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 GMO

[캠페인]안전한 유기농 농산물 영양도 월등

곡산 2008. 10. 24. 08:51

[캠페인]안전한 유기농 농산물 영양도 월등

2008 10/28   위클리경향 797호

식습관을 바꾸자
유기농 사과 미네랄 성분 일반 사과보다 30배나 많아

한농마을 유기농 대축제에 참여한 인파가 가득 메우고 있다. <한농제공>

"유기농 농산물만으로 만든 음식의 경험은 신선했습니다. 다양한 음식에서 정성까지 느껴서 정말 좋았습니다.”(경기도 시흥 민정원)
“유기농 축제에 처음 갔는데 자연의 느낌이 그대로 담겨 있는 음식을 맛봤습니다. 아이들의 먹을거리 걱정이 커지고 있는데 특히 다양한 유기농 과자의 정성에 감동받았습니다.”(경북 울진 김홍자)
“음식이 무척 맛있고 깔끔하며 농산물도 싱싱하고 가격이 쌉니다. 앞으로도 자주 이런 행사가 열렸으면 좋겠어요.”(경북 포항 장영주)
“유기농 상품이 이렇게 다양한지 몰랐어요. 대단합니다.”(충남 당진 이승숙)

10월 8일부터 12일까지 5일 동안 경북 상주시 시민운동장에서 열린 한농마을 유기농대축제(부제: 꿈그린 마을 가을잔치 한마당)에 참관했던 여행객이 돌나라 한농복구회(한농) 홈페이지에 올린 글이다. 멜라민 파동 이후 먹을거리의 판도가 바뀌고 있는 현장을 실감하게 한다. 먹을거리에 대한 불안감이 유기농 농산물에 대한 관심으로 증폭된 결과다.

느는 수요에 비해 시장 규모 작아
도정호 한농 사무국장은 “이번 축제의 음식 품평 시식회에 참여한 사람만 매일 2500명을 넘었다”면서 “유기농 축제장은 늘 사람이 붐벼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기농 음식이 120가지, 과자가 40가지, 농산물 100종류가 전시됐다”면서 “멜라민 사태의 탓인지 이번 축제에서 특히 유기농 과자의 인기가 높았다”고 설명했다. 이 행사를 주관한 상주시도 “유기농 작물 홍보라는 소기의 목적은 어느 정도 충족했다”고 평가했다.

화학비료라는 영양분을 공급받고 농약을 먹고 자라는 ‘관행 농작물’(일반 농작물)의 성장 메커니즘을 이해한다면 이런 호응과 평가는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농약과 화학비료의 도움을 받은 작물은 온실 속의 화초처럼 ‘약골’이 된다. 화학비료를 주면 식물은 애써 뿌리를 내릴 필요가 없다. 충분한 영양소를 얻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웃자라는 것이다. 웃자란 작물엔 해충이 끼게 마련이다. 따라서 병충해를 예방하기 위해 농약을 준다.

관행 농작물의 ‘대칭적 개념’은 유기농 농작물이다. 3년 이상 농약과 화학비료를 주지 않고 재배한 농작물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유기농 농산물은 환경을 보전하고 소비자에게 더 안전한 농산물을 공급하기 위해 유기합성농약과 화학비료 및 제초제·살균제·살충제 등 화학 자재를 전혀 사용하지 않거나, 최소량만 사용하여 생산한 농산물을 말한다. 한마디로 태양에너지만으로 자란 작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분석화학을 동원한 미네랄 영양분석을 하면, 유기농 농작물의 가치를 더 쉽게 알 수 있다. 유기농 사과와 일반 사과의 미네랄 성분을 비교했을 때 유기농 사과 한 개의 미네랄이 일반 사과의 30배에 이른다고 한다. 도정호 사무국장은 “말라서 비틀어진 유기농 사과일지라도 그 사과의 미네랄 성분은 윤기 나고 맛있어 보이는 일반 사과보다 훨씬 높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일반 농작물과 비교할 때 영양학적으로 절대적 우위에 있다는 얘기다. 음식학자인 김영수씨는 유기농 작물의 특징에 대해 “맛과 향이 순수하고, 천연으로 만든 살아 있는 유기질 거름과 비료, 살아 있는 토질로 인해 영양가 함량이 더욱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화학 농자재를 사용하지 않고 재배한 농산물이므로 무엇보다 안심하고 섭취할 수 있다.
한농 마을 유기농 대축제에 전시된 유기농 과자(왼쪽)과 전시음식을 시식하는 축제 관람객들. <한농제공>

유기농 식품과 농산물에 대한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우리 사회의 문화적 코드인 ‘웰빙’이 유기농 바람을 선도하고 있다. 하지만 유기농 시장은 그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는 역부족이다. 시장 규모 자체가 매우 작기 때문이다. 유기농 농산물이 전체 농산물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4%에도 미치지 못하다. 유럽과 호주 유기농 시장이 10%를 넘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한국의 유기농 시장 규모는 1조3100억 원(2006년 말 현재 기준)이다. 유기농 농산물을 재배하는 농민 수도 전체 농민의 1%를 넘지 않은 3만 명 정도다. 1994년부터 유기농 운동을 전개하는 돌나라 한농복구회가 전국에 확보하고 있는 유기농 단지는 불과 10개다. 이는 1994년 한국 농업을 유기농 생산 방식으로 복구해보자는 사람들이 의기투합하고 그 마음이 돌처럼 변하지 말자는 의지를 담아 한농을 출범했던 당시와 농지 수의 변화가 없다. 한농 소속 유기농 재배 농민은 3500여 명이다.

국제유기농인증심사관 4명 확보
강원 홍천으로 귀농한 도진호(43)씨는 “종전에 유기농이라는 경작을 심각하게 고려했다”면서 “그러나 아직까지 소득 보장에 대한 자신감이 없어 감히 유기농 경작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정호 국장도 “유기농 재배를 하면 관행 농작물 재배 때보다 더 많은 소득을 올린다고 단언할 수 없다”면서 “유기농이란 하나의 농산물 생산 방식이고 또 농산물은 시장 환경에 따라 매우 유동적인 소득을 낳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런 열악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한농이 2006년 세계유기농연맹(IFOAM)으로부터 국제유기농 인증심사관 4명을 확보한 것은 나름대로 유기농 농업의 전도를 밝게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유기농 재배와 관련한 국제 교류 확대는 물론 유기농 작물의 재배·포장·유통의 투명성 제고에 전기가 될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농이 일관되게 추진한 유기농 운동의 결실이다. 한농은 유기 농산물이라는 용어조차 생소했던 14년 전 무농약·무제초제·무화학비료의 ‘삼무농법’을 기치로 내걸고 유기농 운동을 전개했다. 특히 경북 울진 왕피리 한농마을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유기농 공동체다. 지구환경회복운동 단체인 한농복지회가 1980년대 초부터 울진 왕피천 연변에다가 유기농 농장을 만들고 꾸준히 그 경작 면적을 늘려왔다. 전국 10곳의 지부(유기농 단지) 중 가장 먼저 공동체 마을을 형성했다. 의사·영화감독·기업체 사장 등 잘 나가는 전문직 인사까지 농사를 짓기 위해 이곳 산골오지로 모였다.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무공해 농사를 짓는 이곳 사람들은 사유 재산의 개념 없이 이웃과 더불어 한 가족처럼 생활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김경은 기자 jj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