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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척 배로 일군 원양선단그룹 ‘후계는 꼼수’ 구설

곡산 2016. 12. 4. 22:28

한척 배로 일군 원양선단그룹 ‘후계는 꼼수’ 구설

편법승계 시선, 오너3세 기업에 일감몰고 지배체제구축 ‘최대주주 옹립’

임현범기자(hby6609@skyedaily.com)

기사입력 2016-11-22 00:07:35

국내 재계를 대표하는 재벌 총수들의 후계 승계 문제는 항상 세간의 관심을 불러모으는 빅이슈다. 국내 재벌총수들은 주로 거미줄처럼 복잡한 상호출자 또는 지주사를 통한 지배구조를 구축해 계열사 전반에 걸쳐 영향력을 행사한다. 오너일가가 보유한 지분이 적지 않은만큼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막대한 상속·증여세가 따라오는데, 이는 재벌 총수 입장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모든 기업들이 그렇진 않지만 일부 재벌 총수들은 이때 발생하는 세금 등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 각종 편법과 꼼수를 동원해 비판 여론에 휩싸이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 자산 규모 2조4000억원에 달하는 중견기업인 ‘사조그룹’이 오너 3세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잡음이 일고 있어 이목이 쏠린다. 스카이데일리가 3세 경영 체제 구축에 성공한 사조그룹의 오너일가 지배구조 및 후계승계 과정 등을 취재했다.

 ▲ 최근 오너 3세에 경영권 승계작업을 마무리한 사조그룹이 편법 승계 시선을 받고 있다. 특히 후계 승계 과정에서 경영진 감시 및 견제를 담당해야 할 이사회마저 제 기능을 상실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사조그룹 오너 일가의 경영 행보를 둘러싼 잡음이 일고 있다. 경영권 승계 작업을 진행하면서 사실상 3세 경영 체제 구축에 성공했지만 이 과정에서 편법 승계로 비춰질 만한 정황이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특히 이러한 편법 승계 과정에서 경영진 감시 및 견제를 담당해야 할 이사회가 제 기능을 상실했다는 주장도 나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사조그룹 안팎에서는 과반수 이상의 지분을 가진 오너 일가가 도덕성을 의심할 만한 ‘황제 경영’과 동시에 주주권익까지 침해했다는 여론까지 일고 있다.
 
오너3세 개인회사, 지배구조 ‘정점’…일감몰아주기·편법승계 논란
 
금융감독원 및 사조그룹 등에 따르면 얼마 전 사조그룹은 ‘오너 3세’ 체제로 승계 작업이 마무리됐다. 기존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 중심의 지배구조에서 장남인 주지홍 사조해표 상무 중심의 지배구조로 바뀌었다. 지배구조 개편에는 증여가 아닌 계열사 간 지분 거래 방식이 이용됐다.
 
승계작업은 주력계열사인 사조산업에 대한 지배력 구축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이를 위해 주 회장은 지난달 27일 시간외매매 방식으로 사조시스템즈에 주력 계열사인 사조산업 주식 25만주(지분율 5%)를 매각했다. 동시에 주 상무는 사조해표가 보유한 사조산업 지분 5만주를 시간외매매로 사들였다.
 
 ▲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도표=최은숙] ⓒ스카이데일리

이를 통해 주 회장은 지분율이 기존 19.94%에서 14.94%로 낮아지면서 ‘2대 주주’로 밀려났다. 반면 사조시스템즈는 사조산업 지분율을 기존 18.75%에서 23.75%까지 끌어 올리며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직접 지분을 매입한 주 상무 소유 지분율도 1% 올랐다. 사조산업에 대한 주 상무의 직·간접적 지분율은 최종적으로 6% 가량 오른 것으로 추산됐다.
 
관련업계 안팎에서는 사실상 이번 거래를 통해 사조산업의 경영 승계가 마무리됐다는 시각이 많다. 사조그룹 주요 계열사 지분을 보유한 핵심 계열사인 사조산업의 최대주주로 올라선 사조시스템즈는 지난해 말 기준 주 상무가 최대주주(39.7%)에 올라 있는 계열사로, 줄곧 2세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특히 같은 날 주 상무가 사조해표로부터 사들인 사조산업 주식 5만주까지 더하면 주 상무가 사조산업에 직간접적으로 보유한 지분은 28.62%에 달한다. 사실상 주 회장을 제치고 장남인 주 상무로 후계 승계가 마무리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이번 사조그룹의 경영 승계에 대해 전형적인 편법승계라는 시각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감몰아주기로 오너2세 사기업의 배를 불린 후 벌어들인 돈을 이용해 지분 매입을 시도했다는 이유에서다.
 
금감원 및 경제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사조시스템즈는 사조그룹의 전폭적인 ‘일감 몰아주기’ 지원을 바탕으로 급성장한 계열사로 평가된다. 부동산 매매 및 임대업, 용역경비업, 광고대행업, 컴퓨터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개발판매업, 전산업무 용역업 등을 영위했는데 연간 내부거래 비중이 적게는 60%에서 많게는 90% 이상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스카이데일리

상장된 기업만 6개에 달하는 사조그룹은 이처럼 후계 사기업이나 다름없는 사조시스템즈에 많은 일감을 몰아줬다. 사조시스템즈는 그룹 일감으로 번 돈을 이용, 사조산업 지분율을 단기간 내 급격히 늘렸다. 실제로 지난해 7월까지만 해도 사조산업 지분 1.97%에 불과했다.
 
하지만 같은해 8월 주 회장으로부터 사조산업 주식 50만주를 매입했다. 또 교환사채매입 및 사조인터내셔널과 합병 등의 과정을 거쳐 지난해 12월 사조산업 주식 33만9000주를 추가로 확보했다. 이번에 주 회장으로부터 25만주를 추가로 매수하면서 결국 사조시스템즈가 최대주주에 등극했다.
 
무늬만 감사위원회에 거수기 시선 이사회…오너家 ‘황제 경영’ 논란도
 
업계 안팎에서는 사조그룹 편법 승계 논란의 배경으로 오너일가의 제왕적 지배구조를 지목하고 있다. 상장 핵심계열사인 사조산업은 오너일가 지분율이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사실상 오너일가 의지가 크게 작용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경영진 감시 및 견제를 담당해야 할 이사회마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사조산업 이사회는 사내이사 4명, 사외이사 3명 등 총 7명의 등기임원으로 구성돼 있다. 상근 사내이사는 주 회장과 김정수 이사, 비상근 사내이사는 이인우, 이일향 이사가 맡고 있다. 이일향 이사는 주 회장의 모친이다.
 
 ▲ 자료: 사조산업 및 금감원 ⓒ스카이데일리

비상근 사외이사는 최칠규, 박사천, 이명성 이사가 맡고있는데 이들 사외이사가 이사회내 감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다. 감사위원회는 기업의 회계 및 업무전반에 대한 감사를 담당한다. 사실상 경영진의 잘못된 경영 행보를 견제하거나 감시할 수 있는 기구인 셈이다.
 
하지만 이들 사외이사 경력을 살펴보면 제대로 된 기업 파수꾼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업계 안팎에서 새어나온다. 이명성 사외이사는 과거 사조산업 영업본부장, 사조오양 대표이사, 사조시스템즈 대표이사 등을 지냈다.
 
박사천 사외이사 역시 1974~1997년까지 무려 23년간 사조산업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사실상 사조그룹 출신 인사가 감사위원회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제대로 된 경영진 감시 및 견제 역할을 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감사위원회는 올해들어 33회에 걸친 의안을 논의했지만 이를 모두 가결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주주들의 권익을 대변하기보단 경영진 이익만을 대변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를 두고 업계 한 관계자는 “주 회장이 오너일가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개인회사를 키운 뒤 이를 경영 승계도구로 활용하는 전형적인 편법 승계를 하는 모습이다”며 “상장사 주주들의 권익 침해는 물론 공정경쟁과도 거리가 먼 꼼수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오너일가가 과반수 이상의 지분을 바탕으로 사실상 황제 경영을 펼치고 있지만 이를 견제할만한 기구조차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며 “단적으로 사조산업내에 4개의 위원회가 있지만 사외이사후보추천위가 빠져있는 것만 봐도 오너일가 의도가 드러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