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 GMO

식용유.간장.과자류 GMO표시 놓고 '고민'

곡산 2008. 3. 7. 09:30

식용유.간장.과자류 GMO표시 놓고 '고민'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가공식품에 널리 쓰이는 전분당을 유전자변형작물(GMO)로 생산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GMO 표시 대상을 식용유나 간장, 과자, 음료 등에까지 확대하는 문제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7일 식품의약품안전청과 소비자단체 등에 따르면 표시대상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일부 소비자.시민단체의 주장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청은 GMO 유전자가 검출되지 않는 품목에 대해서도 표시제도를 확대하는데 대해 기술적인 한계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최근 한국전분당협회 등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곡물 수급상황이 악화되면서 올해부터 국내에서 생산되는 전분과 전분당 제품에 GMO 옥수수가 사용될 예정이다. 전분당은 물엿, 액상과당,올리고당 등의 형태로 과자, 음료수, 빙과류 등 가공식품 전반에 널리 쓰이고 있다.

이들 제품은 가공 중에 열처리를 거치면서 삽입 유전자가 파괴되기 때문에 GMO 표시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이런 상황은 식용유와 간장도 마찬가지다.

이에 따라 이번 기회에 소비자의 알권리 충족을 위해 식용유, 간장, 전분당 등에도 GMO 표시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게 일고 있다.

실제로 유럽연합(EU)에서는 열처리나 정제과정을 거치는 가공식품에 대해서도 0.9% 이상의 GMO가 함유된 경우에는 GMO 표시를 하도록 돼있다.

그러나 가공식품의 GMO 표시제도를 관장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제품의 분석결과를 근거로 GMO 표시를 하는 현행 체계에서 표시대상을 확대하면 오히려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우리나라는 원칙적으로 해당 식품에서 GMO 유전자가 검출됐는지 여부에 따라 해당 식품이 GMO인지 비(非)GMO인지를 판단한다. 식용유나 간장에 비GMO 표시를 하더라도 실험실에서 확인할 수가 없다면 표시해봐야 소용이 없으며 가짜 '비GMO' 식품을 비싼 값에 사먹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 지금까지 식약청의 논리다.

반면 EU는 우리나라나 일본과 달리 생산업자에게 원료를 기준으로 GMO 사용 여부를 표시를 하도록 하고, 비GMO 제품은 입증서류를 갖추도록 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우리도 유럽과 같은 제도를 도입해 소비자에게 알권리와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식약청은 EU와 우리나라는 여건이 달라 EU와 같은 제도를 도입하는데 많은 제약이 따른다고 보고 있다.

EU는 역내 식량자급률이 100%가 넘는 데다 생산이력제를 시행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원료 GMO 여부를 확인하기가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반면 대부분의 곡물을 수입하는 우리나라는 외국에서 발행된 비GMO 증명서의 신뢰도를 확인하는 데는 훨씬 더 많은 비용이 든다. 현재도 외국에서 발행된 구분유통증명서를 믿을 수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또 국제 곡물수급상황에 따라 GMO 작물을 쓸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유럽 기준에 따라 표기할 경우 대부분의 가공식품이 GMO 식품으로 표시될 가능성이 높다. 식용유와 간장, 전분당 등이 표시대상이 되면 이를 사용하는 가공식품도 모두 표시 대상이 된다. 표시의 실익은 크지 않고 비용만 늘어날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한편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더 엄격한 비GMO 규정을 적용함에 따라 공급자들이 한국보다 일본을 더 선호하고 있어 오히려 비GMO 확보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식약청 관계자는 "대다수 소비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하거나 사후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정부로서는 무책임한 일"이라며 "표시제도 확대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tr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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