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그룹 김상헌(65) 회장 일가의 주식자산 가운데 40% 가까이가 자녀들에게 승계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김상헌 회장의 동생인 김석수(60) 동서식품 회장 가족의 자산승계율은 10%를 겨우 남겨 후계구도의 밑그림만 그려진 상태다.
30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에 따르면 동서그룹의 김상헌 회장 일가의 자산승계율은 36.9%로 나타났다.
김상헌 회장 일가가 보유한 계열사 주식자산은 총 7천106억 원으로 이 가운데 장남인 김종희(38) 동서 상무가 1천588억 원을 가지고 있어 자산승계율 22.4%를 기록했다. 또 장녀인 은정(36) 씨가 532억 원으로 7.5%, 차녀인 정민(31) 씨가 500억 원으로 7%를 차지했다.
자산승계율은 경영권이 있는 총수와 부인, 직계 자녀들이 갖고 있는 가족 전체 자산 가운데 자녀들이 갖고 있는 자산의 비율로 상장사의 경우 지난 23일 종가 기준, 비상장사는 2012년 회계년도 재무제표 기준으로 공정개래법에 따른 순자산가치에 개인별 보유 주식수를 곱해 자산가치를 산출했다.
이에 비해 동서식품을 이끌고 있는 김석수 회장 일가의 자산승계율은 12.5%에 그쳤다.
김석수 회장일가의 계열사 주식자산 4천194억 원 가운데 장남인 동욱(25) 씨가 278억 원으로 6.6%, 차남인 현준(22) 씨가 245억 원으로 5.9%를 승계한 상태다.
동서그룹은 창업주 김재명 명예회장의 장남인 김상헌 회장이 지주회사인 동서를, 차남인 김석수 회장이 주력사인 동서식품을 나눠서 경영하고 있다.
두 가문 모두 동서식품 주식은 보유하지 않은 채 지주회사인 동서 지분만 보유하고 있다.
김상헌 회장 일가의 자산승계율이 더 높은 것은 자녀들이 30대로 본격적인 경영수업에 나설 나이이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김종희 상무는 창업주의 장손인데다 회사경영에 참여하면서 후계자 자리를 확고히 굳혔다는 평가다.
이에 비해 김석수 회장 일가의 경우 두 아들이 20대 중초반으로 경영일선에 나서기에 아직 어린 상황이라 자산승계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김상헌 회장 일가(42.4%)의 동서 지분율이 김석수 회장 일가(25%)보다 17%포인트 가량 높기 때문에 장손인 김종희 상무가 그룹 경영권을 물려받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동서그룹에서 눈여겨 볼 대목은 지주회사인 동서와 비상장 계열사인 성제개발을 통해 자산승계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오너일가가 70% 가까운 지분을 보유하고 동서는 배당성향이 50%에 가까울 정도로 높아 자녀들이 가진 지분에 비례해 현금을 축적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동서의 지난해 배당성향은 48.3%로 같은 기간 국내 상장사 평균인 17.1%보다 무려 31.2%포인트 높다. 동서는 미국의 크래푸트푸드와 지분을 절반씩 나눠 갖고 있는 동서식품으로부터 지난 10년간 9천800억 원을 배당받아 이 가운데 3천억 원 이상을 오너 일가에게 쥐어줬다.
동서는 1, 2대 주주인 김상헌 회장(23.6%)과 김석수(19.9%)회장과 두 회장의 처, 자녀 등 가족일가가 67.4%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친익척 및 특수관계인은 0.6% 수준이라 배당금은 대부분 두 회장 가족의 몫이다.
김상헌 회장과 김석수 회장은 그동안 막대한 증여세를 물면서 자녀들에게 동서 지분을 증여해 왔고 자녀들도 지분법 평가이익을 통해 돈이 생길 때마다 동서 지분을 늘렸다.
김종희 상무는 2011년 부친으로부터 동서 주식 80만주를 증여 받은 것을 비롯해 꾸준히 지분을 늘려 2010년 3% 수준이던 지분율을 9.3%까지 끌어올렸다.
김석수 회장도 지난해 9월 자신이 보유한 당시 동서 주식(20.21%) 가운데 11만주(0.37%)를 장남 동욱 씨와 차남 현준 씨에게 처음 증여했으며 동욱 씨와 현준 씨의 지분율은 각각 1.6%, 1.4%로 상승했다.
하지만 8천억 원에 달하는 주식자산이 김상헌 회장과 김석수 회장의 손에 남아 있기 때문에 이를 승계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세금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두 회장은 3세들이 대주주인 회사 성제개발을 만들어 승계작업의 우회통로로 활용하고 있다.
동서그룹은 이 회사에 그룹일감을 몰아줘 회사가치를 높이고 있는데 자녀들은 이를 통해 수십억에 달하는 지분법이익을 얻을 수 있을 뿐 만 아니라 향후 회사가 더 크면 성제개발이 동서의 지분을 직접 사들이는 방식으로 승계를 진행할 수도 있다.
성제개발은 지난 2009년 김상헌 회장과 김석수 회장이 각각 자신이 가지고 있던 지분 32.9%, 23.9%를 모두 아들들에게 증여해 올해 상반기말 현재 동서가 43%, 김 상무가 32.9%, 동욱 씨가 13%, 현준 씨가 10.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05년도만 해도 내부거래비율이 35% 수준에 불과했지만 두 회장이 지분을 아들들에게 물려준 시기인 2010년 91%로 껑충 뛰었으며 2011년에도 94%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비판 여론이 고조되면서 전체 매출 138억 원 가운데 내부거래매출은 44%로 급감했다.
정부가 일감몰이 증여세를 도입하며 내부거래를 통한 자산승계를 엄격히 규제하고 있는 가운데 성제개발의 성장여부가 동서그룹의 경영권 승계 작업에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CEO스코어데일리/이경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