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겨운 남매커피…오빠도 독립한 동생도 ‘우울’
시장 포화 속 ‘제로섬 경쟁’ 모습…애매한 중고가에 동반 냉랭 “스타벅스 먹지”
유은주기자(dwdwdw0720@skyedaily.com)
기사입력 2016-09-02 12:03:51
▲ 커피남매로 불리던 김도균 탐앤탐스 대표와 김은희 커핀그루나루 대표가 이끄는 두 브랜드가 최근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우려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탐앤탐스, 커핀그루나루 매장 전경 ⓒ스카이데일리
최근 ‘커피남매’로 불리는 김도균 탐앤탐스 대표와 김은희 커핀그루나루 대표, 두 사람의 행보를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토종 커피브랜드 신화를 이들 남매가 이끄는 두 기업 모두 소비자들로부터 외면 받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2일 외식·프렌차이즈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국내 프렌차이즈 커피시장은 크고 작은 업체들의 난립으로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평가가 많다. 이로 인해 과거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했던 커피브랜드들 조차 맥을 못 추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브랜드가 토종 1세대 커피브랜드 카페베네다. 한 때 ‘바퀴벌레’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그 숫자가 급격하게 늘었던 카페베네는 하락세를 거듭하다 결국 주인이 바뀌는 상황까지 내몰린 바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프렌차이즈 커피 시장에서 ‘커피남매’라는 수식어로 익히 유명한 김도균·김은희 대표가 이끄는 기업들도 부진한 모습을 보여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도균 대표가 이끄는 탐앤탐스는 성장이 정체된 모습이고, 동생인 김은희 대표가 이끄는 커핀그루나루는 수년째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탐앤탐스는 할리스커피의 성공을 일군 김도균 대표가 2001년 새롭게 설립한 커피프렌차이즈 기업이다. 2004년 법인으로 전환한 탐앤탐스의 브랜드명은 탐(TOM)이라는 흔한 영문이름을 활용해 좋은 사람들이 만나 커피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커핀그루나루는 김은희 대표가 오빠 김도균 대표의 탐앤탐스 사업을 돕다가 지난 2007년 홀로서기에 나서면서 만든 브랜드다. 물론 홀로서기 과정에서 오빠인 김도균 대표도 어느 정도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커피프렌차이즈 시장 포화 움직임 속 “남매의 제로섬 경쟁 안타깝다” 분분
▲ 자료: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커핀그루나루 [도표=최은숙] ⓒ스카이데일리
커피프렌차이즈 업계 및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김도균·김은희 대표가 이끄는 두 커피프렌차이즈 브랜드의 부진의 원인 중에는 ‘두 남매의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도 언급되고 있어 시선을 모은다. 커피프렌차이즈 브랜드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는 상황에서 서로 인접한 곳에서 비슷한 컨셉의 매장을 운영해 제로섬 경쟁을 펼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두 남매가 본사 이익을 위해 가맹점 늘리기에만 몰두하고 있는데, 결국 경쟁으로 인한 피해는 가맹점주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불거져 나오고 있다.
실제로 서울 시내 매장 중 두 매장이 인접한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기자가 찾아본 곳 만해도 신도림역, 한남점, 노량진역, 강남역 인근 등애서는 꽤 가까운 거리에 두 매장이 위치해 있었다. 특히 지난 7월 신규 오픈한 커핀그루나루 신도림점의 경우 연결된 건물에 탐앤탐스가 50m도 채 되지 않는 거리에 있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탐앤탐스 측은 두 대표의 경쟁을 선의의 경쟁으로 봐달라는 입장이다.
탐앤탐스 관계자는 “커핀그루나루와 탐앤탐스는 독립적인 회사로 별개의 운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서로 매출을 깎아먹기 위한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닌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양사가 선의의 경쟁을 펼친 결과는 그다지 좋지 않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두 곳 모두 수익성 악화 현상을 겪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감원 공시에 따르면 탐앤탐스의 지난 3년간 실적은 △2013년 매출액 757억원 , 영업이익 49억원, 당기순이익 21억원 △2014년 매출액 886억원, 영업이익 65억원, 당기순이익 30억원 △매출액 888억원, 영업이익 44억원, 당기순이익 6억원 등이었다.
▲ 자료: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탐앤탐스 ⓒ스카이데일리
탐앤탐스보다 후발주자인 커핀그루나루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지난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점포수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 커핀그루나루 측에 따르면 지난 2013년 124개에 달했던 매장수는 올 상반기 말 기준 80개로 뚝 떨어졌다. 3년 새 35%나 감소한 셈이다.
커핀그루나루의 최근 3년간 실적은 △2013년 매출액 247억원, 영업손실 9억원, 당기순손실 9억원 △2014년 매출액 209억원, 영업손실 18억원, 당기순손실 22억원 △2015년 매출액 127억원, 영업손실 5억원, 당기순손실 9억원 등이었다.
“이도저도 아닌 특색 없는 브랜드…접근성 좋은 것 빼곤 별 다른 특별함이 없다”
특색 있는 커피전문점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지만 탐앤탐스와 커핀그루나루는 경쟁업체와 비교될 만한 차별성을 갖추지 못한 점 또한 부진의 원인으로 꼽혔다. 자신들만의 ‘특별한 무기’를 찾아볼 수 없다는 게 관련업계의 분석이다.
커피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프렌차이즈 커피브랜드는 주요 판매 제품의 가격대를 기준으로 저가-중가-고가로 분할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탐앤탐스와 커핀그루나루는 이중 중가와 고가 사이에 해당되는 브랜드로 분류된다.
글로벌 커피 브랜드 스타벅스와도 (아메리카노 작은 사이즈 기준 4100원)큰 차이가 없다. 탐앤탐스는 3800원, 커핀그루나루는 4100원이다. 같은 가격이라면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스타벅스’를 택하겠다는 것이 소비자들의 반응이었다.
커핀그루나루는 브랜드의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커피(coffee)와 와인(wine)을 함께 판매하는 것으로 타 브랜드와의 차별성을 뒀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와인 판매가 신통치 않았다. 최근 커핀그루나루는 와인을 판매하는 매장수를 줄이고 있는 추세라는 게 동종업계 한 관계자의 전언이다.
▲ 탐앤탐스와 커핀그루나루는 서울 시내 일부 지점에서 상당히 근접한 거리에 위치해 있기도 했다. 사진은 위에서부터 나란히 있는 모습의 탐앤탐스(노란색 박스)와 커핀그루나루(빨간색 박스) 신도림점, 한남점 매장. ⓒ스카이데일리
기자가 만난 많은 소비자들은 커핀그루나루의 와인판매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심지어 일부 소비자들은 와인판매를 한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커핀그루나루 한남점 이용객 김지수(20) 씨는 “평소 집근처다보니 커핀그루나루는 자주 찾는 편인데도 와인을 함께 판매하는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해당 매장 직원은 “와인을 찾는 손님이 거의 없어 더 이상 판매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새롭게 리뉴얼 오픈한 커핀그루나루 신도림점 바로 옆 이디야 매장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던 대학생들 역시 커핀그루나루에서 와인을 판매하고 있는 사실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
최한별(25), 김보라(25), 고승범(24)씨는 ‘커피전문점에서 와인을 판매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고개를 가로저으며 “별로다”고 짧게 답했다. 이들은 또 “카페는 조명이 밝아서 술을 마실 수 있는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다”며 “일반적으로 와인은 분위기 있는 바(bar)나 레스토랑에서 먹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이 같은 반응에 대해 커핀그루나루 관계자는 “고객들 중 와인 메뉴를 즐기는 소비자층이 있다”며 “최근 리뉴얼된 대학로점과 신규 오픈한 퍼플멤버스 신도림 점 역시 와인메뉴를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가격정책에 대해서는 신중한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남매인 두 대표 간 경쟁에 관한 답변은 거절했다.
탐앤탐스는 론칭 초반 24시간 매장 운영 및 흡연실 설치 등으로 고객들의 발걸음을 유도했다. 그러나 이 같은 서비스는 더 이상 ‘특별한 무기’라고 불릴 만한 요소들이 아니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상당수 커피 전문점들이 흡연실을 운영하고 있으며, 24시간 매장을 운영하는 곳도 점차 늘고 있기 때문이다.
탐앤탐스 외에도 24시간 매장을 운영하는 곳은 할리스커피, 투썸플레이스, 커피스미스, 달콤커피 등 다양하다. 탐앤탐스의 주력 디저트 메뉴이던 프레즐 역시 타 매장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메뉴가 됐다. 이로 인해 탐앤탐스의 매장의 접근성 빼고는 딱히 장점을 찾지 못하겠다는 소비자들의 의견이 많았다.
탐앤탐스가 1층에 입점돼 있는 삼성화재 서초타워 오피스 빌딩에 근무하는 김한별(26)씨는 “회사건물이다 보니 종종 이용하긴 하지만 가장 선호하는 커피전문점은 스타벅스다”며 “탐앤탐스에서는 맛이나 인테리어 등 더 좋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대학생 박성인(25)씨는 “공부를 하기 위해서 종종 탐앤탐스를 이용한다”며 “그러나 지하철 역과 가깝거나 약속장소 근처에 있기 때문에 이용하는 것이지 딱히 선호해서 오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 역에서 조금만 떨어져 있는 탐앤탐스와 커핀그루나루의 매장은 손님들이 없어 한적한 모습이었다. 사진은 왼쪽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커핀그루나루 한남점, 서초플래티넘점, 탐앤탐스 한남점, 서초타워점 ⓒ스카이데일리
공무원 수험생들이 밀집해있는 노량진역점 탐앤탐스와 커핀그루나루 매장 이용객 역시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학원 근처에 위치한데다 메인대로변에 있다 보니 자주 찾게 된다는 것이지 특별한 이유는 없다는 게 많은 소비자들의 반응이었다.
커핀그루나루 매장 이용객 이미소(26)씨는 “공부하러 자주오긴 하지만 특별히 커피가 맛있어서 오는 것은 아니다”며 “테이크아웃할 때는 바로 옆에 있는 개인사업자가 운영하는 곳을 주로 이용한다”고 답했다.
저가커피 공세에 “문제 없다” 자신감…탐앤탐스에 국세청 조사4국 투입된 ‘이유는’
최근 커피에 반하다, 이디야, 빽다방 등 저가커피 전문점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개인 소규모 창업까지 늘면서 기존 커피프렌차이즈 브랜드의 입지가 점차 좁아지고 있다. 또 기존 프리미엄 커피의 대명사격인 스타벅스는 높은 인기를 바탕으로 타 브랜드들의 입지를 위협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탐앤탐스는 프리미엄 브랜드와 저가 브랜드 사이에서 샌드위치가 된 형국이다”며 “이것도 저것도 아닌 애매한 위치에 놓인 셈이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탐앤탐스 측은 이 같은 평가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탐앤탐스 관계자는 “저가커피 브랜드의 열풍으로 인해 매출이 감소된 것은 아니다”며 “별도의 타깃층을 겨냥하고 있고 지난해 매출은 큰 변동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익성이 악화된 것은 신규사업 확장으로 인한 인력충원 등으로 인한 비용이 늘어났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탐앤탐스는 지난달 초 국세청으로부터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기적인 세무조사가 아닌 국세청의 중수부로 불리는 조사4국이 비정기 세무조사를 펼친 배경에 대해 업계의 관심이 모아졌다. 이를 두고 지난 2014년 탐앤탐스가 4년 치 감사보고서를 일괄 정정한 것과 관련이 있지 않겠냐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이에 대해 탐앤탐스 관계자는 “지난주 (세무)조사는 마무리 된 상태다‘며 ”아직 정확히 어떤 사안으로 인해 조사를 받은 것인지는 답할 수 없지만 다른 기업들도 함께 받은 것에 비춰볼 때, 특별한 사안은 아닐 것이다“고 두루뭉술한 답변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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