차가 다소 존재한다. 현재 시리즈A 수준의 스타트업이 배양육 시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국내 대체 우유 시장의 80%는 두유가 점유하고 있으며, 대체 수산물의 경우 풀무원 등 일부 대기업의 해외 대체 수산물 기업 투자나 자체적인 제품 출시 사례가 존재하나 현재 시점에서 시장은 극초기 단계로 평가된다.

 

● 외식보다는 내식…‘집밥’ 트렌드 확산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2년 글로벌 간편조리세트 시장규모는 전년 대비 12.8% 증가한 138억 달러로 집계 되며, 전체시장의 49.9%를 독일의 밀키트 브랜드 헬로 프레시(Hello Fresh)가 점유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며 ‘집에서 조리한 은식’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고

간편조리세트 시장규모도 큰 폭으로 성장했다. 코로나19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던 2020년~2021년에는 집에서도 원하는 메뉴의 재료를 손쉽게 조달해 직접 요리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편리성’과 ‘새로운 경험’에 초점이 맞춰지며 소비가 늘었다.

엔데믹 이후에도 신선한 재료를 사용해 간편하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직접 요리해 먹을 수 있는 간편조리세트의 수요가 지속되며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추세이다.

2022년 국내 간편조리세트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25.4% 증가한 3766억 원으로, 2018년 이후 연평균 81.8%의 높은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외식 수요가 즐며 간편조리세트 시장이 급격히 성장한 것인데, 집에서 간편한 방식으로 조리해먹을 수 있는 간편조리세트는 소비자에게 요리하는 즐거움을 선사하며 새로운 형태의 소비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외식 대비 비교적 저렴한 가격, 간단한 조리방법, 신선한 재료, 편리한 전문 판매점 및 온라인 새벽 배송 등 구매환경 등 다양한 이점을 가져 수요가 증가하며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추세다.

최근에는 유통업계 PB 상품이 각광을 받고 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2년 PB 상품은 국내 간편조리세트 시장의 59.2%를 차지하고 있다.

△집에서 간편한 방식으로 조리해먹을 수 있는 간편조리세트는 소비자에게 요리하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새로운 형태의 소비트렌드로 부상하면서 최근 유통업계 PB 상품이 각광을 받고 있다. (사진=각 사)
 

이마트는 간편조리세트 존을 별도로 마련해 운영하고 있으며 취급 제품 수를 2021년 26개에서 2022년 40개로 늘림. 2022년 1월부터 10월까지 이마트의 간편조리세트 PB 상품인 피코크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했다.

홈플러스도 2022년 매장 내 밀키트존을 별도로 마련하고 제품군을 확대해 매출이 전년 대비 75% 늘었고, GS리테일은 미쉐린가이드 등에 선정된 인지도 높은 세프 및 레스토랑의 음식들 RMR로 출시하는 기업인 캐비아에 약 20억 원을 투자하며 간편조리식품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간편조리세트 시장 성장세와 맞물려 소스시장도 동반성장하고 있다. aT에 따르면 국내 소스류 생산액은 2016년 1조6584억 원에서 2020년 2조296억 원으로 22.4% 증가하더니 작년 3조 원을 넘어섰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소스류는 HMR의 성장과 더불어 부속물로 인기를 얻었다면 최근에는 간편하면서도 맛있는 요리를 위해 소스 자체만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주류 상품으로 등극했다”며 “특히 한식이 전 세계 인기를 끌면서 동일한 맛을 재현하려는 외국인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역할까지 하는 등 소스는 이제 식품업계에서 가장 공을 들이는 품목 중 하나”라고 말했다.

가장 두각을 보이는 것은 삼양식품의 ‘불닭소스’다. 삼양식품의 소스 및 조미소재는 최근 3년 연속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20년 211억 원에서 작년에는 전년 대비 36.6%가 증가한 291억 원을 기록했다. 삼양식품은 앞으로 ‘불닭소스’ 개발에 집중해 1000억 원 브랜드로 확대하겠다는 포부다.

△간편조리세트 시장 성장세와 맞물려 소스시장도 동반성장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백설 덮밥소스’ 브랜드를 론칭 했고, 오뚜기의 가정간편식 브랜드 ‘오즈키친’과 간편 양념 브랜드 ‘오늘밥상’도 성장곡선을 그리고 있다. 샘표 역시 품질과 간편함을 앞세운 중식소스 ‘차오차이’를 론칭했다. (사진=각 사)
 

CJ제일제당은 ‘백설 덮밥소스’ 브랜드를 론칭했다. 백설이 ‘심플쿠킹(Simple Cooking)’ 브랜드로 리뉴얼한 이후 첫 선을 보인 간편식 라인업이다.

세계의 밥상을 콘셉트로 한국은 물론 태국, 인도, 중국의 가정에서 즐겨 먹는 메뉴로 구성돼 기존 덮밥소스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출시 2개월 만에 100만 개 판매를 돌파할 정도로 반응도 좋다. CJ제일제당은 향후 보다 다양한 국가의 이색 메뉴와 면 소스 등 초간편 소스를 지속적으로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오뚜기의 가정간편식 브랜드 ‘오즈키친’과 간편 양념 브랜드 ‘오늘밥상’도 성장곡선을 그리고 있다. 오즈치킨은 냉동치킨, 파우치죽, 냉동볶음밥, 카레, 미트볼 등 다양한 제품군을 갖췄으며, 이중에서도 치킨 라인업은 작년 매출이 전년 대비 70~170%가량 증가했다.

‘오늘밥상’도 2021년부터 연평균 판매량이 10.2% 증가했다. 오늘밥상은 17종을 갖추고 있으며 이중에서도 세계 각국의 커리 라인들이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샘표 역시 품질과 간편함을 앞세운 중식소스 ‘차오차이’를 론칭했다. 미국 뉴욕, 태국 방콕, 중국 상하이, 사천 등에서 사랑받는 중화요리를 집에서도 간편하게 즐기도록 만든 중화미식 브랜드다. 차오차이 연구팀은 세계 각국의 중화미식을 우리 입맛에 구현하기 위해 5년여 간 주요 식재료와 조리법을 연구했다. 차오차이는 향후 연간 1000억 원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최근 글로벌 간편조리세트 시장은 식물성 원재료를 기반으로 한 성장이 예측되고 있다. 특히 유럽 내 완전채식주의 소비자 증가와 클린이팅 트렌드로 유럽의 식물성 간편조리세트 시장은 2033년까지 연평군 10.1%의 높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또 기존 간편조리세트의 유통기한 문제를 보완한 냉동 간편조리세트도 주목받고 있다.

한편 외식 소비가 줄며 경영 위기에 봉착한 외식업계는 유명 레스토랑의 메뉴를 간편조리세트로 구성한 레스토랑간편식(RMR)으로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소비자가 선호하는 유명 레스토랑의 메뉴를 언제 어디서나 맛볼 수 있다는 것이 성장동력이다.

 

● 소비 핵심축으로 떠오른 ‘잘파세대’

코로나19 이후 핵심 소비층으로 부상한 잘파 세대는 Z세대(1990년대 중분~2010년대 초반)와 알파세대(2010년 초반~2020년대 초반)를 합친 신조어로, 디지털 기기에 매우 능숙하고 정보 습득도 빠른 특징을 지닌다.

이들 세대는 시니어 세대 대비 디지털 기술과 소셜 미디어를 적극 활용해 음식 조리 방법 및 식품에 대한 정보를 얻고 있다. 전통적인 광고보다는 자신들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콘텐츠를 더 신뢰한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잘파 세대는 인터넷 정보 검색보다는 SNS 등의 플랫폼에서 식당이나 맛집에 대한 정보를 검색하는 것이 익숙하다.

Z세대는 ‘뚜렷한 취향’이 돋보인다. 자기가 선호하는 대로 결합하는 ‘커스터마이징’ 소비 형태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맞춤형 신메뉴 개발 및 협업 등은 물론 디지털 환경이 익숙한 세대 특성에 맞춰 AI, 숏폼 등을 활용한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핵심 소비층으로 부상한 잘파 세대를 겨냥, 디지털 환경이 익숙한 세대 특성에 맞춰 AI, 숏폼 등을 활용 한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사진은 (오른쪽부터) 코카콜라 크리에이션을 통해 K팝과 팬덤에서 영감을 받아 출시한 ‘코카콜라 제로 한류(K-Wave)’, 1976년에 출시된 시모나와 바밤바를 결합한 빙그레의 ‘시모나 바밤바’. (사진=각 사)
 

오뚜기는 올해 출범 55주년을 맞아 창립제품인 ‘카레’를 앞세워 다양한 F&B 브랜드와 협업을 통해 소비자 접점 확대에 나서고 있는데, 창작의 가치를 알리는 디자인 스토어 ‘오브젝트’와 연계한 체험형 팝업스토어 빵집은 물론 프리미엄 소파 브랜드 에싸(ESSA)와 함께 오뚜기의 시그니처 제품 7종(카레, 케첩, 마요네스, 진라면, 순후추, 양송이스프, 미역)을 가구로 재해석해 눈길을 끌었다.

빙그레는 1976년에 출시된 시모나와 바밤바를 결합한 ‘시모나바밤바’는 물론 투게더와 바나나맛우유 50주년을 기념해 ‘투게더맛우유’를 출시해 SNS에서 화제가 되기도.

또 AR, AI 등 신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색적인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코카콜라는 지난 2월 글로벌 혁신 플랫폼 ‘코카콜라 크리에이션(Coca-Cola® Creations)’을 통해 K팝과 팬덤에서 영감을 받은 ‘코카콜라 제로 한류(K-Wave)’를 출시했다. ‘출시와 함께 다양한 컬래버레이션과 소비자 체험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큰 반향을 이끌어 냈다.

배스킨라빈스는 인공지능(AI) 기술 기반 딥 플레이버 시리즈 ‘오렌지 얼그레이’를 선보였다. 인공지능 핵심 기술인 ‘딥 러닝(Deep Learning, 심층 학습)’에서 이름을 따온 ‘딥 플레이버’ 시리즈의 첫 번째 제품이다.

 

맞춤형 메뉴 개발에 팝업 스토어 등 브랜드 체험 제공
디지털 익숙한 잘파 세대 소비 핵심층…마케팅 변화 초래

 

‘골드 키즈’로 불리는 알파세대의 등장도 주목할 만하다. 전문가들은 알파세대가 향후 10년 내 전체 식품 소비의 3분의 1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25년 세계 알파세대는 약 22억명 이상으로 인류 역사상 인구 대비 비중이 가장 큰 규모의 세대층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세대는 아직까지 경제활동이 없지만 ‘8 Pocket(8개의 주머니)’을 가진 골드 키즈로 불리며 막대한 소비력을 자랑한다. 특히 이들의 부모인 밀레니얼 세대는 과거 기성세대들과는 다르게 자식들의 행복에 아낌 없이 투자하는 경향이 강하다.

식품 소비에 확고한 자기취향을 지닌 알파세대는 자신이 선호하는 제품과 브랜드를 밀레니얼 부모세대에게 명확히 요구하는 성향을 지니고 있다.

모닝 컨설트(Morning Consult)의 보고서에 따르면 알파세대 부모의 최대 30%가 식료품 구매 결정에 있어 자녀를 참여 시킨다고 응답했다. 알파세대의 요구가 실질 구매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알파세대는 자신이 먹는 음식 및 레스토랑에 대한 특정 브랜드 선호도가 뚜렷하다. 어릴 때부터 브랜드를 인식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특정 브랜드의 제품에 대한 소비를 요구하는 것인데, 업계에서도 이에 맞춰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 이색 맛 조합 제품을 출시하는 추세다.

맘스터치는 농심의 장수 스낵 ‘꿀꽈배기’와 협업해 ‘꿀꽈배기 싸이순살’ 치킨을 출시했으며 뚜레쥬르는 카멜과 협업을 통해 디저트를 선보였다. 또 명랑 핫도그는 오리온과 손잡고 초콜릿바인 핫브레이크를 활용한 ‘핫뜨거운 핫브레이크 핫도그’를 판매했으며, 오뚜기와 신세계푸드는 출시 40주년을 맞은 참기름을 활용한 ‘고소한 참기름 식빵’을 선보이기도.

식품업계에서는 알파세대와의 소통을 위해 이들의 놀이터인 ‘메타버스’를 전면에 내세웠다. 메타버스 내 자사의 브랜드 공간을 구축해 알파세대를 대상으로 제품을 홍보하거나 메타버스 내 게임과 접목해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팝업스토어 확산도 이들 세대에 맞춰 달라진 마케팅 변화의 일환이다. 이들 세대와 접점을 넓히는 동시에 브랜드 가치를 가까이서 전할 수 있는 플래그십스토어 및 팝업스토어들이 다수 선보이고 있는 것. 소비자 트렌드에 부응해 공간 마케팅을 통해 더욱 밀도 있는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 모든 주문은 ‘클릭’ 한 번으로 간단하게…대세가 된 온라인

코로나19 이후에도 식품시장은 탄탄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데, 그 중심에는 온라인 시장이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통계청의 온라인쇼핑 동향에 따르면 올해 1~7월 온라인 식품 거래액은 27조789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9% 늘었다. 해당 기간 역대 최고치다.

 

소비 행태 자리잡아…가격 경쟁력 갖춰 시장 성장에 한몫
대형 이커머스 영향력 확대…식품 제조사와 주도권 경쟁
자사 몰 키우기…CJ더마켓 회원 350만 명에 매출 4.8배 증가


이중 가공식품은 16조8801억 원에서 19조4749억 원으로 15.4% 증가했다. 올해 온라인 식품 매출은 50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식품 거래는 코로나19를 기점으로 가파른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9년 17조1698억 원에서 코로나가 확산되기 시작한 2020년에 25조1172억 원으로 46% 급증한데 이어 2021년 31조2476억 원, 2022년 36조1408억 원, 작년 40조6904억 원 등으로 매년 10~20%대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온라인 식품 구매가 하나의 소비 형태로 자리 잡은 것이다. 최근에는 높은 외식 물가 탓에 집밥 수요가 늘면서 가격 경쟁력을 갖춘 온라인 식품의 몸값이 더 높아졌다.

이에 식품업계는 자체적인 유통망인 자사몰을 키워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이커머스 의존도를 낮추고 특화 서비스로 충성 고객을 늘려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실제 코로나19 이후 대형 이커머스업체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납품가를 둘러싸고 대형 이커머스업체와 대형 식품 제조사간 주도권 경쟁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식품업계는 이커머스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자사몰 경쟁력을 높이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것.

△온라인 식품 구매가 하나의 소비 형태로 자리 잡으면서 식품업계는 자체적인 유통망인 자사몰을 키워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사진=각 사)
 

농심은 작년 8월 자사몰 농심몰을 출시했고, 풀무원은 2021년 8월 풀무원식품, 올가홀푸드, 풀무원녹즙, 풀무원다논 등 풀무원의 모든 브랜드를 통합한 공식 온라인 쇼핑몰 샵풀무원(#풀무원)을 구축했다.

hy는 2020년 12월 기존 플랫폼을 ‘프레딧’으로 재론칭했으며, CJ제일제당도 2019년 7월 자사몰을 리뉴얼해 CJ더마켓을 오픈했다.

샵풀무원은 매출이 2년간 68% 증가하고 누적 가입자 수가 늘자 최근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 추천 서비스’를 오픈해 쇼핑 편의성을 높였다. 또 hy는 프레딧 거래액이 작년 1176억 원에 달하고 회원 수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에 맞춰 미국, 뉴질랜드 수입제품 12종을 판매하는 ‘해외직구관’ 서비스를 오픈했다.

아울러 CJ더마켓 누적 회원 수는 지난달 말 기준 350만명에 달하고 2019년과 비교해 작년 거래액은 4.8배 증가했으며, 농심도 충성고객 확보를 위해 개인 맞춤형 스낵 패키지 구매와 신제품 조기 구매 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