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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가 막내딸 또 야심 행보에 ‘위험 승부수’ 시선

곡산 2016. 12. 4. 22:39

재벌가 막내딸 또 야심 행보에 ‘위험 승부수’ 시선

12년 경영 돌연 마침표 ‘의문’…사기업 통한 공격투자 불구 ‘소비자 냉랭’

변효선기자(gytjs4787@skyedaily.com)

기사입력 2016-10-18 00:05:47

 
 ▲ 최근 아워홈이 운영하는 캘리스코가 연이어 새 지점을 오픈하면서 업계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캘리스코의 투자행보를 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아워홈 경영권에서 밀려난 구지은 캘리스코 대표가 외식 사업을 통해 와신상담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선들이 있다. 사진은 아워홈 본사 전경 ⓒ스카이데일리
 
최근 구자학 아워홈 회장의 딸인 구지은 대표의 행보가 여론의 조명을 받고 있다. 구 대표는 LG그룹 및 삼성그룹 창업주의 아들(3남)과 딸(차녀)인 구자학 회장과 이숙희씨 간에 태어난 막내딸이다.
 
18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구 대표는 경영을 도맡고 있는 캘리스코의 멕시칸 패스트푸드 브랜드 ‘타코벨(TACOBELL)’의 사업 확장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면서 업계의 시선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업계에서는 구 대표가 타코벨을 앞세워 활동 보폭을 넓히는 배경으로 아워홈 후계구도와 연관 짓는 여론이 일고 있다. 경영권 승계의 발판을 마련하고자 외부에서 승부수를 던졌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앞서 구 대표는 아워홈의 유력 후계자로 지목되던 중 구자학 회장의 장남이자 오빠인 구본성 부회장이 아워홈 경영 일선에 등장하자마자 돌연 캘리스코 대표로 자리를 옮겨 주변의 궁금증을 낳은 바 있다.
 
아워홈 오너 2세 중 12년 간 경영참여 유일…장남 등장과 동시에 대표직 사퇴
 
업계 및 아워홈 등에 따르면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보스턴대학교 대학원 석사 학위를 마친 구지은 대표는 지난 2004년 아워홈 등기이사 선임과 동시에 본격적으로 기업 경영 참여했다.
 
형제 중 유일하게 아워홈 경영에 참여한 구 대표는 지난 12년 동안 아워홈 내에서 적지 않은 성과를 일궜다. 매출 확대는 물론 사업다각화 까지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었다. 이 때문에 구 대표는 업계 안팎에서 줄곧 아워홈 후계자 1순위로 거론돼 왔다.
 
특히 장남인 구본성 부회장이 아워홈의 최대주주(2015년 말 기준 38.56%) 지위를 지켜오긴 했지만 기업 경영에 관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구 대표가 후계자로 올라설 것이라는 주장은 거의 기정사실화처럼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올해 들어 아워홈 후계구도에 큰 변화가 생겼다. 지난 3월 구지은 대표가 아워홈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동시에 오빠인 구본성 부회장은 아워홈 기타비상무이사로 취임했다. 구 대표는 결국 아워홈을 떠나 자신이 최대주주(2015년 말 기준 46%)에 올라 있는 캘리스코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반면 구 부회장은 승승장구했다. 기타비상무이사에 올라선 지 불과 3개월 만인 지난 6월 아워홈의 대표이사에 올랐다. 최대주주와 대표이사 지위를 모두 가진 구 부회장은 아워홈 유력 후계자 1순위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 구자학 아워홈 회장의 막내딸인 구지은 캘리스코 대표(사진)는 형제 중 유일하게 아워홈의 핵심 보직을 맡으며 12년간 경영에 직접 참여해 아워홈 후계자 1순위로 꼽혀왔다. 그러나 갑자기 후계구도가 급변하면서 장남인 구본성 부회장이 아워홈 대표이사 자리를 맡게 됐다. [사진=뉴시스]

당시 오너 일가의 거취 문제와 관련, 아워홈 안팎에서는 여론이 분분했다. 특히 후계구도가 급변한 이유를 두고 구지은 대표와 원로 임원들과의 불화설, LG家 특유의 장자 승계 원칙 고수, 여성 경영참여 배제 등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아워홈은 “최대 주주의 책임 경영 차원이다”고 선을 그으며 원론적인 답변만을 내놨다.
 
“특정 지역·나이층 위주 선호도 자칫 부메랑…장기적 안목 대중적 인지도 확대를”
 
오랜 기간 아워홈의 유력 후계자로 거론되다가 불과 몇 달 만에 상황이 뒤바뀐 구지은 대표의 행보는 식품업계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특히 최근에는 구 대표의 행보에서 눈에 띌 만한 사항이 수면위로 부상하면서 주변의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구 대표는 최근 캘리스코의 프랜차이즈 외식 브랜드 타코벨의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구 대표가 캘리스코 경영을 맡기 시작한 후 타코벨 매장수가 급격히 증가했다. 타코벨 매장은 지난 2014년 12월 영등포 타임스퀘어에 1호점이 생겨난 이래 구 대표 전 까지 1년 4개월 간 6개(인천공항 3개점, 여의도 메리츠화재점, 영등포 타임스퀘어점)에 불과했다.
 
그러나 구 대표 취임 후인 지난 4월부터 지난달까지  4개가 늘어 총 매장 수는 10개로 증가했다. 캘리스코는 지난 4월 27일 역삼동에 위치한 타코벨 아워홈빌딩점을 시작으로 △종로점 △건대스타시티점 △신촌점 등 약 한 달 간격으로 계속해서 타코벨 매장을 새로 열었다. 한 달에 한 개 꼴로 생겨난 셈이다. 10개 매장 모두 캘리스코 직영으로 운영된다.
 
이런 구 대표의 행보를 두고 최근 업계 안팎에서는 “경영권에서 밀려난 후 스스로 능력을 입증해 보이겠다는 결단 아니겠느냐”는 이야기가 조심스럽게 흘러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구지은 대표가 벼랑 끝 승부수로 타코벨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며 “과연 타코벨을 통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고 전했다.
 
 ▲ 소비자들 사이에서 타코벨의 성공 여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젊은층이 많은 대학가 인근에서는 어느 정도 선방하는 듯 했으나 다른 지역에서는 브랜드 자체가 생소하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사진은 타코벨 종로점 ⓒ스카이데일리
  
구 대표의 공격적인 확장행보에 다양한 해석이 분분한 가운데 아직까지 타코벨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미온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스카이데일리 취재 결과 그나마 외국인이나 젊은층들이 많은 대학가에서는 어느 정도 선방하고 있으나 다른 지역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심지어 브랜드명을 처음 들어봤다는 시민들도 어렵지 않게 만나 볼 수 있었다. 비록 주력 소비자층이 있겠지만 장기적인 안목에서는 좀 더 대중적인 인지도를 쌓을 필요가 있다는 게 소비자들의 반응이다.
  
우선 선방하고 있는 지역의 사례를 보면 지난 달 30일 문을 연 신촌점이 꼽힌다. 이 점포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비교적 긍정적인 편이었다. 인근 대학교에 다니는 외국인과 여대생 고객이 자주 찾는 이유가 컸다. 신촌점 매장에서 만난 신소영(28,여)씨는 “원래 멕시칸 음식을 좋아해 개점 이후 거의 매일 타코벨 신촌점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 생활을 했거나 외국인 친구들의 경우 멕시코 음식이 익숙하기 때문에 타코벨 매장이 들어선 것을 환영하는 분위기다”며 “또 일반 한국인들에게는 색다르고 특별한 음식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긍정적인 반응이 많다”고 덧붙였다.
 
타코벨 신촌점 인근에서 핸드폰 악세서리 가게를 운영하는 안요한(40·가명)씨는 “신촌에는 외국인들이 많이 다닌다”며 “특히 어학원 학생들이 많은데, 그들이 한국인 친구들과 함께 타코벨을 찾는 것을 자주 목격했다”고 설명했다.
 
 ▲ 구지은 대표가 이끄는 캘리스코의 타코벨 매장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랭한 편이다. 브랜드 인지도가 낮을 뿐 만 아니라 제품 역시 아직까지 생소한 측면이 있다는 반응들이 많았다. 사진은 타코벨 건대스타시티점 ⓒ스카이데일리
 
반면 서울 시내 다른 매장들의 상황은 달랐다. 미온적인 반응에서 나아가 회의적인 반응까지 나왔다.
 
종로점에서 만난 유드람(28·여) 씨는 “남편이 멕시코 음식을 좋아해 함께 왔다”며 “그러나 주변 사람들은 (타코벨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생 박지윤(24·여)씨 역시 ‘주변 사람들도 타코벨을 좋아하냐’는 질문에 “나는 좋아하는 편이지만 타코벨을 안가본 친구들은 뭘 파는 곳인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대답했다.
 
타코벨 종로점 바로 위층에 위치한 어학원에 다니는 이준기(26)씨는 “같은 건물에 있지만 학원 친구들이 딱히 많이 찾는 것 같아 보이진 않는다”며 “처음에 오픈하고 호기심에 몇 번 찾았을 뿐 지속적으로 계속 가는 친구들은 없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타코벨 종로점 맞은편에 위치한 식당 직원 장영호(48)씨는 “사람들이 찾는 편이긴 하나 종로치고는 장사가 잘 안 되는 편이다”며 “본사 직영점이니까 그나마 문을 열고 있는 것이지 개인이었으면 벌써 문을 닫았을 것이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내가 운영하는 가게였으면 장사를 접었다”고 덧붙였다.
 
캘리스코가 운영하는 타코벨에 대한 회의적인 반응도 있었다. 현재 국내 타코벨 브랜드 사용권은 캘리스코와 중소프랜차이즈 기업인 M2G가 동시에 갖고 있다. 해외 타코벨 본사 측은 복수 가맹사업자 정책을 운영한다.
 
타코벨 건대스타시티점에서 만난 김준형(20)씨는 “원래 타코벨을 좋아하는데 다른 업체가 운영하는 것에 비해 아워홈이 하는 타코벨은 양이 적고 소스도 맛이 덜하다”고 불만을 내비쳤다.
 
이처럼 소비자들의 반응이 엇갈리면서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도 캘리스코의 향후 행보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나오고 있다. 타코벨이 큰 투자를 감수하며 대규모 상권 위주로 직영점을 늘려가고 있지만 주요 타깃층이 유행에 민감한 젊은층인 만큼 자칫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프랜차이즈 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타코벨은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시킬 만큼 국내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가 아니다”며 “설사 인기를 끌더라도 국내 소비자들의 입맛 변화 주기가 짧은 편이라 성공 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고 우려감을 나타냈다.
 
이어 그는 “예를 들어 한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과거 우후죽순 생겨나던 치즈등갈비의 경우에도 언제 줄 서서 먹었나 싶을 정도로 금세 인기가 식지 않았냐”며 “입맛 주기가 특히나 짧은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한 구 대표의 공격적인 타코벨 사업 확장이 지속적인 매출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캘리스코 관계자는 “브랜드 자체가 유명하고 시장 가능성과 마케팅 조사 이후 중심상권에 매장을 오픈을 한 것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