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경호 기자
- 승인 2024.05.21 07:50
‘레드불’ 53억 불 - ‘몬스터’ 38억 불…미국 1인당 29.19ℓ로 세계 1위
무설탕 제품 ‘셀시어스’ 175% 고성장…게이머용 제품 e스포츠 연계
디지털 태생 ‘알파 세대’ 큰 관심 성장 기반…‘프라임’ 등 신제품 성공
온라인 구매도 많아…학부모는 카페인에 주목 연방 법원에 소 제기
미국 음료 시장에서는 일시적인 활력 증강과 집중력 향상, 피로 해소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진 에너지 음료가 2023년에만 14.6% 성장하는 등 최근 시장에서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이에 대부분 현지 대형마트에는 에너지 음료 섹션이 따로 마련돼 있으며, 다양한 브랜드가 선반을 꽉 채우고 있다. 특히 편의점에서는 다른 음료를 제치고 독보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에너지 음료가 강세를 보이자 기업의 신규 참여가 늘어나는 등 시장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으며, 기존 브랜드도 살아남기 위한 다양한 차별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구성 재료를 강조해 건강성을 강조하거나 운동용 또는 게임용 등 타깃을 구체화해 소비층을 확보하는 것이다. 또한 틱톡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극적인 마케팅 콘텐츠를 끊임없이 생산해 소비를 이끌어내기도 한다. 전통 강자인 레드불과 몬스터 역시 안주하지 않고 제로 슈가나 새로운 맛을 출시해 지지층을 잃지 않으려 하고 있다.
◇편의점을 장악한 에너지 음료
코트라 LA무역관에 따르면, 미국 편의점에서 가장 많이 찾는 음료는 놀랍게도 에너지 드링크다. 스타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2022년 편의점에서 판매한 음료 중 30.92%가 바로 에너지 음료로, 탄산(27.28%)과 스포츠음료(11.26%), 생수(7.2%)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2023년 역시 에너지 음료 시장이 성장하는 한 해였다. 현지 데이터 분석기관 서카나(Circana)가 52주간 관찰한 결과, 2023년 에너지 음료 판매는 전년 대비 14.6% 성장한 141억 달러 규모의 매출액을 달성했다. 또 에너지 음료의 절대 강자인 ‘레드불’은 2023년 한 해만 미국에서 약 53억 달러의 매출을 올려 1위 자리를 지켰고, ‘몬스터’가 매출 약 38억 달러를 기록하며 2위를 점했다
아울러 스타티스타의 또 다른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23년 전 세계 국가별 1인당 평균 에너지 음료 판매량에서 미국은 1인당 약 29.19ℓ의 에너지 드링크를 소비한 것으로 나타나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한 나라가 됐다. 다음으로는 영국이 13.2ℓ, 일본이 10.87ℓ로 나타났으며, 한국은 순위권 밖이었다.
◇차별화 전략으로 틈새를 노린다
레드불과 몬스터의 위세도 대단하지만 2023년 미국 에너지 음료 매출 실적에서 주목할 만한 기업은 바로 전년 대비 175.2%의 성장을 보여준 ‘셀시어스’(Celsius)이다.
셀시어스는 기존 음료 대비 인공 향료와 설탕 첨가를 낮춰 ‘더 건강한’ 에너지 음료로 브랜딩해 시장을 공략했다. 레드불의 경우, 250㎖ 용량의 기본 캔 하나에 27.5g의 설탕이 들어가 있다. 몬스터는 기본 캔 용량이 500㎖로 레드불보다 크며, 기본 캔 하나에 55g의 설탕이 함유돼 있다. 반면 셀시어스는 설탕이 첨가되지 않았다.
이에 셀시어스는 자사 제품이 무설탕인 것은 물론 생강, 비타민 등 건강한 성분으로 만들어져 오히려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체지방을 연소해 건강에 도움이 되는 음료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이러한 셀시어스의 웰니스 마케팅은 미국 SNS에서 ‘셀시어스는 정말 건강한가’라는 뜨거운 논쟁을 낳긴 했지만, 제품에 관한 관심으로 이어져 매출에 아주 긍정적인 효과를 미쳤다. 2023년 셀시어스는 전년 대비 175.2%의 매출 상승을 기록한 데 이어 2024년 1분기에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 증가한 매출 3억5570만 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북미 시장에서만 3억3950만 달러 가량이 판매되며 전체 매출의 약 95%를 차지했다.
이와 함께 자신들의 고객층을 구체적으로 타깃팅해 시장 내 지분을 확보하려는 브랜드도 있다. 대표적인 곳이 게이머만을 위한 에너지 음료를 표방해 마니아층을 만들고 있는 ‘지 퓨얼’(G-Fuel)이다. 해당 브랜드는 LA 기반 e스포츠팀 센티널즈와 2022년 파트너십을 체결해 팀 로고를 넣은 상품을 출시하는 등 e스포츠와 연계한 스포츠마케팅을 통해 브랜드를 차별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파이브아워 에너지’(5-hour Energy)라는 브랜드도 게이머를 위한 에너지 음료를 발표했다. 해당 음료를 제작한 관계자는 “미국 성인의 62%가 비디오 게임을 하고 있고, 그중 많은 사람이 게임을 하는 동안 에너지 음료를 마신다며, 이번 신제품 ‘파이브아워 에너지-게이머 샷’ 한 캔에는 평균 에너지 음료보다 많은 230mg의 카페인을 함유하고 있어 단기간 높은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게이머들에게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알파 세대를 사로잡아라
미래 주 소비자층인 알파 세대가 에너지 드링크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것 역시 미국의 에너지 음료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이유이다.
알파 세대는 2010년대 이후 태어난 세대로 유아기부터 소셜미디어를 접해 ‘디지털 태생 세대’로 불리기도 한다. 미국 유명 복서, 프로레슬러이자 유튜버인 로건 폴과 KSI가 개발한 알록달록한 색상의 에너지 드링크 ‘프라임’(Prime)은 스탠리 텀블러와 함께 지난 2023년 알파 세대를 강타했다.
2023년 틱톡엔 프라임 패키지를 안고 좋아하는 알파 세대 남자아이들의 모습이 끊임없이 업로드됐다. 제작자 로건 폴은 본인 스스로도 팔로워 4500만 명 이상을 거느린 강력한 인플루언서지만 캔자스 시티 쿼터백 패트릭 마홈스 등 유명인에게 음료를 제공하고, 프리미어 리그 축구 클럽 아스날을 대대적으로 후원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동시에 출시 당시 수요 대비 소량만 유통함으로써 품귀현상을 노려 또래에게 자랑하고 싶은 알파 세대의 심리를 자극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Fortune)은 ‘프라임’의 이러한 성공은 브랜드에 집착한 어린이들 덕분이라고 평했다. 알파 세대의 강력한 지지를 받은 유튜버가 처음부터 ‘핸드폰에 붙어 있는 트윈세대’를 타깃해 만든 상품이란 분석이다. 이러한 에너지 드링크에 대한 알파 세대의 뜨거운 호응은 오늘날 Z 세대를 포섭하지 못해 수심에 빠진 알코올 시장의 기류와는 대조적인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무역관은 미국 에너지 음료 시장이 레드불과 몬스터의 강력한 입지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신제품들이 출시해 성공을 거두고 있어 아직 새로운 브랜드가 도전할 여지는 충분한 것 보인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무역관이 인터뷰한 현지 식품업계 관계자도 “일반 탄산음료 대비 에너지 드링크는 신제품 출시가 잦은 편으로 고객이 우선 제품 브랜드를 언급하면서 신상품이 매장에 들어왔는지 묻는 경우가 빈번하며, 제품군이 워낙 다양하고 한정 출시 상품도 많아 온라인에서 구매하는 경우도 잦은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에너지 음료는 카페인이 다량 함유돼 있어 미국식품의약국(FDA)과 학부모들의 주시를 받는 품목이기도 하다. 최근 4월엔 뉴욕의 한 소비자가 프라임이 제품에 표기된 카페인 함유 200㎎보다 높은 215~225㎎의 카페인이 함유돼 있다며 연방 법원에 소를 제기했다. 이에 FDA는 건강한 성인의 경우 하루 400㎎ 정도까지 카페인을 섭취해도 무방하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FDA는 어린이에 대한 권고량을 별도로 설정하진 않는다고 밝혔지만, 미국 소아과 학회는 어린이와 청소년의 카페인 섭취를 권장하고 있지 않음을 함께 명시하고 있다. 어린이가 에너지 드링크 섭취 후 카페인에 의한 각성으로 심장박동 이상 및 발작을 보여 사망하는 사례들이 있었던 만큼 에너지 음료의 카페인 함유량에 대해선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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