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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9주년 특집(2)]세계를 내 손안에④-농심“우리 맛 그대로 심는다” 전략

곡산 2015. 10. 13. 08:09

[창간 19주년 특집(2)]세계를 내 손안에④-농심“우리 맛 그대로 심는다” 전략
‘매운맛 신라면’ 아시아 넘어 지구촌 입맛 잡기

손정호 기자  |  sonjh52@thinkfoo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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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9.23  01:5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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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1등 라면기업 농심은 우리의 맛을 강조하며 라면 종주국인 일본은 물론 중국과 미국, 유럽 등으로까지 수출 범위를 넓히고 있다.
 
현재 농심은 중국, 미국, 일본, 호주 법인을 중심으로 해외사업을 펼치고 있다. 현재 전 세계 100여 개국에서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데, 농심의 해외시장 매출은 2012년 4억4000만 달러에서 2013년 4억5500만 달러, 작년 4억9000만 달러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농심은 올해 세계 라면시장의 허브인 아시아 지역을 집중 공략한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강조했다. 작년에는 아프리카 시장 개척, 수출 국가 확대 등 신시장 개척에 주력했다면 올해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해외 매출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세계 최대 라면 소비국 중국을 포함해 홍콩, 대만, 필리핀, 베트남,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핵심국가’를 적극 공략하고, 이외 호주 지역까지 전략적 지역에 포함시켜 농심의 ‘아시안 벨트’를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중국에서는 백산수로 생수 시장에 본격 진출하고 온라인 사업 확대와 함께 서부 지역 신시장 개척에 본격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또한 동남아에서는 각국 현대유통을 공략하는 동시에 전통시장과 할랄시장 등 틈새를 공략하며, 호주에서는 제2의 도시 멜버른과 브리즈번 등 남북으로 판매망을 넓혀나갈 계획이다.
 
농심 관계자는 “농심의 해외시장 진출 제1의 원칙은 ‘우리의 맛을 그대로 심는 것’이다. 제품의 맛과 특성을 현지 사정에 끼워맞추지 않는다”며 “제품의 맛을 현지 특성에 맞추는 것은 이미 현지에 맞춰 자리 잡은 제품들과의 경쟁을 의미한다. 우리만의 독특한 차별화된 제품을 어필하지 않는 한 해외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 해외 진출 철학”이라고 말했다. 
 
   
△중국 백두산에 위치한 농심 백산수 공장 전경.
 
■ 일본
 
   
 △농심의 수출용 신라면 봉지(오른쪽)
농심은 1981년 첫 해외 사업장으로 일본 동경사무소를 설립하면서 라면 종주국 진출을 시작했다.
 
농심은 라면의 발상지라고 할 수 있는 일본에서 신제품, 신기술 개발에 관한 제반 정보 수집을 위해 사무소를 설립했다. 이후 계속 수출시장 확대를 모색해온 끝에 1986년부터 본격적으로 수출하며 일본시장에 진출했다.
 
농심은 각 국가별 유통시장의 특성에 따라 각기 다른 전략으로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데, 라면의 종주국 일본에서는 한국의 매운맛을 무기로 일본 본토를 공략한다는 전략을 수립했다. 
 
농심은 신라면을 앞세워 미소된장, 간장 베이스 위주의 일본 라면시장에서 매운맛으로 승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더불어 농심은 편의점이 발달한 일본 유통시장을 적극 공략하기 위해 일본 주요 편의점들과 손을 잡았다. 1997년부터 일본 최대 편의점인 세븐일레븐에 신라면을 입점시키는데 성공했으며, 이어 일본 패밀리마트 등 여러 편의점들이 속속 농심 신라면 취급을 희망하면서 일본 전역으로 공급을 넓혔다. 
 
최근에는 신라면을 시식할 수 있는 ‘신라면 키친카’를 제작해 일본 주요 시가지에서 신라면 시식행사를 펼치고, 프로야구단 ‘소프트뱅크 호크스’와 함께 ‘신라면 스페셜 데이’ 행사를 주최하는 등 활발한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 중국 
 
   
△중국 관광객들이 북경에서 농심 라면 제품들을 자랑하고 있다.
 
농심은 중국 진출을 위해 라면에 대한 개념을 새롭게 정립하면서 중국 시장 특성에 맞는 마케팅 전략을 수립했다. 
 
농심이 중국 진출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은 서울올림픽을 전후한 시점이었다. 당시 중국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 도입을 시도하는 중이었고, 이러한 분위기를 타고 많은 국내 기업들이 중국 진출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농심은 중국 시장의 규모와 성장 가능성 면에서 진출 필요성을 느꼈지만,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넌다’는 신중한 자세로 진출의 때를 심사숙고했다고 전했다. 
 
드디어 1996년 농심은 중국 시장 가능성과 규제, 제도 등의 문제가 안정화된 것을 확인하고 난 뒤 그해 상해공장을 준공하며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한 본격적인 첫 걸음을 내디뎠다.
 
농심은 먼저 매주 주말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시식행사와 홍보를 펼치며 ‘끓여먹는 라면이 더 맛있다’는 것을 알렸다. 중국 시장에 진출할 당시 중국인에게 라면은 ‘물을 부어 간단히 먹는 음식’이라는 개념이 강했는데, 끓여서 먹는 라면을 귀찮게 여기는 중국인들의 심리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그 결과 북방지역은 60% 이상의 소비자들이 라면을 끓여먹는 것으로 조사될 만큼 중국인들에게 ‘라면은 끓여먹는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또한, 농심은 마오쩌뚱의 말 ‘不到長城非好漢’을 패러디해 ‘매운 것을 못 먹으면 사내 대장부가 아니다(吃不了辣味非好漢)’는 카피를 만들어 홍보에 나섰다. 아울러 신라면을 고가의 프리미엄 라면으로 포지셔닝하면서 중국 시장을 파고들었다.
 
현지화 광고 전략을 통해 중국인들이 갖고 있는 라면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려는 노력을 하는 한편, 그들의 독특한 정서와 심리를 자극할 수 있는 전략을 펼친 것이다.
 
   
△상해 대형마트에 전시된 농심 제품들.

이와 더불어 광활한 중국 대륙은 온라인을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을 간파하고 이에 맞는 마케팅 전략을 수립했다. 
 
농심 중국법인은 2013년 2월 한국 식품업계 최초로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타오바오(www.taobao.com)’와 직영 판매 계약을 맺었다. 4월 초부터 타오바오 내 B2C 전용공간인 타오바오몰(天猫)에 농심식품전문관(농심식품기함점, 农心食品旗舰店)을 개설하고, 신라면과 새우깡 등 50여종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농심의 분석적 전략 덕분에 농심은 타오바오 쇼핑몰 진출 1년 만에 약 125%의 성장률을 보였다.
 
이에 멈추지 않고 농심은 마케팅, 영업, 물류 담당자로 구성된 현지 온라인사업 전담팀을 신설했으며, 상해와 심양, 청도 등 중국 내 생산거점과 영업망을 활용해 중국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한다는 전략이다. 
 
농심 관계자는 “중국 시장에는 매운 맛 라면이 생소한 개념이었고, 중국 라면에 비해 고가였기 때문에 시장에서 자리 잡기 위해선 특별한 전략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중국 동남아 호주 아우르는 ‘아시안 벨트’ 구축
100여 개국 판매 작년 매출 4억 9000만 불로 성장
미국 월마트-영국 테스코 등 진출 백인 시장 공략 
 
■ 미국  
 
   
△할리우드 영화에 등장한 농심 너구리.
 
미국에서 농심은 한인과 아시아계로부터 주류 사회로 점점 발을 넓혀가고 있다.
 
농심은 1971년 최초로 미국 LA 지역에 라면을 수출했고, 1980년대 LA 지역 교포들에게 너구리가 인기를 얻으며 미국 수출을 본격화했다. 이어 2005년 LA 공장을 가동하며 미국 진출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농심은 유통환경이 선진화된 미국에서는 현지 메이저 유통회사와의 잇따른 계약으로 글로벌 행보를 넓혀가고 있다고 전했다. 
 
농심의 미국 진출 초기 농심 라면의 주소비층은 한인들이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점차 다양화돼 1998년 무렵에는 중국, 베트남,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계가 약 25%, 중남미 계통의 인종인 히스패닉계와 비주류계층이 10%를 차지하는 등 한인 이외의 소비층이 35% 이상으로 확대돼 다양한 인종이 즐겨 찾는 보편화된 먹을거리로 자리 잡게 됐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메인스트림이라 불리는 백인마켓의 선전에 힘입어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농심은 한국 식품업계 최초로 세계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Walmart)와 직거래 계약을 맺고 작년 1월부터 미국 전역 4300여개 전 매장에 라면을 직접 공급하고 있다. 월마트와의 직거래는 기업의 신뢰도와 제품 매출, 인지도 등에서 글로벌 수준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농심은 월마트와의 직거래에는 현재 전 세계 매출 1위 식품기업인 네슬레를 비롯해 코카콜라, 펩시 등 세계적인 기업만이 참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농심 아메리카는 올해 상반기에 876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전년 동기대비 약 20% 성장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농심 아메리카의 판매 비중을 분석해 보면, 교포시장 및 아시안마켓이 50.6%, 메인 유통 비중이 49.4%의 분포를 보이고 있다. 미국 사회의 중심을 파고드는데 성공한 것이다. 
 
미국 시장에서 다양한 인종들에게 사랑을 받는 제품으로 떠오른 농심 라면은 최근에는 할리우드 영화 ‘아메리칸 울트라’에 등장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너구리다. CIA 요원이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역할인 주인공(제시 아이젠버그)에게 자연스럽게 접근하기 위해 구입한 물건으로 주인공이 상대방을 제압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농심은 너구리의 ‘아메리칸 울트라’ 등장을 계기로 미국 시장에서 마케팅과 판촉을 강화해 입지를 더욱 확고히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유럽
 
   
△영국 소비자들이 신라면을 구입하고 즐거워하고 있다. 
 
농심은 영국을 중심으로 유럽 각 국가에도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2013년 2월 영국 4대 메이저 유통회사인 테스코(Tesco)와 모리슨(Morrisons), 스위스 최대 유통회사 ‘미그로스(Migros)’, 네덜란드 공항 매점 ‘그랩 앤 플라이(Grab and Fly)’와 잇따라 신라면 등 라면제품 판매계약을 체결했다. 
 
까다로운 유럽 지역의 메이저 유통회사와의 계약을 통해 브랜드 파워를 입증 받고, 유럽 주류시장으로 진출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특히 농심은 영국에서의 활약이 두드러진다고 강조했다. 영국 라면시장에서 농심의 매출이 2006년 64만 달러(USD)에서 2012년 403만 달러로 수직상승하며 평균 신장률 약 39%를 기록했다는 것. 
 
농심 관계자는 “영국 시장에서의 매출 성장세는 주요 소비계층이 현지 거주 한국인 및 동양인 중심에서 백인 중심의 영국인으로 확대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면서 “영국 소비자의 호응에 힘입어 현지 주요 대형유통업체와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등 공격적으로 유통채널을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