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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열풍에 ‘대체 감미료’ 시장 후끈

곡산 2024. 10. 2. 22:18
제로 열풍에 ‘대체 감미료’ 시장 후끈
  •  황서영 기자
  •  승인 2024.09.30 07:50

알룰로스 차세대 감미료 주목…음료·발효유·제과·제빵 등에 다방면 적용
삼양사, 점유율 1위…울산에 최대 공장 준공 해외 공략
대상, 음료 업체 50여 곳과 거래…B2C로 사업 확대
CJ 先개발 불구 방향 선회…‘백설 스테비아’ 출시
 

국내에서 대체 감미료를 생산하는 업체들이 자체 생산 설비를 확충하며 시장 확장에 대비하는 등 제로(Zero)칼로리·제로슈거 시장을 잡기 위한 경쟁이 거세지고 있다. '헬시플레저'(Healthy Pleasure) 열풍이 불면서 설탕을 대체할 수 있는 차세대 대체 감미료 시장을 공략하는 것.

관세청 통계에 따르면 작년 설탕의 원료인 사탕수수당(원당)의 국내 수입량은 157만9000톤으로 1년 전보다 13.9% 감소한 반면 대체 감미료로 많이 쓰이는 에리스리톨과 수크랄로스의 수입량은 1년 전보다 각각 20.8%, 27.8% 증가했다.

업체들이 알룰로스 자체 생산 설비를 확충하며 시장 확장에 대비하는 등 제로시장을 잡기 위한 경쟁이 거세지고 있다. 사진은 (상단부터) 대상의 군산 전분당 공장 알룰로스 전용 생산시설 준공식, 삼양사 울산 스페셜티 공장 준공식. (사진=대상, 삼양사)
 

알룰로스는 무화과, 건포도 등에 존재하는 자연계에 미량으로 존재하는 희소당의 일종으로 설탕 감미도의 70%를 나타내는 저칼로리 천연당이다. 역사적으로 인류가 오랜 시간 섭취해 온 안전한 대체당인 점과 더불어 혈당 상승 억제와 체내 지방 축적 억제 등 생리 활성 기능성도 가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없어서 못 파는 정도라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미국 FDA에 의해서 GRAS 인정을 받은 소재로 FDA와 국내 식품 위생법상 ‘Added sugar’와 ‘당류 표시’에서 제외돼 제품 표기 사항에 유리해 최근 유행 중인 ‘제로(Zero) 식품’들에 설탕의 대체제로 많이 쓰이고 있다.

제조·유통에 있어서도 이점이 있다. 알룰로스는 음료, 발효유, 아이스크림, 제과·제빵 제품 등에 적용 가능하다. 설탕처럼 단맛을 내면서도 칼로리가 0.2~0.4kcal/g로 설탕의 10분의 1수준으로 낮다. 기존 단맛을 유지하면서 저칼로리 제품 제조에 용이하고, 스테비아, 아스파탐 등 고감미 감미료와 혼합해 사용시 풍부한 맛을 부여하거나 낮은 수분 활성도로 미생물의 성장을 억제하는 역할도 한다.

 

알룰로스를 탄산음료나 스포츠드링크 등 음료에 적용하면 당 함량은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 잼이나 아이스크림 등 가공식품에 사용하면 맛과 품질은 유지하면서 열량은 낮아지는 효과를 낸다. 케이크·빵 같은 디저트류에 첨가할 경우 향미를 증진시키고, 촉촉한 식감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준다. 하지만 대량생산이 어렵다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국내에서는 CJ제일제당이 2015년 대량 생산에 성공한 이래 삼양사와 대상이 대량 생산에 성공하며 현재는 삼양사와 대상 두 업체가 경쟁을 이어 오고 있다. 점유율 1위인 삼양사는 생산량을 대폭 늘려 '굳히기'에 돌입했고, 후발주자인 대상은 B2B 중심에서 B2C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중이다.

 

대상은 작년 7월 군산 전분당 공장에 약 300억 원을 투자해 알룰로스 전용 생산시설을 구축하고, 본격적인 알룰로스 생산에 돌입했다. 현재 롯데칠성음료, 동아오츠카, 하이트진로음료 등 국내 유수의 음료 제조사들을 비롯한 50곳 이상의 거래처와 북미 지역 고객사를 다수 확보하며 일찌감치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상은 지난 1월 알룰로스 생산에 이어 대체당 카테고리를 아우르는 통합 브랜드 '스위베로'(Sweevero)를 전격 출시했다. 스위베로를 앞세워 국내외 글로벌 대체당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최대 시장인 북미 시장을 공럇하고, 동남아 신시장과 유럽 노벨푸드(Novel food) 등록을 통해 유럽 시장을 개척할 계획이다.

올해 7월에는 식품 부문 통합 브랜드 청정원을 통해 알룰로스 신제품 2종을 출시하고, B2C시장에도 본격 진출했다. '요리용'과 '시럽용'으로 분류해 점도과 감미도를 각각 다르게 만들어 용도에 따라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삼양사는 지난 2016년 자체 효소 기술 기반의 액상 알룰로스를 개발하고 2020년부터 양산을 시작했다. 지난달엔 울산에 국내 최대 스페셜티(고기능성) 공장을 준공했다. 국내외 대체 감미료 시장 점유율 확대에 박차를 가한다는 전략이다. 울산 남구에 위치한 스페셜티 공장은 알룰로스 공장과 프리바이오틱스 공장 각 1개동씩 총 2개동으로 구성했다. 스페셜티 공장은 약 1400억 원을 투입해 연면적 6700평, 연간 생산량 2만5000톤 규모로 조성됐다.

알룰로스 공장은 연간 생산량이 기존 대비 4배 이상 커진 1만3000톤으로 국내 최대 규모다. 액상형은 물론 수출에 용이한 결정형 알룰로스까지 모두 생산할 수 있다. 결정 알룰로스는 해상 운송시에도 균일한 품질 유지가 가능해 글로벌 시장 진출에 용이하며 기존 가루 설탕과 동일한 형태로 가공되므로 베이커리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 신속하게 적용할 수 있다.

이를 계기로 삼양사는 국내 알룰로스 판매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으로서 지위를 공고히 한다는 전략이다. 삼양사는 이번 스페셜티 공장을 기반으로 알룰로스와 프리바이오틱스를 연계한 차별화된 솔루션으로 북미 일본 동남아 등으로 판로를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2030년까지 스페셜티 사업의 매출비중과 해외판매비중을 2배 이상 늘린다는 목표다.

한편 CJ제일제당은 알룰로스 생산 중단 이후 ‘스테비아’를 중심으로 대체감미료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설탕을 대체할 수 있는 분말 형태의 대체당을 출시하고자 지난 6월 ‘백설 스테비아’를 출시하며 4년여 만에 소비자 시장에서 대체 감미료 제품을 출시했다.

 

CJ는 지난 2015년 알룰로스 대량 생산에 성공했지만 당시 낮은 사업성으로 인해 관련 사업을 잠정 중단한 바 있다. 알룰로스 기술력을 선제 확보한 터라 언제든지 대량생산체제로 돌아설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대체 감미료 시장의 성장성은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설탕보다 달거나 고유의 향을 가진 대체 감미료가 설탕을 완전히 대체하기엔 감미료간 배합률 조정 등 아직 갈 길이 멀다“며 “세계 각국에서 논의 중인 설탕세 도입이 수면 위에 오른다면 대체 감미료의 대대적 수출 확대를 기대해볼 수 있다. 향후엔 다양한 종류의 알룰로스와 함께 알룰로스 적용 제품을 개발하는 데 목표를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