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재임기간-롯데] 신동빈 친정체제 구축에 '물갈이'…3년 이상 25%뿐
장지현 기자 2013.10.17 08:42:34
국내 500대 기업에 포함된 롯데그룹 17개 계열사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전문경영인 20명 가운데 일부 장수 CEO를 제외하고는 재임기간이 평균 이하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 2011년 신동빈 회장이 취임하면서 대대적인 물갈이가 이뤄진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17일 기업경영성과 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가 국내 500대 기업 현직 전문경영인 51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9월 말 기준으로 롯데그룹 17개 계열사 CEO 20명의 평균 재직기간은 3년으로 집계됐다.
이는 500대 기업 평균치 3.1년에 거의 근접하고 30대 그룹 평균 2.6년을 웃도는 수준이지만 재임기간이 16.6년에 달하는 롯데쇼핑 이인원 부회장 등 몇몇 장수 CEO가 평균을 끌어올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롯데그룹 전문경영인 가운데 3년 임기를 넘긴 CEO는 5명으로 전체의 25%에 불과해 10대 그룹 평균치인 26%를 밑돌았다. 롯데그룹 CEO 20명 가운데 13명은 재임기간이 2년 미만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재직기간이 2년 미만인 CEO가 많은 것은 지난 2011년 회장직에 오른 신동빈 회장이 지난해부터 정기인사를 통해 각 계열사 수장을 대대적으로 교체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 관계자는 “롯데는 회장님이나 부회장님의 인사스타일보다도 현재 대내외 상황을 고려해 롯데가 처해진 환경에서 성과를 만들어내고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분들을 위주로 뽑았다”며 “특히 성과와 실적을 바탕으로 평가했으며 특히 올해의 경우 해외에서 역량을 발휘한 것들이 많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롯데그룹 계열사 내 재직기간이 가장 긴 CEO는 현재 롯데그룹 전반적인 경영을 총괄하고 있는 롯데쇼핑 이인원 부회장으로 재직기간이 16.6년으로 조사됐다.
이 부회장은 1973년 호텔롯데에 입사해, 1987년 롯데쇼핑으로 자리를 옮기며 롯데쇼핑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관리담당, 상품매입본부, 영업본부 등을 거쳐 1997년 롯데쇼핑의 대표이사 사장자리에 올랐고 현재는 롯데쇼핑 정책본부장과 부회장을 겸하고 있다.
특히 이 부회장은 지난 2011년 전문경영인으로서는 롯데그룹에서 최초로 부회장 직함을 달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뒤를 이어 롯데정보통신 오경수 부사장이 8.7년으로 2위를 차지했다. 오 부사장은 삼성출신으로 인사이동이 잦은 IT업계에서 보기 드문 장수 CEO다.
오 부사장은 1981년 삼성물산에 입사한 이후 삼성물산 정보전략팀장을 거쳐 1998년 보안업체인 삼성에스원 정보사업을 총괄했으며 2000년에는 삼성 계열사인 시큐아이닷컴 대표로 5년간 일하며 이름을 알렸다.
이후 2005년 롯데정보통신 이적해 현재까지 대표이사를 맡고 있으며 2011년부터는 롯데계열사로 편입한 현대정보기술 대표를 겸직하고 있다.
이어 롯데카드 박상훈 사장이 4.6년, 롯데건설 박창규 사장 4.5년으로 각각 3위와 4위를 차지했다.
롯데카드 박상훈 사장은 롯데호텔로 입사한 이후 롯데그룹 기획조정실, 경영관리본부, 경영지원본부 등 주요 요직을 거쳐 2009년부터는 롯데카드 부사장을 맡으며 35년째 롯데그룹에 몸담고 있다.
특히, 박상훈 사장은 신동빈 회장이 그룹 회장으로 승진한 이후 실시한 첫 정기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하는 등 신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상훈 사장은 취임 이후 신용카드 이용실적은 지난해 50조원으로 2008년 대비 81%가량 늘었으며, 같은 기간 시장 점유율도 6%에서 8%로 상승한 바 있다. 때문에 박 사장의 임기가 올해 끝나지만 유임이 유력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나온다.
박창규 롯데건설 사장은 대우건설 출신으로 1977년 건설사관학교로 불리는 대우건설 평사원으로 입사한 이후 2006년까지 대우건설 대표이사 자리까지 오른바 있다. 이후 2009년 롯데건설 대표로 이적한 박창규 사장은 악화일로에 있던 롯데건설의 수익성도 회복세로 돌려 놓는 등 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코리아세븐 소진세 사장이 3.6년으로 5위, 롯데로지스틱스 이재현 전무가 2.6년으로 6위, 롯데칠성음료 이재혁 사장이 2.5년으로 7위에 올랐다.
소진세 사장은 1977년 롯데쇼핑에 입사한 롯데맨으로 영등포 및 본점 점장, 상품본부장, 마케팅부문장을 거쳤고 2009년에는 롯데쇼핑 슈퍼사업본부 사장, 2010년에는 롯데슈퍼와 코리아세븐 사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소 사장은 저돌적인 공격형 경영으로 외환위기 이후 저조했던 슈퍼사업부문을 정상궤도에 올려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목표 달성을 위한 성취욕이 강하고 꼼꼼해 신동빈 회장으로부터 신임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현 롯데로지스틱스 전무는 79년 롯데백화점 창립멤버로 입사해 이후 롯데백화점 잠실점과 부산본점 대표을 거쳐 롯데백화점 상품본부장, 영업본부장을 역임했다.
롯데칠성음료 이재혁 사장은 현 사조해표의 전신인 동방유량에 입사한 이후 1978년 롯데칠성음료 기획조정실로 자리를 옮겨 기획담당 상무에 올랐다. 이후 롯데리아 대표이사를 거쳐 롯데그룹 정책본부 운영실장을 역임했고, 지난 2011년 부터는 롯데칠성음료 및 주류 사장을 맡고 있다.
이어 지난해 2월 정기인사를 통해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 호텔롯데 송용덕 부사장, 롯데호텔 면세사업부 이원준 부사장, 롯데호텔 롯데월드사업부 이동우 전무, 롯데상사 김영준 사장, 롯데쇼핑 신헌 사장, 롯데제과 김용수 부사장, 롯데푸드 이영호 전무가 각각 새로이 대표이사직에 올랐다.
이들의 재임기간은 1.5년~1.6년이다.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은 현 롯데케미칼 전신인 호남석유화학에 입사했고 이후 2007년부터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호텔롯데 송용덕 부사장은 지난해 베트남과 러시아 등에서 호텔롯데의 해외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글로벌 체인으로 호텔롯데의 위상을 높인 점이 인정돼 올 초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롯데그룹 내에서도 핵심 중의 핵심인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본부 대표에 오른 신헌 사장은 1979년 롯데쇼핑에 입사해 백화점 점장과 롯데미도파 대표, 롯데홈쇼핑 대표 등을 거쳤다. ‘마케팅의 귀재’로 불리는 신 대표가 지난 2008년부터 롯데홈쇼핑을 이끌며 뛰어난 실적을 올린 것이 대표에 발탁 배경의 주된 이유라는 분석이다.
또 롯데손해보험 이봉철 사장이 1.5년이었고, 롯데역사 김창락 전무가 1.3년으로 뒤를 이었다.
재임기간이 1년 미만인 CEO는 롯데하이마트 한병희 부사장(0.9년), 롯데알미늄 김영순 전무(0.6년), 롯데리아 노일식 전무(0.6년)로 조사됐다.
이들 중 김영순 전무와 노일식 전무는 올 초 정기인사를 통해 새롭게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롯데그룹 측은 “노일식 롯데리아 전무는 동남아 총괄임원을 역임하면서 롯데리아의 베트남 사업을 안정화시키고 인도네시아 진출을 가속화하는 등 해외시장 점유율을 지속적으로 확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승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롯데알미늄 김영순 대표이사는 전문대졸 출신의 생산 및 연구개발 전문가로 생산공정에 국내최초로 ‘CELL’ 방식을 도입해 획기적으로 생산성을 향상시킨 혁신전문가”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는 전문경영인이 그룹 내 다른 계열사 CEO로 재직했던 기간은 포함시키지 않았다.
다른 계열사 CEO 경력을 포함할 경우 신헌 사장이 10년(2004년 롯데미도파 대표), 소진세 사장이 9년(2005년 롯데미도파 대표)간 대표이사 자리를 지키고 있다. 또 이재혁 사장이 8년(2006년 롯데리아 대표), 허수영 사장이 7년(2007년 롯데대산유화 대표), 김용수 부사장이 5년 (2009년 롯데삼강 대표), 송용덕 부사장이 3년(2011년 롯데루스 대표)으로 그 뒤를 이었다.
[CEO스코어데일리 / 장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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