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키우며 딴살림 식품계열사 ‘내회사 흥행’
평생 제약 샐러리맨 이금기 전설…황혼서 키운 ‘분가 오너기업’ 승승장구
김성욱기자(ukzzang678@skyedaily.com)
기사입력 2017-01-10 14:57:25
▲ 일동후디스(사진·본사)가 컵커피 ‘앤업커피’에 이어 가공유 ‘포켓몬우유’까지 연이어 히트시키며 종합식품업체로의 도약이 예상되고 있다. 일동제약 계열사로 분류된 일동후디스는 높은 지분을 확보한 이금기 회장이 사실상 개인기업처럼 독자적인 경영을 하고 있다는 평판을 받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국내 첫 종합이유식 ‘아기밀’과 산양분유제품 등을 통해 두각을 나타내 온 일동후디스가 컵커피·카톤(종이팩)우유 시장에서 반향을 일으키며 주목받고 있다.
당초 산양우유제품 외 음료사업부문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던 일동후디스는 2015년 6월 출시한 ‘앤업카페’와 지난해 11월 선보인 ‘후디스 포켓몬우유’를 연이어 히트시키며 식음료업계에 돌풍을 예고한 상태다.
앤업카페의 경우 기존 컵커피보다 대용량을 무기로 출시 1년여만에 누적판매 1000만개를 넘어서는 등 높은 반향으로 2015년 일동후디스가 흑자전환 하는데 상당한 영향을 끼친 제품으로 알려져 있다.
초코·딸기바나나 두 맛으로 출시된 포켓몬우유의 경우는 앤업카페보다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출시 한 달여 만에 100만개 판매를 돌파한 것이다. 더욱이 SNS 등을 통해 입소문이 나면서 판매량 역시 더욱 빠르게 소진될 전망이다.
입소문 타고 틈새시장 공략…출시 한 달 만에 100만개 판매
세븐일레븐 회현SK점에서 만난 이원우(25·남) 씨는 “SNS를 통해 포켓몬우유에 대해 알게 됐다”며 “평소 가공유제품을 즐겨먹는 편인데 포켓몬우유의 경우 다른 가공유 제품에 비해 달아 자주 즐겨먹는 편이다”고 전했다.
같은 점포서 만난 김소라(23·여) 씨는 “어릴 때부터 포켓몬 캐릭터를 좋아해 종이팩 디자인을 보고 처음 구매하게 됐다”며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포켓몬캐릭터 때문에 다른 소비자들 역시 많은 관심을 갖는 것 같다”고 말했다.
▲ 현재 ‘포켓몬우유’(사진)는 CU와 세븐일레븐 등 일부 편의점에서만 판매되고 있다. 일동후디스 측은 향후 대형마트와 일반슈퍼까지 판로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11월 첫 선을 보인 포켓몬우유는 출시 한 달여 만에 누적판매 100만개를 돌파했다. ⓒ스카이데일리
CU 숭실대역점에서 제품을 구매하고 나온 조혜나(21·여) 씨는 “포켓몬캐릭터를 보고 반가워서 제품을 구매하게 됐다”며 “타사 제품에 비해 가격이 비싼 편이지만 ‘2+1 행사’ 제품임을 감안해 개의치 않고 종종 구매하는 편”이라고 밝혔다.
세븐일레븐 교대점을 운영하고 있는 박혜경(48·여) 씨는 “포켓몬이라는 캐릭터가 젊은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것 같다”며 “특정업체의 제품을 선호하기보다 행사를 실시하거나 눈에 띄는 제품을 구매하는 젊은 고객들의 구매특성상 꾸준한 수요가 이어지는 것 같다”고 흥행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일동후디스 관계자는 “가공유 시장에서 포켓몬우유를 통해 틈새시장을 공략할 것이다”면서 “현재 편의점(CU·세븐일레븐)에서만 판매되고 있는데서 판로를 넓혀 대형마트와 일반슈퍼까지 확대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당초 일동후디스는 ‘흰 우유’에 초점을 맞춰 시장을 공략했다. 2008년부터 순우유·초우유·저지방우유 등을 선보였으나 60%에 육박하는 시장점유율을 보인 유업계 ‘빅3’(서울우유·남양유업·매일유업)의 벽은 높기만 했다. 또한 우유소비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에서 사실 상 레드오션이나 다름없었다.
일동후디스는 시장규모가 줄어들고 있는 상태에서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우유업계서 고객을 이끌어내기 힘들다고 판단하고 가공유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그리고 선보인 첫 제품이 포켓몬우유다. 업계는 현재까지는 성공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사업강화를 위해 포켓몬코리아와 가공유 및 발효유 라이선스 독점계약을 체결한 일동후디스는 구체적인 연매출 목표를 밝히지는 않았으나 ‘제2의 앤업카페’로 키우겠다는 복안이다.
‘아로나민 신화’ 이금기의 딴살림 성공신화…음료사업 방점 찍나 관심
업계는 일동후디스의 이 같은 성과를 두고 흥미롭게 지켜보는 분위기다. 특히 샐러리맨으로 시작해 계열사 지분을 확보하며 독립한 83세 황혼기의 이금기 회장 마지막 꿈인 ‘종합식품기업’ 발판이 마련될 수 있을지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2015년 12월 31일 기준) ⓒ스카이데일리
이 회장은 지난 1960년 영업사원이 불과 5명이었던 일동제약에 입사한 후 ‘아로나민 신화’로 회사를 키운 장본인이다. 1984년부터 일동제약 대표직을 맡은 그는 2010년까지 무려 26년간 재임했다. 이 기간 동안 대표이사 사장으로 출발했던 그의 명함은 대표이사 회장으로 탈바꿈한다.
이후 그는 본인과 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일동후디스 경영에 전념한다. 지난 1996년 본인이 대표직을 맡고 있던 일동제약이 남양산업(일동후디스 전신)을 인수할 당시 개인적 투자를 통해 처음 지분을 확보한 후 점차 지배력을 확보했다.
제약업계와 식품·유업계 등은 일동제약과 일동후디스가 이제는 완전히 독립된 관계나 다름없다고 지적한다. 지배력 면에서 우위를 점한 이 회장이 사실 상 독자적인 경영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이곳의 최대주주는 29.91%의 지분율을 보이고 있는 일동제약이지만 이금기 회장(21.47%)을 비롯한 일가가 보유한 지분 총량은 42.84%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일동제약과 일동후디스 모두 서로를 별도의 사업체로 인식하는 경향이 짙다”면서 “대표 재직 중 지분을 확대한 계열사를 독립적으로 경영하는 고령의 이금기 회장이 최근 잇따라 흥행한 제품들에 기반해 그의 마지막 꿈이라고 알려진 종합식품기업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지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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