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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 中 성공신화, 유통으로 이어간다

곡산 2015. 8. 11. 07:44

이랜드 中 성공신화, 유통으로 이어간다

[中 유통공룡 팍슨과 합작社] 11월 中 첫 프리미엄몰 오픈, SPA 브랜드·외식 매장 입점 유통 업체의 무덤 중국 시장.. 롯데·월마트 등도 성공 못해 "복잡한 유통망 극복이 필수"조선비즈 | 조재희 기자 | 입력2015.08.11.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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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시장에서 '패션'으로 성공한 이랜드그룹이 중국 진출 21년 만에 현지 유통업에 도전한다.

이랜드그룹은 "중화권 대표 유통 기업인 팍슨(Parkson·중국명은 百盛)그룹과 51대49로 합작사를 세우고 중국 최초의 '프리미엄 라이프 스타일 몰(mall)'을 올 11월 상하이(上海)에서 오픈한다"고 10일 밝혔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본사를 둔 팍슨그룹은 말레이시아·중국·베트남·인도네시아·미얀마 등에 아시아 최다(最多)인 127개의 점포망을 갖춘 백화점 그룹이다. 중국에는 1994년 베이징 1호점을 시작으로 34개 주요 도시에 60개 점포를 운영 중이다.

하지만 중국 시장은 롯데·신세계 등 국내 굴지의 유통기업은 물론 월마트·까르푸와 같은 세계적인 업체들도 어려움을 겪는 '유통업체의 무덤'으로 불린다. 대만·홍콩 등 중화권 기업과 중국 현지 토종 업체와의 치열한 경쟁은 물론 중국 특유의 복잡한 유통망과 거래 관행을 극복해야 한다.

◇기존 백화점 대신 '新개념 쇼핑물'로 승부

이랜드와 팍슨그룹은 신규 쇼핑몰의 이름을 '팍슨-뉴코아 몰'로 잡았다. 1호점은 올 11월 상하이 창닝(長寧)지구에 문을 연다. 2011년 개장한 팍슨백화점 톈산(天山)점이 이름을 바꾸고 새 출발 하는 것이다.

전체 5만㎡ 규모의 매장 중 절반은 30대 후반에서 40대를 겨냥한 명품과 고급 제품 위주로 꾸미고, 나머지 절반은 20대와 30대 초반의 젊은 층을 노린 글로벌 SPA(패스트패션) 브랜드와 외식 매장 등을 배치한다. 이랜드의 글로벌 SPA 브랜드인 스파오·미쏘, M&A(인수·합병)한 브랜드인 만다리나덕·케이스위스, 외식 매장인 자연별곡·애슐리, 어린이를 위한 공간인 코코몽 키즈랜드와 레고 놀이터 등도 들어선다. 윤경훈 이랜드 상무는 "기존 팍슨백화점과 달리 명품 브랜드와 외식 매장, 키즈(kids)존 등을 중심으로 한 쇼핑몰로 재탄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그룹은 앞으로 팍슨백화점 점포들을 차례로 쇼핑몰로 전환해 내년까지 중국에서 10개, 2020년까지 중국·베트남·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전역에 100개 점포를 열 계획이다.

◇이랜드, 중국 유통업에서도 성공할까

중국 현지에서 '옷을 사랑한다'는 뜻의 '이롄(衣戀)'이란 기업명을 쓰는 이랜드는 중국 내 고가(高價) 패션 브랜드 이미지를 갖고 있다. 팍슨 역시 중국 진출 20년이 넘고 중국 내 기반도 탄탄해 양사가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정지현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팀장은 "중국 내에서 한류(韓流) 외식이 주목받는 시점이란 점에서 진출 타이밍이 적절하며 중화권 업체와의 협력도 좋은 시도"라고 말했다.

온라인 쇼핑과 프리미엄 아울렛 등이 성장하면서 중국 오프라인 유통시장이 급변기를 맞고 있다는 점에서 양측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정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백화점 시장은 최근 매출 감소세가 뚜렷해지는 등 정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성장이 정체되면서 중국 현지 백화점들이 저마다 복합쇼핑몰 등으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며 "이랜드 같은 패션업체들도 로드숍이나 백화점 매장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신개념 매장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랜드는 1994년 중국 진출 이래 20여년 동안 바닥을 다지며 상당한 '현지 학습'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런 이유에서 이랜드는 기존 한국 유통기업과 달리 유통 분야에서도 '중국 성공 방정식'을 만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경준 딜로이트컨설팅 대표는 "이랜드는 중국 내수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데다 경영권을 장악해 합작에 따른 위험을 최소화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홍콩계 등이 진출한 프리미엄 쇼핑몰 시장에 뒤늦게 진출한 만큼 경쟁력을 갖추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있다. 전병서 경희대 객원교수는 "팍슨은 현지 백화점업계에서 중상위권 수준이라 경쟁력 측면에서 불리한 측면이 있다"며 "이랜드가 대규모 추가 투자 자금을 원활하게 조달할 수 있느냐는 하는 점도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