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업계 총수일가 의아한 행보 ‘이래도 되나’ 분분

유업계 총수일가 의아한 행보 ‘이래도 되나’ 분분

지주사 전환계획 발표 전 거액 주식매입…증권가 “미공개 정보 사적이용” 의혹

변효선기자(gytjs4787@skyedaily.com)

기사입력 2016-12-01 00:23:53

 ▲ 국내 유업계 1위 매일유업의 총수 일가가 지주사체제 전환 발표 전 다량의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지배력 강화를 위해 내부 정보를 이용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된 상태다. 사진은 매일유업 본사 ⓒ스카이데일리

최근 매일유업 오너 일가가 기업 지배력 강화를 목적으로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여론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매일유업 오너 김정완 회장과 그 가족들은 지주회사체제 전환을 위한 매일유업의 인적분할 결정 발표를 불과 3~4개월 가량 앞두고 21억원이 넘는 거액을 들여 매일유업 주식을 매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증권가 일각에서는 “통상적으로 지주회사 전환의 목적이 오너 지배력 강화라는 점에 비춰볼 때, 사전 주식 매입 역시 지주회사 전환 후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며 “만약 실제로 그런 의도가 있었다면 미공개 정보를 사익 추구에 이용한 셈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매일유업 오너 김정완 회장 일가, 지주회사 전환 발표 전 매일유업 주식 매입 ‘왜’

 

금감원 및 유업계 등에 따르면 매일유업은 지난 22일 공시를 통해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단순·인적 방식의 회사 분할 계획을 발표했다. 분할 후 존속기업은 매일홀딩스로 사명 변경 후 지주회사 역할을 수행한다. 분할 후 새롭게 신설되는 기업은 매일유업 사명을 사용하면서 주력사업인 유제품 제조·판매업을 영위한다.

 

분할 예정일은 내년 5월 1일이다. 매일유업은 이번 기업 분할의 목적에 대해 “지주사 체제 전환을 통해 경영 효율성과 투명성을 극대화하고, 장기 성장을 위한 기업 지배구조를 확립하기 위해서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기업 분할 발표 후 매일유업 주주 및 관련업계, 증권가 등에서 기존에 없던 새로운 의혹이 불거져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지주회사 전환 결정을 불과 몇 달여 앞둔 시점에 오너인 김정완 회장과 그 일가가 주식을 매입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지배력 강화를 위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한국거래소 [도표=최은숙] ⓒ스카이데일리

 

실제로 금감원 및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지주회사 전환 목적의 기업 분할 결정을 발표하기 약 3~4개월여 전인 지난 7~8월 김 회장과 아내 정희승 씨, 아들 김오영 씨 등은 모두 매일유업 주식을 매입했다. 총 12차례에 걸쳐 약 21억4000만원 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당시 거래를 통해 아내 정 씨와 아들 김 씨는 처음으로 매일유업 주주로 등극했다.

 

김 회장 일가의 주식 매입 현황을 세부적으로 보면 우선 김 회장은 지난 7월 6일부터 14일까지 총 6차례에 걸쳐 매일유업 주식 4만3640주를 장내매수했다. 김 회장이 주식매입에 들인 돈은 18억3793만원에 달했다.

 

아내 정 씨는 8월 18일부터 23일까지 5일 동안 4차례에 걸쳐 주식을 사들였다. 정 씨가 매입한 주식은 총 6400주, 금액으로는 2억3828만원 규모였다. 또 아들 김 씨는 7월 20일과 21일 이틀에 걸쳐 매일유업 주식 1524주를 6274만원을 들여 매입했다.

 

“지주회사 전환 전 지분율 높이면 지배력 강화 유리”…미공개 정보 이용 논란

 

증권가 및 전문가 등에 따르면 지주회사 전환을 공식화하기 전에 오너 일가가 주식을 매입한 것은 시기나 정황으로 볼 때 지배력 강화 시도로 비춰질 여지가 있다는 의견이다. 통상적으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배경에는 오너의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목적이 짙게 깔려 있기 때문이다.

 

지주회사 전환을 통한 오너 지배력 확보에 가장 많이 이용되는 절차는 이렇다. 우선 지주회사와 사업회사의 인적 분할을 실시한다. 이어 오너 소유 사업회사 지분을 지주회사가 매입한다. 이 때 지주회사는 주식 대금을 현금으로 지급하거나 혹은 유상신주 발행 후 현물로 대신 납부한다. 이 과정을 거치면 오너의 지주회사 지배력은 더욱 공고해진다.

 

이번에 지주회사 전환을 공식화 한 매일유업 역시 이 과정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다. 만약 이런 절차로 진행된다면 인적분할되기 전 지분을 많이 갖고 있을수록 향후 지배력 강화에 유리해진다.

 

 ▲ 김종완(사진) 회장 일가는 지주사 전환 발표 불과 3~4달 전인 7월과 8월 두 달 사이에 12차례에 걸쳐 약 21억원 어치의 매일유업 주식을 사들였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아내인 정희승씨와 아들 김오영씨의 경우 이전까지는 한 주의 주식도 없었던 점을 들어 미공개 정보 이용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상태다. [사진=뉴시스]

경제시민단체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지주사 전환 등과 같은 규모가 큰 사안은 오너 혹은 최고경영자의 경영적 판단 하에 수개월 혹은 수년전부터 계획된다”며 “김 회장과 그 일가가 지주사 전환 발표 불과 몇 달 전 다량의 매일유업 주식을 사들인 것에 대해 의혹 어린 시선이 나오는 이유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특히 아내 정희승 씨와 아들 김오영 씨는 김정완 회장이 2010년 3월 대표이사 회장 자리에 오른 후 6년여 동안 단 한 주의 주식도 보유하지 않다가 갑자기 회사 분할 결정 발표 전 주식을 매수했다”며 “이 부분은 단순 우연의 일치로만 보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현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74조에 따르면 법인의 임직원과 대리인 등은 그 직무와 관련된 미공개 중요정보를 특정 증권 등의 매매 및 그 밖의 거래에 이용하거나 타인에게 이용하게 해서는 안 된다. 투자자의 투자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미공개 중요정보도 마찬가지다.

 

미공개정보 이용행위의 금지 조항을 어길 경우 2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지며, 그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이 5억원 이상인 때에는 가중처벌된다. 단, 상당기간 동안 주식 등을 보유하거나 미공개정보를 그 주식 및 특정증권 등의 매매, 그 밖의 거래에 이용할 의사가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처벌 대상에서 제외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