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만에 실패한 롯데 장자의 '후계구도 흔들기' 시도
- 기사입력2015/07/28 17:15 송고
(서울=연합뉴스) 이유미 기자 = 롯데그룹 경영구도가 신동빈 회장으로 사실상 굳어지고 있는 가운데 창업자 신격호 총괄회장을 내세운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의 '쿠데타' 시도는 하루만에 실패로 돌아갔다.
그동안 신동빈 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원만하게 이뤄지는 듯 보였지만, 창업주이자 아버지인 신격호 총괄회장의 뒤를 이을 후계자 자리를 놓고 장남 신동주 전 부회장과 차남 신동빈 회장의 신경전이 치열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28일 롯데그룹 관계자 등에 따르면 신동주 전 부회장이 신 총괄회장과 함께 일본으로 건너간 것은 전날인 27일.
신 전 부회장의 누나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과 신동인 롯데자이언츠 구단주 직무대행 등 다른 친족도 동행했다.
신 총괄회장의 일본행은 롯데그룹도 모를 정도로 비밀리에 전격적으로 감행됐다.
이들 일행이 일본롯데홀딩스 사무실에 도착한 것은 27일 오후 4시께.
당시 사무실에는 신 총괄회장, 신 전 부회장,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등 신씨 일가 3명을 비롯해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대표이사 부회장을 비롯한 일본 롯데홀딩스 집행임원 등 모두 10여명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휠체어에 탄 채로 사무실에 등장한 신 총괄회장은 신 전 부회장과 신 이사장으로부터 도움을 받아 손으로 자신을 제외한 일본롯데홀딩스 이사진 6명의 이름을 가리키며 해임하라고 일본롯데홀딩스 직원에게 지시했다는 후문이다. 그가 해임하라고 지시한 이사진 6명에는 지난 16일 일본롯데홀딩스 대표이사로 선임된 차남 신동빈 회장도 포함돼 있었다.
이사진을 해임하려면 이사회를 열어 해임안을 상정한 뒤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 하지만 신 총괄회장은 정식 절차를 거치지 않고 해임을 지시한 것이다.
신 총괄회장은 또한 자신이 해임한 쓰쿠다 다카유키에게 "잘 부탁한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정황들 때문에 만 93세의 나이로 고령인 신 총괄회장이 상황 판단이 흐려진 것 아니냐는 시각까지 제기되고 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연로한 아버지를 앞세워 동생 신동빈 회장이 한·일 롯데를 모두 장악하는 것을 저지하려 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대목이다.
실제로 신동주 전 부회장은 지난 16일 일본 롯데의 지주회사인 일본롯데홀딩스가 이사회를 열어 신동빈 회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한 이후 강한 반발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26일 일본 롯데 부회장, 롯데상사 부회장 겸 사장, 롯데아이스 이사에서 해임된 데 이어 올해 1월 8일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에서도 해임되면서 사실상 후계구도에서 밀려난 상태였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이처럼 경영구도를 흔들기 위한 반격에 나서자 신동빈 회장은 곧바로 재반격하며 경영권 방어에 나섰다.
지난 주말부터 사업 보고를 받기 위해 일본에 머물고 있었던 신동빈 회장은 27일 소식을 전해듣고 이튿날인 28일 오전 현지에서 일본롯데홀딩스 긴급 이사회를 열었다.
신동빈 회장 등 이사진 6명은 이 자리에서 신 총괄회장을 일본롯데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에서 전격 해임했다. 전날 신 총괄회장의 이사진 6명 해임은 정식 이사회를 거치지 않아 무효라고 밝혔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동주 전 부회장이 일본롯데홀딩스를 돌려달라고 요구하다가 안되니까 직접 아버지를 모시고 가서 일본롯데홀딩스를 되찾으려고 한 것인데 결국 실패하게 됐다"고 전했다.
gatsb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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