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사

카레신화 잇는 철옹성 카레2세 ‘라면시장도 돌풍’

곡산 2016. 12. 4. 22:34

카레신화 잇는 철옹성 카레2세 ‘라면시장도 돌풍’

82% 독보적 점유 굳히기 ‘신제품 라인업’…라면도 존재감 드러내며 1위 맹추격

김인희기자(ihkim@skyedaily.com)

기사입력 2016-10-27 12:50:03

 ▲레토르트 식품의 대표격인 ‘3분카레’ 를 생산해 낸 오뚜기가 가정간편식 시장이 성장하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오뚜기는 주력제품의 입지를 강화해 브랜드 가치를 높히는 한편 라면·즉석밥 등 레토르트식품 종류를 다양하게 선보이며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최근 ‘가정간편식(HMR, Home Meal Replacement)’ 시장의 성장세가 두드러지면서 국내 식품업계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오뚜기가 덩달아 조명을 받고 있다. 오뚜기는 최근 레토르트 식품(retort food)의 대표주자격인 카레, 라면 등에 대한 영역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레토르트 식품은 오래 보관할 수 있도록 살균해 알루미늄 봉지에 포장한 제품이다. 바빠진 생활 패턴으로 인해 ‘빨리빨리’ 문화가 형성되고, 싱글족까지 점차 증가하면서 레토르트식품의 인기는 점차 높아지고 있다. 관련 시장의 성장 또한 이와 같은 맥락이다.
 
과거 레토르트 식품은 카레, 라면 등이 대부분이었으나, 소비자들의 기호가 다양해지면서 즉석 밥, 죽, 반찬 등 종류가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또 레토르프 식품의 최대 단점으로 꼽혔던 질적인 측면을 보완한 ‘프리미엄 레토르트 식품’도 속속 등장하는 추세다.
 
오뚜기 창업주 고 함태호 명예회장, 국민 먹거리만 생각한 ‘진정한 식품장인’ 평가
 
식품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레토르트 식품의 인기 덕분에 ‘오뚜기’의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레토르트 식품의 대표주자인 카레를 국민적인 음식으로 발전시킨 장본인으로 지목돼 온 기업이 바로 ‘오뚜기’이기 때문이다. 오뚜기를 일컬어 ‘카레원조’라 부르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오뚜기와 카레와의 인연은 창업주 고 함태호 명예회장이 한창 사세를 키우던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30년에 함경남도 원산에서 태어난 함 명예회장은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1969년 오뚜기의 전신인 ‘풍림상사’를 설립했다. 1971년 법인전환 후 1973년 오뚜기식품공업, 1980년 오뚜기식품 등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함 명예회장은 1981년 지금의 오뚜기를 만드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레토르트식품 ‘3분카레’를 처음 출시했다. ‘3분카레’는 출시되자마자 소비자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불러일으키며, 판매 첫해에만 400만개를 웃도는 판매고를 올렸다. 국민들 사이에서 ‘카레’라는 요리의 정식 이름 대신 ‘3분카레’라는 제품명이 더욱 유명세를 탔을 정도였다.
 
 ▲ 카레왕 또는 카레신화로 불려온 오뚜기 창업주 고 함태호 명예회장이 지난달 별세했다. 함 명예회장은 국민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식품을 만들겠다는 일념 아래 국내 식품산업 발전에 한 획을 그은 인물로 평가된다.  이를 이어받은 2세 경영인 함영준(사진) 회장은 독보적인 카레시장의 위상을 굳히면서 라면시장에서도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3분카레의 높은 덕분에 ‘오뚜기’라는 기업 브랜드 가치도 함께 상승했다. 덕분에 오뚜기 제품에 대한 국민 신뢰도도 높아졌다. 오뚜기는 이를 이용해 라면·즉석밥 등 레토르트식품 종류의 다양화와 함께 다른 식품들도 출시하며 국내 굴지의 식품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이런 배경 때문에 레토르트 식품인 ‘3분 카레’는 지금의 오뚜기를 만든 제품으로 평가된다. 또 ‘3분카레’를 탄생시킨 주인공 함 명예회장은 ‘카레왕’으로 불렸다.
 
지난달 12일 함 명예회장은 향년 86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오로지 식품산업의 발전을 위해 외길 인생을 걸어오며, 국민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식품을 만들겠다는 일념 하나로 살아온 그였기에 국민들 사이에서는 안타까움을 나타내는 목소리가 상당했다.
 
카레왕 명맥 잇는 오뚜기 2세 함영준, 라면·카레 ‘쌍끌이 전략’ 앞세워 ‘제2의 도약’
 
최근 식품업계에는 오뚜기에 대한 남다른 기대감을 드러내는 여론이 일고 있다. 정확히는 함 명예회장의 장남이자 오뚜기의 2세 경영인 함영준 회장 시대를 맞이하는 오뚜기의 행보에 대한 기대감이다.

오뚜기 및 식품업계 등에 따르면 앞서 함 명예회장은 지난 2010년 장남인 함 회장에게 가업을 물려준 후 스스로 조력자 역할을 자처했다. 사실상 2세 경영이 시작된 셈이다. 함 회장이 오뚜기 경영에 참여한 지 무려 33년여 만에 일이다.
 
함 회장은 한양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 미국 남캘리포니아대학원 MBA를 이수한 후 지난 1977년 오뚜기에 입사했다. 1998년 오뚜기 부사장에 올랐고, 대표이사 부사장, 대표이사 사장 등을 거쳐 2010년 마침내 회장에 올랐다.
 
함 회장은 회장에 오른 후 오뚜기의 성장을 도모하는 데 열중했다. 주력 제품의 입지를 확고히 다지는 한편 취약 제품군에 대해서는 역량을 더욱 강화했다. 그 결과 현재 국내 카레시장에서 오뚜기 제품의 강세는 여전하다. 시장조사업체 AC닐슨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국내 카레시장에서 오뚜기 제품의 점유율은 81.8%에 달한다.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도표=최은숙] ⓒ스카이데일리

그러나 함 회장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카레 제품에 대한 역량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특히 올해 상반기에는 △인도와 태국스타일의 3분카레 △맛있는 허니망고 카레 △맛있는 버터치킨 카레 등 다양해진 소비층의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 주력 제품의 라인업을 늘렸다. 함 회장이 부친이 일군 카레 신화를 고스란히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함 회장은 차와 건강식품, 라면 등 사업다각화를 시도하며 ‘함영준 시대 오뚜기’의 색깔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존재감이 미비했던 라면 제품에 대한 투자를 통해 각종 성과를 이끌어 내고 있다. 성과는 숫자로 드러났다. 지난해 10월 짬뽕라면 ‘진짬뽕’을 출시해 50여일만에 1000만개, 100여일만에 5000만개 판매기록을 세웠다.
 
지난 8월 말 기준 오뚜기는 진짬뽕 인기에 힘입어 라면업계 시장점유율 23%를 기록했다. 오뚜기는 전통의 라면강자였지만 3위로 추락한 삼양과는 12.8% 포인트 차이로 앞서가며 2위 자리를 굳혔다. 1위 기업인 농심과의 격차도 점차 줄고 있다. 전체 매출액 중 라면류의 매출이 30%를 넘어선 오뚜기를 두고 식품업계에서는 ‘라면으로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함 회장 주도의 주력·비주력제품 모두를 키우는 전략, 이른 바 ‘쌍끌이 전략’은 실적 상승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최근 3년간 오뚜기의 실적(연결)은 ▲2013년 매출액 1조7282억원, 영업이익 1051억원, 당기순이익 922억원 ▲2014년 매출액 1조7817억원, 영업이익 1159억원, 당기순이익 941억원 ▲2015년 매출액 1조8831억원, 영업이익 1334억원, 당기순이익 1049억원 등으로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이와 함께 오뚜기는 2005년 1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무려 46분기 동안이나 연속 흑자를 기록하는 쾌거를 이뤘다.
 
금감원에 따르면 앞서 함 명예회장은 회장직을 넘겨준 후에도 오뚜기의 최대주주 지위는 유지했었다. 그러나 타계 직전인 지난 9일 보유주식 가운데 10만5000주(3.05%)를 오뚜기재단에 기부했다. 당일 종가 기준으로 698억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1996년 함 명예회장이 세운 오뚜기재단은 매 년 장학금을 지원하는 등 재단 본연의 목적에 충실한 활동을 꾸준히 펼쳐 호평을 받아왔다.
 
함 명예회장의 주식 기부 후 오뚜기의 최대주주는 기존 함 명예회장에서 아들인 함 회장(15.38%)으로 변경됐다. 또 함 명예회장 타계 이후 살아생전 그가 보유한 지분(13.53)는 아직 상속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주식 대부분은 함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에게 넘어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