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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오너일가, 급여·배당금만 연간 700억원

곡산 2013. 10. 23. 09:22

롯데그룹 오너일가, 급여·배당금만 연간 700억원

신격호 회장 91세 고령에도 12개사 등기임원…일본 거주 신동주 부회장도 7개사 등재머니투데이 | 송지유|민동훈 기자 | 입력2013.10.23 06:31 | 수정2013.10.23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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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송지유기자][신격호 회장 91세 고령에도 12개사 등기임원…일본 거주 신동주 부회장도 7개사 등재]

롯데그룹 신격호 총괄회장 등 롯데 오너 일가가 15개 국내 계열사로부터 등기이사 급여와 주식 배당금 명목으로 지난해 연간 700억원을 지급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그룹 계열사 중 상당수가 비상장사여서 등기이사 현황이나 급여 정보가 공개되지 않은 계열사들이 많아 실제 오너 일가의 지급액은 이 금액을 훨씬 웃돌 것으로 보인다.





22일 머니투데이가 롯데그룹 계열사들의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주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 등 오너 일가 4명이 국내 계열사 10개사에 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리는 방법으로 지난해 총 130억7000만원(등기이사 1인당 평균 급여 기준)에 달하는 급여를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린 계열사는 총 18개사였지만 급여가 공개되지 않은 8개사는 집계에서 제외했다. 따라서 이들이 전 계열사를 통해 받는 실제 급여는 이를 훨씬 웃돌 것으로 보인다.

신 총괄회장 일가(신유미 롯데호텔 고문 포함)는 이외에도 11개 계열사 주식 보유에 따른 주식 배당금으로도 연간 567억4700만원을 챙겼다. 이들 가족이 지분을 보유한 롯데그룹 계열사는 총 21개사지만 이 역시 10개사는 배당금 내역을 공개하지 않아 집계에서는 뺐다. 사실상 오너 일가의 주식 배당금도 집계가 가능한 567억원보다 훨씬 높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롯데그룹 오너 일가가 18개 계열사 중 10개사에서 챙긴 등기임원 급여와 21개 계열사 중 11곳에서 받은 주식 배당금 합계만 지난해 총 698억1700만원에 달했다.

◇91세 고령 총괄회장은 계열사 12개, 일본 거주 장남도 7개사 등기임원=

1922년생으로 올해 만 91세인 신 총괄회장은 72개 전 계열사 중 롯데쇼핑, 호텔롯데, 롯데제과 등 12개 계열사의 등기임원으로 등재돼 있다. 이 중 8개사에서만 40억3000만원을 급여로 받았다.

신동빈 회장도 롯데쇼핑과 롯데케미칼, 롯데제과 등 13개 계열사에, 신영자 사장은 롯데쇼핑, 호텔롯데, 롯데건설 등 10개 계열사에 등기임원으로 각각 이름을 올렸다. 이 중 신동빈 회장은 7개사에서 급여로 35억8000만원을, 신영자 사장은 7개사에서 급여로 34억9700만원을 각각 챙겼다.

일본에 거주하는 신동주 부회장도 호텔롯데와 롯데건설, 롯데로지스틱스 등 7곳의 등기임원에 등재돼 있다. 이 중 5개 회사에서 받는 연봉만 19억6300만원이다.

재계 관계자는 "신격호 회장이나 일본에 거주하는 신동주 부회장이 등기이사라고 하지만 실제로 해당 계열사 경영에 얼마나 심도 있게 관여하겠느냐"며 "롯데 오너 일가가 수 십 개 계열사 등기임원에 이름을 올린 것은 오너들의 주식매입 자금 등을 만들어주기 위한 수단일 수 있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의 계열사별 등기임원 평균급여는 롯데쇼핑이 12억4000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롯데케미칼 등기임원 평균 급여는 9억원대, 호텔롯데는 8억원대, 롯데제과는 5억원대로 나타났다. 롯데알미늄과 롯데로지스틱스 평균 급여는 각각 1억∼2억원대로 계열사 중 가장 낮았다.





◇11개 계열사 배당금만 500억 훌쩍…롯데역사 무려 360억 고배당=

배당금의 경우 신동빈 회장이 278억3100만원으로 오너 일가 중 가장 높은 금액을 받았다. 신동주 부회장도 261억3700만원으로 배당 수익이 높은 오너였다.

이들보다 계열사 지분이 적은 신격호 총괄회장은 9억4500만원을, 신영자 사장은 15억3100만원을 각각 주식 배당금 수입으로 챙겼다. 신 총괄회장의 막내딸인 신유미 고문도 3개 계열사에서 총 3억300만원을 주식 배당금으로 받았다.

오너 일가에게 가장 많은 배당금을 지급한 계열사는 롯데역사다. 이 회사는 지난해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부회장에게 각각 180억1700만원씩 총 360억3400만원의 현금 배당을 했다. 주당 배당금만 5만7000원이 넘는다. 롯데쇼핑도 신 회장 일가에 135억4500만원을 배당했다. 롯데건설과 롯데로지스틱스는 물론 적자를 내고 있는 롯데정보통신도 오너 일가에게 매년 수억원대 주식 배당금을 지급하고 있다.

김진방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롯데그룹은 일반 주주 비중은 낮고 오너 일가 지분이 극히 높은 비상장사를 중심으로 고액 배당을 통해 오너 일가의 재산을 불려주고 있다"며 "이렇게 오너 일가가 이익을 챙기는 행태는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 십 개 계열사 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린 것도 책임경영보다는 급여를 받기 위한 목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 관계자는 "총괄회장과 회장, 부회장 등이 모든 사안에 일일이 관여하지는 않지만 회사의 중요한 의사 결정에는 반드시 참여한다"며 "행적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 오해하는 경우가 있지만 실제로는 회사 경영에 신경을 많이 쓴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송지유기자 cl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