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전반

[심층취재-쌀가공식품산업 무엇이 문제인가] ⓛ 충북 음성 누룽지 제조업체 "수출 앞두고 있지만 불안합니다"

곡산 2024. 7. 14. 21:22
[심층취재-쌀가공식품산업 무엇이 문제인가] ⓛ 충북 음성 누룽지 제조업체 "수출 앞두고 있지만 불안합니다"
  •  김현옥 기자
  •  승인 2024.07.04 17:37

정부 양곡 원료 쌀에 돌멩이·실·플라스틱 등 이물 심각한 수준
쌀가공업체들 해썹 시설서 세척·석발기·금속검출기로 3중 검수
올 7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컵누룽지 제품 1만불 수출 예정
도정 공장 "기준치 이하여서 문제될 것 없다" 나몰라라 외면
 

떡볶이를 비롯한 쌀가공식품이 K-FOOD의 핵심 축으로 부상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를 한몸에 받고 있는 가운데, 국내 쌀 가공업체들이 원료곡에 들어 있는 돌멩이 등 각종 이물로 인해 영업활동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어 조속한 문제 해결이 필요한 실정이다.

 

특히 이들 쌀가공업체들은 정부 양곡을 공급하는 도정 공장과 협의를 통해 가공용 원료쌀의 품질 개선을 도모하려 하고 있지만, 공급자 측의 소극적이고도 회피 일변도의 무책임한 자세로 인해 모든 책임을 떠 안고 있는 형편이어서 정부 당국의 적극적인 개입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근 한국쌀가공식품협회 제11대 수장으로 선임된 박병찬 신임 회장은 “임기동안 회원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쌀가공식품산업이 한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것”이라며 “무엇보다도 먼저 가공용쌀의 안정공급을 위해 정부양곡 공급체계 개선 등 제도적 장치 마련으로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매진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박 회장은 또 “지속적인 물가인상 등으로 경기가 어려워지고, 포화상태인 국내 시장의 경쟁이 갈수록 심화돼 해외 판로 개척을 통한 수출 기반조성에 최우선 역점을 두겠다.”고 강조하고 "이를 위해 품질 문제를 완벽히 해소해 회원사들이 걱정없이 사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쌀가공식품협회 측에 따르면 정부양곡 원료쌀에서 돌멩이가 나오는 것은 다반사이고, 각종 실과 나뭇조각, 플라스틱 등의 이물이 원료에서 검출돼 협회 품질관리센터에 신고 접수된 사례가 여간 심각한 수준이 아니다.

 

본지는 국내 쌀가공식품업체들이 비좁은 내수 시장을 벗어나 글로벌 무대로 진출하기 위한 행보를 재촉하고 있지만 도정공장에서 받은 원료 쌀의 이물 문제로 인해 불안감을 떨치지 못한 채 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는 쌀가공식품 생산 현장을 취재해 문제점을 확인하고 개선 방안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충북 음성군 삼성면에 위치한 누룽지 제조업체 전경
 

“올해 1월 누룽지 제조용 원료 쌀에서 돌이 나와 한국쌀가공식품협회(이하 가공협회) 품질관리센터에 신고했고, 이후 가공협회와 대한곡물협회(이하 곡물협회) 관계자들이 현장 조사를 나왔지만 쌀포대에서 돌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문제없음’ 판정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두번이나 유사한 사례가 발생해 한번은 업무가 급하게 진행되는 사안이어서 자체적으로 처리했고, 한번은 정도가 심각해 다시 협회에 연락했지만 조치되지 않았습니다.”

 

충북 음성군 삼성면에서 누룽지를 전문으로 제조하는 한 농업회사법인 정OO 본부장은 누룽지 제품 검수과정에서 돌이 박혀 있는 것을 확인하고 해당일자 해당 로트에서 생산한 제품 전량을 페기한 적이 있다며 이렇게 하소연했다. 

 

정 본부장은 제품 제조과정에서 쌀을 세척할 때 벌레 같은 것은 대부분 걸러지고 금속성 이물 등은 금속 검출기를 통해 제거되지만 돌멩이는 육안으로 확인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특히 색깔이 하얗고 쌀알 크기라면 골라 내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올해 2월 1일 검수과정에서 발견된 새카만 돌이 박혀 있는 누룽지 제품을 꺼내 보였다. (아래 사진) 문제의 제품에서 역시 큰 사이즈의 돌멩이는 눈에 확 띄었으나 쌀알크기의 돌 이물은 구분이 어려웠다. 더군다나 누룽지의 경우 전체적으로 색깔이 노릇노릇한 데다 일부 거뭇하게 탄 자국 때문에 돌멩이 이물을 확인하기 매우 어려운 상태다.

정부 양곡으로 제조해 검수과정에서 발견된 돌멩이 이물(빨간색 동그라미 표시)이 박혀 있는 누룽지제품
 

대다수 정부양곡 도정공장들이 이물 문제를 거론하면 원료곡이 좋지 않다는 핑계를 대지만, 석발기와 색채선별기가 제대로 작동한다면 특별한 사안이 아닌 이상 이물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 쌀가공식품업체 관계자의 말이다.  

 

양곡사업에 종사한 지 15년 됐다는 그의 경험상 도정 과정에서 쌀에 섞여 있는 돌멩이가 제거되지 않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로, 첫째는 일이 급하다고 쌀을 한꺼번에 많은 양을 넣어 도정하는 경우 노후돼 감도가 떨어진 색채선별기가 잡아내지 못하고, 둘째는 포장할 때 쌀이 바닥에 떨어진 것을 작업자가 쓸어 담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정부 양곡 원료 쌀에서 이물이 나오면 도정 공장의 품질 관리 불량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 본부장은 “이물 신고를 하면 도정공장이나 곡물협회 측에서는 농산물품질관리원의 검사에서 합격을 받았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가공업체에 모든 과실을 뒤집어 씌우지만, 정부가 인증한 해썹(HACCP) 시설에서 이중 삼중의 위해 요소 차단장치로 안전 관리에 만전을 기하는 상황이라 심히 억울하기만 하다”고 토로한다.

 

해당 회사는 누룽지 제조시 자동화 라인으로 설계된 공장에서 원료 입고부터 제품 포장 후 출하까지 모두 13단계의 공정을 거치는데, 식품회사로서 자칫 영업 정지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이물 관리를 소홀히 할 수 없는 입장이다.

 
충북 음성군에 위치한 누룽지제조업체 정OO 본부장이 문제된 누룽지제품에서 돌멩이를 골라내고 있다. 검수과정서 이물이 발견돼 보관 중인 누룽지 제품에는 수 많은 돌멩이들이 박혀 있어 실로 놀라운 정도였다.
 

창고에 입고된 쌀은 석발기로 이물질을 걸러내고, 오염된 쌀을 세척해 가벼운 이물질을 제거하는 것은 물론 청소기를 통해 모아진 먼지 등 이물질을 닥트로 흡입해 공기를 깨끗하게 하는 필터링 시설을 갖추고 있다. 또한 포장된 완제품은 금속 검출기를 통과하면서 최종적으로 금속성 이물을 확인하는 공정을 거친다. 

 

“쌀가공식품의 돌멩이 이물 이슈가 우리 회사 뿐만아니라 다른 업체에서도 발생한다면 그 원인이 정부양곡 도정공장에 있을 확률이 높으므로 그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는 것이 옳다. 떡 제조업체에서 제품에 일부러 돌을 넣어 신고한다 한들 보상받는 것도 아니고, 그런 문제가 일반 소비자에게 노출되면 사업을 접어야 하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데 그런 일을 벌일 회사가 어디 있겠는가. 상식적으로 이해 안되는 제조사 측 과실로 몰아 부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정 본부장은 이번에 누룽지에서 돌멩이가 나왔을 때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소비자의 손으로 넘어가기 전에 신속하게 회수 처리했기 때문이라며 피해가 확산되지 않은 것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결국 쌀에 분명히 문제가 있는데 원인이 규명되지 않으니까 가공업체로서는 자체비용을 들여서라도 다시 선별해서 납품해야 하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인데도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는 설명이다.

 

이 회사가 최근 돌멩이 이물이 혼입된 제품을 전량 회수해 폐기 처분하고, 다시 가공해서 납품한 금액은 6천만 원 규모에 달한다. 업체가 그만큼 손해를 감수한 셈이다.

 

정 본부장은 “우리 회사는 중소기업이기 때문에 환경이나 안전, 품질 관리에 더욱 신경을 쓰지 않으면 안된다. 따라서 정부의 품질 및 안전 관련 인증은 거의 다 받았고, 최근에는 FSC 22000과 이노비즈까지 승인받았다.”며 “이를 발판으로 누룽지 제조를 신규사업으로 시작한 지 5년차인 올해 이 부문 매출만 32억원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양곡사업이 모체인 이 회사는 코로나19 여파로 쌀 소비량이 줄어들자 쌀 소비를 촉진하면서 수익도 올릴 수 있는 방안으로 누룽지 제조사업을 시작했는데 지난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1000불어치를 샘플로 보냈다가 계약이 성사돼 올해부터 본격적인 수출이 시작된다. 우선 로제 컵누룽지 제품 1만불 수출계약을 체결한 이 회사는 앞으로 사천짜장, 김치얼큰, 카레맛 제품으로 확장하면서 동남아 시장으로 넓혀나갈 계획이다.

 

정 본부장은 "해외에서 한국산 누룽지는 웰빙식품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누룽지 제조설비를 기준으로 산출한 결과 2021년기준 세계 누룽지 시장은 9조원 규모로 우리나라의 3000억원에 비하면 30배에 달해 블루오션인 셈이다. 앞으로 국산 누룽지제품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세계의 식탁을 노리려면 원료 쌀의 품질 안정화가 급선무인 만큼 정부 당국이 K-FOOD 수출을 위한 제도적 정책적 해결 방안 마련에 힘써 줄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