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1일 발효돼 1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부터 본격 시작될 유기가공식품 인증제. 정부 출연 기관인 한국식품연구원에 이어 최근 민간 인증기관 1호가 탄생하며 본격적인 인증 채비가 완료됐다. 사후관리 방안도 마련됐으며 아직 고시는 안됐지만 정부 내부적으로는 인증 표지도 확정됐다. 내년 1월 1일 이전에 국산·수입산 가릴 것 없이 국내에서 유통되는 유기가공식품은 이제 새로운 인증을 받아야 하는 것.
전라남도가 지난달 친환경 유기가공식품 개발 지원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히는 등 유기가공식품은 참살이 열풍에 맞춘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각광받고 있으며 앞으로 인증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식품산업진흥법이 제정되기 전까지 유기가공식품은 친환경농업육성법과 농산물가공산업육성법을 품질인증 수준에서 관리됐다. 이 두 제도는 법률적으로 유기가공식품의 인증제와는 다른 개념의 것이어서 업계는 새로운 대비가 필요하다.
■ 지난해 시장 규모 2158억 원
한국농촌경제연구원(원장 오세익)에 의하면 2008년 기준 친환경 식품의 시장 규모는 전년대비 24% 증가한 2조4000억 원으로 전체 식품시장의 약 8%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친환경식품 시장의 성장 견인차는 바로 유기가공식품이다.
한국식품연구원(원장 이무하)에 따르면 2008년 기준 유기가공식품 시장규모는 2158억 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2007년치인 1719억 원 대비 25.5% 성장한 것이다. 이중 수입 완제품 유기가공식품 시장 규모는 315억 원이다. 이는 2007년 224억 원에 비해 40.8% 성장한 것으로 국내 전체 유기가공식품의 14.6%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에 유기가공식품을 수출하는 국가는 미국·중국·호주·브라질·터키·독일 이태리·오스트리아 등 총 38개국에 달한다. 2001년 당시에 169건 746톤, 181만 달러였던 것이 2007년엔 3406건 1만5880톤 3740만 달러로 증가했다. 2001년부터 2007년까지 수입 유기가공식품 수입 증가율은 66.5%, 금액기준으로는 65.7% 수준이다.
■ 해외 인증품도 재인증 받아야
내년 1월 1일부터는 국내 인증기관 또는 한국 정부가 인정한 해외 인증기관에서 인증을 받은 유기가공식품만 국내 유통·판매가 허용된다.
현재 국내에서 인증기관으로 지정받은 곳은 정부출연 연구기관인 한국식품연구원과 민간 기관인 돌나라유기인증코리아 2곳이며 해외 기관으로는 21개국에 지사를 두고 운영 중인 컨트롤유니온이 한국 정부의 심사를 받고 있다.
한국식품연구원 우수식품인증센터에는 인증관리팀과 표준연구팀 2개 팀이 운영 중이다. 심사 전담 조직은 인증관리팀이며 최종 인증결정 과정에는 내·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별도의인증위원회가 참여한다.
유기가공식품의 원료는 친환경 인증 농산물 중 유기인증 농산물을 사용해야 한다(5%까지 비유기 원료 허용). 국내엔 현재 친환경인증기관이 50개소가 있는데 이중 8개소에서는 외국산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인증을 겸하고 있다. 지난해 외국산 친환경농산물 수입량은 1만1498톤이었다.
해외 각국은 자국 내와 해외에 유기가공식품 인증기관을 운영 중이다. 농림수산식품부가 파악한 바에 의하면 미국에는 인증기관이 56개 외국기관이 40개, 일본은 국내 62개 외국 13개, 유럽은 국내 194개, 외국 89개 (비회원국 53, 제3국 36)기관을 인정하고 있다.
해외 수출업체가 한국에 유기가공식품을 실어 보내려면 기존에 인증을 받던 기관이 한국 정부의 승인을 얻거나 직접 한국 내 인증기관으로부터 인증을 받아야 한다.
한국 정부는 해외 인증기관 심사를 위해 2인 이상의 공무원을 파견해 현지 조사를 실시하는데 이 때 국외 출장비는 인증기관측에서 부담해야 한다. 또 해외 인증기관은 한국어로 작성된 구비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 GMO 등 원료 관리 유의해야
사업자는 인증 신청 전 △인증기관이 제공하는 양식의 유기취급계획서 및 첨부 문서 확보 △유기적 관리를 위한 내부 규정의 문서화 △내부규정에 의한 기록의 정비 △유기적 관리 체계 및 방법에 대한 종사자 교육 등 준비가 필요하다.
유기 인증을 받기 위해 별도의 전용시설을 갖출 필요는 없다. 식품산업진흥법에는 관련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동일한 시설에서 유기와 비유기를 병행하는 사업자라면 두 가지를 명확히 구분해 취급하고 유기식품 가공 전에 반드시 비유기식품이나 기타 허용되지 않은 물질에 접촉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
인증시 유기 원료의 비율 계산이 매우 중요하다. 유기 원료 비율이 95% 미만이면 유기가공식품 인증이 취소되기 때문이다. 유기 원료 비율은 ‘유기 원료 및 유기 첨가물의 중량’을 ‘물과 소금을 제외한 원료 및 첨가물의 총중량으로 나눈 값이다.
유기 원료의 비율은 원료 또는 첨가물의 전처리 후 공정에 투입되는 시점의 중량 또는 부피를 기준으로 계산하며 중량과 부피 단위가 병존하는 경우엔 단위를 통일해 계산한다. 유기 인증을 받은 첨가물은 유기 원료로 간주해 계산한다. 계산시 제외되는 물과 소금은 의도적으로 투입되는 것에 한하며 가공되지 않은 원료 자체에 포함된 것은 제외하지 않는다.
만일 제품에서 GMO가 검출되면 인증을 받을 수 없다. 인증 후 인증품에 GMO가 잔류하는 것으로 판정된 경우 유기가공식품 관리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면 1차 위반시 표시 사용정지 1개월, 2차 위반시 표시 사용정지 3개월, 3차 위반시 표시 사용정지 6개월의 패널티를 받는다. 제품에서 GMO가 검출됐을 때 사업자는 해당 로트의 제품을 회수하고 GMO가 검출된 원인이 무엇인지 밝혀 재발방지 조치를 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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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 프로세스가 구축돼 있는 풀무원 두부 공장에서 두부용 콩을 선별하는 ‘침지’ 과정을 거치고 있다. | | ■ 혼동 우려 있는 표기 사용 금지
수입 업체에 대해서는 식품산업진흥법 시행규칙 제22조 제2항의 별표6 ‘유기적 취급 기준’을 중심으로 평가·인증이 이뤄진다. 비유기식품 또는 허용되지 않은 물질의 접촉이나 혼입 여부, 한글 표시의 적합성, 재포장 작업의 적합성 등이 주요 평가 항목이다.
기본적으로 인증을 받지 않고 인증 표시를 사용하거나 이와 유사한 표시를 하는 것은 부정행위로 간주된다. 유기가공식품으로 오인할 우려가 있는 외국어 표시는 영어의 ‘바이오’ ‘에코’ 등이며 이와 같은 의미를 지니는 3국 언어도 해당된다.
농식품부의 기본 방침은 타 국가에서 사용하는 유기가공식품에 대한 인증마크가 한국에서 혼동될 우려가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허용 불가하다는 것이다. 식품산업진흥법에 의해 인증을 받은 국제 인증기관에서 인증을 받아 자국 인증표시와 한국 인증표시를 병행 표기하는 것은 허용된다. 이는 유기표시와 유기가공식품 마크를 표현하는 것이 식품산업진흥법에 의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각국에 지사를 두고 있는 외국 인증기관 본사가 한국 정부의 승인을 얻으면 각 지사 모두 자동으로 인증권한을 갖게 된다. 지사 간 능력이 동등하다고 인정되면 각 지사 간에는 상호 인증 교류가 가능하다. 다만 이 경우 1개 지사 제품에서 문제가 생기면 헤드쿼터를 포함한 전체 지사의 인증 효력이 취소된다.
■ 동등성·원료 인정은 쟁점 될 듯
이와 관련, 각국 정부와 동등성 협약을 맺는 것이 수백 개의 인증기관을 검토하는 것보다 효율적이라는 의견이 현재 농림수산식품부에 접수되고 있지만 농식품부는 동등성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당사국의 연관 제도를 전부 검토해야 하기 때문에 힘들다는 입장이어서 이 부분은 쟁점이 될 전망이다.
또 하나 쟁점 사항은 원료 부분이다. 식품산업진흥법은 친환경농업육성법에 의해 인증된 원료를 사용해야 하는데 이 경우 해외에서 제조한 과자 등의 원료를 국내 수입업체가 하나하나 다시 인증 받아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
친환경농업육성법에 의한 외국 인증기관이 현재로서는 전무하기에 외국 인증기관은 농림수산식품부 친환경농업육성 담당 부서에 별도의 신청 절차를 통해 원료에 대한 승인을 얻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해외 대사관 등 일각에서는 이같은 까다로운 규정들이 수입 유기가공식품의 판로를 제한하는 요소로 작용할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농식품부에 내놓고 있다.
그러나 농식품부는 그동안 국내 유기가공식품 시장에 선진화된 관리가 적용되지 않았을 뿐 타국도 자체적인 인증 시스템에 의한 관리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남은 유예기간 동안 업계가 적절히 준비해 줄 것을 피력하고 있다. 유기가공식품 인증제의 탄생 배경에는 검증되지 않은 수입 유기가공식품 등을 걸러 내기 위한 목적이 있는 만큼 한국 정부로서는 최대한 제한적인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존재하는 것. 그러나
농식품부는 유기가공식품 인증제를 통해 표시의 신뢰도를 높임으로서 부정 유통되는 식품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고 선의의 사업자로 하여금 고품질의 유기식품 제조를 장려함으로써 유기관련 산업의 활성화를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유기가공식품 인증제는 이제 약 9개월의 유예기간을 남겨 놓고 있다.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제도에 차질이 없기 위해선 정부 차원에서 보다 심도 깊은 상호간 이해와 설득 과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