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강열전] 글로벌식품외식사업단 윤진원 대표
새해를 목전에 둔 지난해 말 뉴욕 타임스퀘어. 글로벌식품외식사업단 윤진원 공동대표는 현지 파트너들과 타임스퀘어에서 자사 ‘참살이탁주’로 축배를 들었다. 이에 앞서 참살이탁주는 11월에 뉴욕에 공식으로 진출했다. 이날 새해맞이는 미국 진출을 기념하고 새로운 도약을 다짐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윤 대표는 개봉하면서 생산일자를 확인했다. 바로 전날 생산된 제품이다. 윤 대표는 한국의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을 바로 다음날이면 미국 뉴욕에서도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탁주 하나만을 바라보면서 달려온 5년여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 술에 눈 뜨다
윤 대표의 이력은 이색적이다. 84학번인 그는 대학을 졸업한 뒤 지방일간지에서 기자로 활동했다. 글로벌식품외식사업단 대표로 취임하기 직전에는 주류 전문지 편집장을 거쳤다. 당시 경험이 그가 우리의 전통술인 탁주에 눈을 뜨게 한 계기가 됐다.
“조선시대 360여종의 우리 고유의 술이 일제 강점기와 해방 이후 독점적인 시장 구조 때문에 사라졌습니다. 이 때문에 주류 문화도 일천하고 질 또한 낮았습니다. 이런 점이 너무 아쉬웠죠.”
하지만 단순한 아쉬움에서 그치지 않았다. “그냥 이대로 묵과할 수는 없었다”는 윤 대표는 본격적으로 우리네 술과 관련된 연구를 진행했다.
◇ 예견된 막걸리 열풍
우리를 대표할 수 있는 술을 찾던 윤 대표는 결국 탁주가 해답이라고 생각했다. 탁주는 동동주와 막걸리를 포함하는 의미. 이 때부터 유명한 탁주 술도가들을 빠짐없이 찾아다녔다.
“세계적인 웰빙 트렌드에 고도주는 승산이 없는 데다 FTA 등으로 인한 쌀에 대한 처리 문제. 그리고 한류의 바람이 이제는 우리 것의 재발견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봤습니다.”
3~4년전 탁주 바람이 한차례 분 적이 있었다. 하지만 말 그대로 바람에 불과했다. 최근 다시 탁주 바람이 불고 있지만 과거와는 상황이 좀 다르다는 것이 윤 대표의 설명이다.
◇ 고치고 또 고치고
2005년 드디어 윤 대표는 탁주를 직접 생산하기에 이른다. 글로벌식품외식사업단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무형문화재 남한산성소주 전승자인 강환구 대표와의 의기투합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가 판매 타깃으로 잡은 것은 ‘지적 소양이 있는 30대 여성’. 사실 탁주는 젊은 세대의 기호에는 맞지 않았다.
“젊은 30대 여성이 마신다면 40대 여성은 물론 30대 남성도 함께 마실 수 있는 기회가 자연스럽게 마련됩니다. 그들이 핵심이라고 봤던 겁니다.”
이를 위해 탁주 고유의 텁텁한 맛을 최소화하고 달고 깔끔한 맛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자신있게 만들어놓은 술을 판매하겠다고 나선 곳이 없었다. 좋은 맛을 내기 위해 우리쌀을 고집했기 때문에 가격이 3~5배 비쌌다. 결국 성수동에 직접 술집을 오픈했다.
◇ 건방진 술이라고?
이 곳에서 탁주를 판매하면서 꾸준히 맛을 잡아나갔다. 그렇게 100번 이상 맛을 고쳐가며 타깃 고객에 입맛에 맞췄다. 점차 입소문이 나면서 프랜차이즈업체가 손을 내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하루 10병도 못팔아 강 대표와 함께 부둥켜 안고 운 적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입소문이 나면서 프랜차이즈업체들이 술을 달라고 했지만 거절했습니다. 제대로된 생각으로 술을 판매할 곳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건방진 술’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이런 가운데 윤 대표는 지속적으로 우군을 확보했다. 안정적이고 양질의 쌀을 제공할 수 있는 농가와 연구개발을 담당할 대학의 연구진. 정책 입안자 등이 포럼 형식의 조직에 합류했다. 글로벌식품외식사업단이란 독특한 회사명도 여기서 유래됐다.
◇ 세계인의 입맛에 맞춘다
2009년 4월. 윤 대표는 포럼을 법인체제로 전환. 탁주 사업 진출을 공식화 했다. ‘참살이탁주’를 브랜드로 본격적으로 대형 주류회사에 도전장을 내민 것. 2005년 성수동 술집에서 선보인 탁주 시제품이 비로소 완성됐다는 의미다. 오랜 기다림 끝에 시작한 사업은 처음부터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그해 4월 회사 출범과 함께 일본과 100만 달러 규모의 수출 합의각서(MOA)를 체결한 데 이어 롯데. 신세계 등 국내 유명 백화점과 국내 유명 할인마트에서도 제품을 납품하기 시작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미국 뉴욕까지 진출에 성공했다. 이런 가운데 ‘참살이탁주’는 ‘2009 대한민국 전통주 품평회’에서 최고상인 ‘금상’을 수상하면서 공식적으로 그 맛을 평가받기도 했다.
글로벌식품외식사업단은 올해 매출 100억원을 목표로 일본과 미국 외에 홍콩과 베트남 등으로 수출 창구도 다변화할 예정이다.
◇ 술은 문화다
윤 대표가 집중하고 있는 곳은 가맹사업인 ‘뚝딱’이다. 전통주와 전통음식을 함께 판매하는 곳이다. 윤 대표가 가맹사업에 집중하는 것은 단순히 유통망을 확보하는 차원이 아닌 탁주를 즐기는 것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아야 한다는 신념 때문이다.
“와인과 사케가 들어오면서 술만 들어온 것이 아니라 그에 따른 다양한 문화도 함께 들어왔고 우리는 그것을 향유했습니다. 탁주도 그런 문화를 만들고 싶은 겁니다.”
현재 뚝딱의 가맹점수는 20개. 윤 대표는 올해 안으로 가맹점 수를 50개 수준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 진정성. 독특한 경영 철학
윤 대표는 스스로를 ‘시장경제에 역행하는 경영자’라고 표현했다. 사업에서도 진정성을 믿는다는 의미다. 품질을 강조한 덕분에 유통사업에서 가장 어렵다는 백화점과 대형할인마트 진출도 어렵지 않았다. 오히려 유통업체가 먼저 찾아와 제품을 달라고 했을 정도다.
그가 사업을 운영하며 세운 원칙이 친인간. 친환경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시장을 제패하겠다는 생각보다는 공생의 길 또한 찾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철학이 있는 경쟁. 영혼이 있는 경쟁을 하고 싶습니다. 시장이 커지면서 대기업 등의 진출이 예상되지만 지역 술도가와의 연대를 통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봅니다.”
임홍규기자 hong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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