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전반

세계 ‘할랄’의 중심 꿈꾸는 인도네시아, K-푸드 공략법은?

곡산 2024. 7. 13. 08:18
세계 ‘할랄’의 중심 꿈꾸는 인도네시아, K-푸드 공략법은?
  •  배경호 기자
  •  승인 2024.07.12 14:15

K–푸드 호기심·선호…한국산 온·오프라인 2∼10% 차지
과자·음료·소스 등 판매에 매운 김치·라면·떡볶이 등 인기
신선도·품질·디자인 고평가 불구 인지도 낮고 가격 높아
소포장 통해 가격 경쟁력 제고·유튜브 채널 등 홍보도
성장하는 온라인 대응에 중산층 이상 마케팅 전략 필요
안전·신뢰성 있는 브랜드 찾아 할랄 여부 명확히 표시를
 

인도네시아(이하 인니)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세계가 이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특히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할랄 시장을 가진 나라이기에 할랄 경제가 성장하면서 그 위상도 달라지고 있다.

1993년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73%에 불과했던 인니는 30년간 연평균 6.8%의 성장을 기록하며 현재는 비중이 1.35%로 늘어나는 등 동남아에서 유일하게 G20에 속할 만큼 경제 규모가 크게 확대되고 있다. 또 1인당 GDP도 2008년 2천 달러를 돌파한 이후 최근 5천 달러에 육박했고, 2027년에는 7천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기대되는 등 최근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구매력이 향상되고 있다.

 

여기에 세계 4위의 인구 대국이자 세계 최대의 무슬림 국가이다 보니 세계 할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상당하다. 2023년 글로벌 이슬람 경제지표(GIEI)에서 인니는 말레이시아,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또 전 세계 57개 이슬람 국가로 구성된 이슬람 협력기구(OIC)에서는 2022년 기준 인니는 전 세계 할랄 소비의 11.3%를 차지했고, 2025년까지 연평균 14.96%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출처 : 2023/24 State of the Global Islamic Economy Report
 

인니는 할랄의 세계 중심 국가를 꿈꾼다. 정부 의지도 강하다. 특히 할랄 식품산업을 눈여겨보고 있다. 인니 정부는 기술 혁신 촉진, 생산성 향상, 수출 증대 등을 목표로 식품산업의 발전을 위한 다양한 정책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으며, 올해 10월 17일부터 본격 시행되는 ‘할랄 인증 의무화’를 통해 세계 할랄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고자 한다.

이에 aT도 최근 펴낸 ‘인도네시아 할랄 인증 의무화 동향 및 할랄식품 유통현황 분석’ 보고서를 통해 현지 분위기와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이 가운데 본지는 한국산 할랄식품 유통현황과 SWOT 분석 및 전략 방향을 중심으로 간추려 싣는다.


현지 할랄식품 유통별 현황


인니 현지의 하이퍼마켓 매장에는 현지산 할랄식품이 약 73% 정도를 차지하고 있으며, 품목은 고기와 채소 등 신선식품과 과자, 라면, 음료, 냉동식품 등 가공식품이 대부분이다. 현지산 할랄식품이 약 83%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슈퍼마켓에서는 취급 품목이 하이퍼마켓과 별 차이가 없지만 약 85%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미니마켓에는 신선식품은 거의 없고, 주로 간편하게 구매할 수 있는 과자, 라면, 음료, 통조림 등 가공식품이 대부분이다. 온라인 플랫폼에서는 현지산 할랄식품이 오프라인 유통채널에 비해 비중 약 60% 정도 적고, 냉동과 건조식품, 향신료 등 가루 제품을 많이 판매하고 있다.

 

수입산 할랄식품은 하이퍼마켓에서 약 8% 정도 차지하고 있다. 라면과 음료, 시리얼, 김 등 가공식품이 대부분이다. 또 슈퍼마켓에는 수입산 할랄식품이 약 12%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데, 과자와 라면, 조미김, 소스, 냉동식품 등이 대부분이다. 수입산 할랄식품이 약 1%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미니마켓에는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들이 주로 방문하는 곳으로 현지 생산 제품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에서는 수입업체에 직접 운영하는 판매페이지를 통해 주로 유통되고 있으며, 다양한 벤더들이 할인된 제품을 도매로 받아 자체 판매페이지를 통해 재판매하고 있다.

 

한국산 할랄식품의 주요 매장별 유통현황을 살펴보면, 하이퍼마켓에는 김치와 라면, 소스류, 조미김, 과자, 음료 등이 판매되고 있으며, 수입 식품 중 한국식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다. 특히 한국산 매운 음식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 김치, 매운맛 라면, 즉석 떡볶이, 떡볶이 소스, 태양초 고추장, 닭갈비 등이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일부 하이퍼마켓에서는 한국관이나 인터내셔널 존 운영을 통해 수입식품을 별도로 진열해 판매하고 있다.

 

슈퍼마켓에는 한국산 할랄식품이 약 7% 정도 차지한다. 김치와 냉동 치킨 제품, 즉석 떡볶이, 라면 등이 대부분이다. 라면과 떡볶이는 한국 콘텐츠를 보면서 생긴 호기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미니마켓에는 한국산 할랄식품이 약 2% 정도를 차지하고 있으며, 신선식품은 없고 주로 간편하게 구매할 수 있는 과자, 라면, 음료를 판매하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에서는 한국산 식품이 약 1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김치와 과자, 라면, 음료, 조미김, 소스류, 견과류 등을 판매하고 있다. 이 가운데 라면이 가장 많이 팔리며 떡볶이, 음료도 인기 제품이다.

 

△세계 할랄 산업의 중심을 꿈꾸는 인도네시아에서 한국 식품에 대한 호기심이 커지면서 이를 찾는 발길이 잦아지고 있다. 사진은 현지 온라인 플랫폼에서 판매 중인 한국 할랄 식품들.(사진=Shopee 일부 캡처)
 

한국 할랄식품에 대한 소비자 반응


인니의 주 소비자들은 이슬람 문화와 종교로 인해 할랄식품에 대해 호의적이며 선호하고 있지만, 일부 무슬림 소비자들은 할랄 여부와 상관없이 한국 문화와 식품에 대한 호기심으로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농식품부와 국제무역통상연구원 등 여러 기관의 조사에 의하면 2021년부터 2023년,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현지인들이 주로 사용하는 온라인 채널 등에 나타난 한국 식품에 관한 댓글과 소비자 반응 결과는 매우 호의적이었다. 또 ‘처음 보는 한국 식품을 본다면’이라는 설문에 “할랄 제품이라면 무조건 도전”, “맵지 않으면 꼭 도전해보고 싶다.”, “먹는 모습을 인스타에 올리면 인기스타” 등 한국 식품에 관해 높은 호기심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 문화를 접하는 젊은 층들의 증가로 한국 문화를 즐기는 현지인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쿼라(Quora)에서 진행한 설문에서 할랄 제품 구입 시 주요 구매요인이 “제품이 안전하다는 보장성”,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가 큰 비중을 이룬 만큼 호감도가 높은 제품이라 할지라도 할랄 인증 여부와 하람 성분 포함 여부 등은 명확하게 표시해 제품의 할랄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한편, 현재 인니 수출되는 대부분 주요 한국 라면 제품들은 할랄 인증을 받아 수출하고 있고 비할랄 제품 중 일부는 돼지 경고 문구를 표시해 판매하고 있다.


한국 농식품 SWOT 분석


◯ 강점(Strength)

현지 소비자들은 한국 농식품의 신선도, 품질, 디자인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또 한류를 통해 한식 및 한국산 식품들을 찾는 현지인이 늘고 있으며, 트렌디한 제품을 찾는 젊은 현지인들 사이에서 한국 제품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아울러 미국, 유럽 등 경쟁국보다 지리적 위치가 가까워 물류비를 절감할 수 있어 가격경쟁력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 약점(Weakness)

인니는 무슬림 소비자 비중이 높지만 한국 농식품 중 무슬림 고객을 위한 할랄 인증을 취득한 제품은 많지 않다. 또 한류 열풍의 영향으로 한국 제품에 대한 선호도는 높으나 일부 브랜드를 제외하고는 브랜드 인지도가 낮고 현지 마케팅도 미흡하다. 가격대도 현지에서 생산되는 로컬 제품보다 높다.

 

◯ 기회(Opportunity)

건강식에 관심이 많은 중장년층과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코로나 이후 신선한 제철 과일과 채소, 유기농산물 등 고품질 식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프리미엄 수입 농식품을 자주 구입하는 초고소득층의 증가로 한국 농식품에 관한 수요가 늘고 있다. 이와 함께 인니는 스마트폰 보급률과 SNS 이용률이 높아 SNS를 통한 온라인 바이럴 마케팅으로 한국 농식품에 대한 정보가 전파되고 있다. 여기에 한류열풍으로 한국 식품이 인기를 끌고 있으며, 긍정적인 한류 이미지와 한국 제품을 좋아하는 소비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 위협(Threat)

인니는 저소득층 비중이 높아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들은 주로 온라인을 통해 저가상품을 구매한다. 또 할랄 의무화 진행으로 할랄 인증 비용 발생과 인증 취득까지 시간이 소요되며, 각종 인증을 포함해 언어적인 불편함과 종교적 문제로 인하여 거래 혹은 수출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


SWOT 분석에 따른 전략 방향


◯ SO 전략(역량 확대)

인니 인구 중 대다수를 차지하는 젊은 소비자와 무슬림 소비자를 공략해야 하며, 온라인 시장의 급속한 성장으로 온라인 마케팅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또 한류를 활용해 시장을 다각화해야 하며, 한식 레시피 및 한식 문화 전파로 고정고객을 확보해야 한다. 또한 수입품은 물론 현지 로컬 생산 제품과 차별화된 한국 제품의 품질과 맛을 강조해야 한다.

 

◯ ST 전략(강점 활용)

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수입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중산층과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한편 현지 소비자를 프로파일링해 대상 그룹별로 세분된 유통채널을 파악하고 채널 특성에 맞춘 현지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이와 함께 우리 정부의 지원사업과 해외규격인증 지원사업 등을 활용해 할랄 인증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

 

◯ WO 전략(기회 포착)

점차 늘어나고 있는 가정간편식과 한식당, 유튜브 등 다양한 마케팅 채널을 통해 많은 한국 식품과 제품을 홍보하는 한편 한국 상품에 관한 관심을 높이고 한류 이미지를 통해 맛과 매력, 안전함을 홍보할 수 있는 판촉전 및 이벤트를 진행하면 좋을 듯하다. 또 인니의 높은 수입 장벽 돌파를 위한 비관세장벽 대응과 현지화를 통해 소비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할 필요가 있다. 이와 더불어 할랄 식재료가 들어간 한식 레시피의 개발 및 홍보, 비건 식품 등 고품질 제품의 입점도 고려할만하다.

 

◯ WT 전략(위협 대응)

가격과 품질의 프리미엄을 강조하는 합리적인 가격 정책과 소포장을 통한 가격경쟁력 제고가 필요하다. 또 현지 진출한 우리 기업의 네트워크 채널을 활용해 아직 불완전한 물류와 유통 인프라를 해결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아울러 할랄 인증 의무화에 대비한 사전 인증 진행으로 인니는 물론 세계 할랄 시장으로의 다각화를 모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