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 정부가 몬산토와 다우아그로 사이언시스사의 다중혈질 옥수수 종자 스마트스택스(Smart Stax)의 수입을 승인했다. 스마트스택스는 옥수수가 원래 가지고 있지 않던 여러 가지 형질을 유전공학기술을 이용해 한꺼번에 도입한 작물이다. 식약청은 기름이나 당 같은 가공 식품이나 동물 사료를 만드는 데 이 작물을 사용하고, 이를 사용한 가공식품에는 유전자조작 식품 표시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유전자조작식품(GMO)이 우리 곁으로 한층 다가왔다.
우리 식탁에 얼마만큼 들어왔나? GMO 농산물
1 우리나라의 GMO 식품 유통-사용 현황
현재 상용화된 유전자 변형 작물은 해충을 죽이는 성분을 스스로 생산하는 옥수수, 제초제에 견디는 콩, 저장성 개선 토마토, 품질 개량 유채, 해충 저항성 면화 등 15개 작물 70여 품종으로, 대부분 미국에서 개발했고 미국 정부의 안전성 승인을 받았다. 가장 많이 유통되는 품목은 콩과 옥수수로, 우리나라에서 수입하는 대부분의 콩과 옥수수가 이에 해당된다. 옥수수는 콘샐러드, 콘스낵, 팝콘, 옥수수유, 물엿, 마가린, 빵, 맥주, 당면, 콜라의 원료로 사용되며 콩은 각종 가공식품의 주원료로 장류, 두부, 콩나물, 식용유, 두유, 마카로니, 소시지 등에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감자는 프라이드 포테이토처럼 가공된 제품과 녹말가루, 건조감자, 당면, 감자스낵 등의 경우 수입된 감자 원료를 사용하므로 유전자 변형 식품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 무엇이 위험한가?
GMO 작물이 신체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결과는 끊임없이 발표되고 있다. 1999년 로웨트연구소 소속 과학자인 아르패드 퍼스차이는 쥐에게 유전자 변형 감자를 먹이는 실험을 했다. 그로부터 10일 후 쥐들은 면역체계가 약해지거나 심장, 간, 신장, 뇌 등의 발달에 변화가 생겼다. 영국의 한 연구 기관에 소속된 과학자 또한 유전자 변형 감자를 먹인 쥐의 위가 비대해진 것을 발표해 퍼스차이 박사의 연구를 뒷받침했다. 이 과학자는 자신이라면 GMO를 먹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미국 몬산토사에서도 GMO 옥수수인 MON863 종자에 대한 실험 결과, 쥐의 콩팥 크기가 작아지거나 혈액 성분에 변이가 일어났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한편 2006년 GMO 면화로 유명한 인도에서는 GMO 면화밭에서 기르던 가축들이 면화 줄기를 먹고 떼죽음을 당하는 사례가 있었다. 이를 계기로 우리나라에 수입된 GMO 옥수수가 논란의 대상이 되자 전분당협회는 식약청 자료를 인용해 반론을 제기했다. 식약청에 따르면 미국에서도 소, 돼지, 닭이 GMO 옥수수나 콩을 사료로 먹고 있지만 괴사했다는 보고는 어디에도 없다는 것. 그러나 전문가들은 미국이 소, 돼지를 기르는 이유와 인도가 양, 염소를 기르는 이유가 다르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식용을 위해 길러지는 미국의 소, 돼지는 성장촉진제를 먹고 빨리 자라기 때문에 증세가 나타나기 전에 죽게 된다는 주장. 그러므로 미국의 소, 돼지들이 GMO 사료를 먹고 아무렇지도 않다는 것은 100% 완전한 결론이 아니라는 것이다.
3 우리나라의 GMO 안전 대책
식약청은 올 4월 유전자 변형 식품표시제 확대를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전자 변형 표시 대상이 일부 품목에 한정되었던 것을 모든 식품, 식품첨가물, 건강식품, 주류로 확대할 계획. 정부 또한 식품 안전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식품안전 종합대책’을 내놓은 상태다. 안전 식품 제조업소 인증제(HACCP)를 2012년까지 전체 식품 생산량의 95%로 확대하고 내년에 식품안전정보센터를 신설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고시 시행 후 3년의 유예 기간이 있어 제대로 된 표시제는 2012년부터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의 설명이다.
GMO란?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는 유전자조작 기술을 이용해 기존의 육종 방법으로는 나타날 수 없는 형질이나 유전자를 지니도록 만든 ‘유전자 변형 농산물’이다. 세계 최초의 유전자 변형 농산물은 1994년 미국 칼진사가 개발한 무르지 않는 토마토 ‘플레이보세이브 토마토다. 그 뒤로 콩, 감자, 옥수수 등 수십 종의 유전자 변형 농산물이 재배되고 있다. 유전자 변형 농작물과 이를 이용한 식품의 위해성은 아직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가 없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우려는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위험한 것은 바로 예측 불가능성이라고 말한다. 유전자가 조합되는 방식이 불명확한데다 외부 유전자가 생명체 안에서 어떤 결과를 낳을지 아무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가장 많이 쓰이는 GMO 기법은 아그로박테리움법. 식물 세포 안으로 들어가는 아그로박테리아를 이용해 원하는 DNA 단편을 다른 생물체에 집어넣는 기술이다. 이 외에도 이와 비슷한 방법을 응용해 GMO 종자를 만들어내고 있지만 생물이 자연적으로 가질 수 없는 유전자를 갖게끔 하는 것이기 때문에 생명윤리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interview <GMO 유전자 밥상을 치워라> 저자 김은진 씨
“가공식품 줄이고 제철, 내 고장 식품 이용하세요”
김은진 씨(원광대 법대 교수)는 GMO의 심각성을 알리는데 앞장서는 한편,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회, 토종씨드림 등과 함께 유전자조작 종자에 의해 밀려나는 토종 종자를 찾고 그 수를 늘려가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GMO가 위험하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대개 과학자나 정부기관에 소속된 사람들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GMO 반대 운동은 점점 더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GMO 작물의 위해성을 염려, 유전자 조작 옥수수의 상업적 재배를 금지했고, 영국에서는 동물 실험에서 유전자 조작 사료를 먹인 동물이 대조군에 비해 일찍 죽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유럽에서는 생태계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GMO 식품을 소설 <프랑켄슈타인> 속 괴물에 비유해 그 위해성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비아캄페시나’ 등의 세계적인 농민단체들은 전통 종자 살리기, 씨받아 농사짓기 운동 등을 통해 GMO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GMO를 재배하지는 않고 식용, 가공용, 사료용으로 수입만 하고 있지만 절대 안심할 수 없습니다. GMO 안전성 평가 기술은 선진국의 30%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죠. 2003년 쥐의 콩팥을 작게 만드는 몬산토사의 GMO 옥수수를 정식으로 수입한 사실만 봐도 알 수 있어요. 제가 이 문제를 식약청에 문의해봤지만 ‘콩팥이 작아진다는 것은 문제 되지 않는다’라는 것이 그들의 의견이었습니다. 하지만 임산부가 2개의 콩팥을 갖고 있지 않을 경우 태아의 노폐물까지 걸러낼 수 없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소비자에겐 낯선 GMO 표시제
김은진 씨는 현재 우리 정부의 GMO 작물 안전성 심사를 100% 신뢰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GMO 작물에 대한 안전성 평가는 개발자 측에서 직접 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진행되는 GMO 작물 안전성 심사는 개발자 측에서 제시한 안전성 평가 서류 자료만으로 진행된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GMO의 안전성을 평가할 수 있는 기술을 제대로 갖추지 못해 평가할 수 있는 기회조차 얻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는 해마다 생명공학을 위한 엄청난 예산이 안전성 평가보다는 개발에 주로 쓰이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나라의 개발 기술은 선진국과 견줄만한 수준이지만, 안전성 평가 기술은 선진국에 비해 30%가 채 되지 않는다고 발표한 바 있다.
“우리나라의 GMO 표시제도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실제 소비자들에겐 GMO 표시가 낯설죠. 발견하기도 쉽지 않고요. 만일 GMO 작물을 사용했더라도 고도로 정제해 DNA나 단백질이 남아 있지 않은 경우에는 GMO를 표시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입니다. 현재의 과학 기술로는 DNA가 파괴된 이후에 GMO 여부를 검사할 방법이 없거든요. 더 무서운 사실은 시중에 유통되는 GMO 식품 대부분이 이 예외에 포함된다는 것입니다.”
콩, 옥수수, 면화, 카놀라를 재료로 한 식용유, 수입산 콩으로 만든 간장, 전분에서 추출한 당류(포도당, 과당), 주류를 주정할 때 당화를 촉진하는 데 쓰이는 첨가물, 과일 주스나 포도주의 양을 늘리기 위한 첨가물이 그 예외에 해당된다고. 김은진 씨는 특히 어린이들의 경우 적은 양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가공식품 섭취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GMO 작물을 줄이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1 안전한 먹을거리, 우리 농산물을 먹는다
가장 바람직한 먹을거리, 가장 안전한 먹을거리 선택의 기준은 바로 우리 농산물이다. 우리 농산물 중에서도 친환경 유기농을 먹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전 국민이 먹을 만큼 생산되지도 않을뿐더러 가격 역시 만만치 않으니 국산 농산물을 잘 씻어서 먹는 것이 방법이다. 만일 중금속이나 환경호르몬 등이 걱정된다면, 중금속 해독에 효과적인 우엉, 연근, 현미를 섭취하도록. 무엇보다도 국산 농산물은 GMO 작물이 없으므로 안심해도 좋다.
2 원산지를 깐깐하게 확인한다
GMO 작물을 원료로 쓸 경우 표시해야 하지만 그 표시에는 예외가 많아 소비자들은 GMO 식품을 알아채기 어렵다. GMO 여부를 알기 위해 가장 먼저 우리가 보아야 할 것은 바로 식품원료의 원산지다. 예를 들어보자. 중국은 GMO의 수확량이 가장 많은 나라 가운데 하나지만, 그들이 생산하는 것은 오로지 GMO 면화다. 따라서 중국산 콩으로 만든 식품은 그것들이 농약이나 화학비료에 의해 오염되었을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GMO는 아니라는 말이다. 브라질 역시 GMO를 많이 심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콩이다. 따라서 브라질산 옥수수라면 GMO가 아니라는 사실을 어느 정도 신뢰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래서 원산지가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여러 나라에서 수입한 것은 원산지 표시를 수입산으로만 하기 때문에 더욱 문제다. 우리나라 가공식품 중 GMO 원료를 사용한 제품을 알고 싶다면 환경운동연합 홈페이지(www.kfem.or.kr)를 참고하자.
3 자신이 먹을 것은 스스로 기른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자기가 먹는 모든 것을 기를 수는 없지만, 비교적 재배가 쉬운 토마토, 고추, 샐러드 야채 정도는 길러볼 수 있다. 텃밭 가꾸기가 중요한 두 번째 이유는 아이들 교육 때문이다. 아이들이 GMO 작물이나 공장에서 만들어진 다른 식품들을 그대로 받아들이느냐 마느냐는 어린 시절 자연과의 경험에 의해 결정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4 내 고장 먹을거리를 고른다
국산 농산물 중 되도록 내 고장에서 난 먹을거리를 선택하자. 내 고장 먹을거리를 선택하는 데는 몇 가지 장점이 있다. 우선 생산지가 가까우니 싱싱한 것을 먹을 수 있다는 것과 먹을거리 이동으로 인한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는 것.
/ 여성조선
취재 윤미 기자 | 사진 강현욱, 방문수
참고서적 <유전자 조작 밥상을 치워라>(도솔), <먹지마세요 GMO>(미지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