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전반

[특집]“트랜스지방을 없애라”

곡산 2007. 3. 17. 13:38
[특집]“트랜스지방을 없애라”
경화유로 튀긴 음식·스낵에 다량 함유
미국·EU 등 가공식품에 함량 의무 표시
국내 ‘제로베이스’ 목표…올리브유가 대안

“트랜스지방을 없애라”

국내 식품업계에 내려진 특명이다. 식생활의 변화로 비만·심장질환자들이 늘면서 원인물질로 지목되고 있는 트랜스지방산 퇴출을 위해 세계 각국의 움직임이 빨라지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정부와 업계가 팔을 걷어 부치고 문제 해결에 나섰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국민의 관심과 우려가 급증하고 있는 트랜스지방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올해 말부터 가공식품에 트랜스 지방 함량을 표시토록하는 제도를 실시키로 했다. 또 표시의무 대상이 아닌 패스트푸드 등 외식업체 및 소규모 제과점 등은 수시로 실태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홈페이지에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식약청은 지난 2004년부터 식품업계와 함께 가공식품 중 트랜스지방 저감화 사업을 추진해온 결과 현재 우리 국민의 위험 수준은 미국, 캐나다 등 서구 국가에 비해 상당히 낮지만 이를 '제로(0)' 베이스까지 낮춘다는 방침이다. 한마디로 식품 중 트랜스지방을 완전히 추방하겠다는 의지이다.

과연 트랜스지방은 어떤 물질이기에 이처럼 정부와 업계는 물론 세계 각국이 이를 없애기 위해 몸부림을 쳐야하는지 그 사연을 알아본다.

■ 트랜스지방은 무엇인가.

지방에는 포화지방과 불포화지방이 있다. 일반적으로 상온에서 굳는 기름, 즉 소고기·돼지고기 등 동물성기름은 포화지방, 콩기름 참기름 들기름 올리브유 등과 같이 액체상태인 기름은 불포화지방이다. 그동안 포화지방은 심장병이나 비만 같은 혈관 질환의 주요 원인이 되는 반면 불포화지방은 혈관 건강에 유익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최근 연구 결과 식물성 기름인 불포화지방산에도 동물성 기름 못지않게 혈관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지방산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는데, 그것이 바로 트랜스지방산이다.

지방산을 구성하는 탄소와 탄소는 단일결합일 때와 이중결합일 때의 모양이 각기 다르다. 단일 결합에서는 탄소와 탄소가 지그재그 식으로 반복 결합해 상당히 긴 모양을 하고 있다. 탄소와 탄소 사이에 이중결합이 있으면, 그 다음 탄소들이 결합을 할 때 두 가지 모양이 가능해, 탄소들이 서로 같은 방향으로 결합할 때 시스(cis) 구조라고 하며, 서로 반대 방향으로 결합할 때 트랜스(trans) 구조라고 한다.

요즘 식품 업계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트랜스지방산´은 액체 상태의 식물성 기름을 마가린·쇼트닝 같이 굳게하거나 마요네즈와 같이 반고체 상태로 만들 때 산패를 억제할 목적으로 수소를 첨가하는 과정에서 생성된다.


■ 어디에 들어있나.

트랜스지방은 자연 식품 중에도 일부 존재하며 조리과정에서도 생성될 수 있으나 가장 문제가 되는 급원은 경화유이다. 식물성 유지에 수소를 첨가하면 불포화지방산중 일부를 포화시켜서 상온에서 안정성이 높은 경화유로 변하는데, 마가린 쇼트닝이 대표적이다. 마가린과 쇼트닝은 버터나 라드 등 동물성 지방과 비슷한 맛을 내면서도 값이 싸 대체식품으로 애용돼왔다.

소 양 염소 등 되새김질하는 초식동물은 장관 내에서 미생물에 의한 불포화지방산 가수소화가 일어날 수 있으며, 이 때 트랜스지방산이 일부 생성돼 고기, 유즙 등에 함유될 수 있다. 또한 고열로 조리하면 일부 불포화지방산이 트랜스지방산으로 변형되는 유종이 있다.

과자 도넛 빵 쿠키 케이크 등을 만들 때 사용하는 마가린과 쇼트닝에 함유된 트랜스지방산이 최종제품에 전이되지만, 최근엔 전 식품업계가 트랜스지방 제로화를 선언하고 있어 그리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 건강에 미치는 영향

트랜스지방산을 많이 섭취할 경우 포화지방산과 마찬가지로 체중이 늘어나고 해로운 콜레스테롤인 저밀도 지단백질(LDL)이 많아져 심장병·동맥경화증 등의 질환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학술원 보고에서 여러 연구들을 종합할 때, 트랜스 지방산은 같은 수준의 포화지방산에 비해 혈중 LDL:HDL 콜레스테롤 비 상승률이 높아 심장병 위험률을 높이는 한 요인이 된다고 했다.

암과의 관련성도 논의될 정도이다. 1999년 발표된 하버드의대 공공보건연구소의 ´트랜스지방산과 관상동맥 질환´ 보고서에 따르면 트랜스지방을 줄이면 미국에서만 연간 3만∼10만 명의 심장병 사망을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 보고서는 또 콜레스테롤과 관련한 트랜스지방의 악영향은 포화지방의 2배라고 밝혔다. 트랜스지방은 포화지방처럼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일 뿐만 아니라 ´좋은 콜레스테롤´ 수치는 낮추기 때문이다. 혈관이 좁아지면 심근경색 협심증과 같은 관상동맥 질환과 뇌졸중의 위험이 높아진다.

최근엔 하버드의대 연구팀이 튀긴 음식이나 스낵 등에 많이 함유된 트랜스지방이 심장병이나 당뇨 위험 뿐 아니라 여성 불임 위험을 높인다는 사실을 임상연구를 통해 확인했다고 발표해 트랜스지방의 위해성에 대한 관심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트랜스지방산이 필수지방산 대사를 방해하기 때문에 성장발달을 저해한다는 의견도 있어 임신, 수유부의 과다한 섭취는 아기의 신장 및 발육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있으나 구체적으로 확인된 바는 없다.

■ 각 국의 규제상황

이러한 보고들에 따라 트랜스지방산에 대한 관심과 규제 요구가 높아져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자국민들의 트랜스지방 섭취량을 수년간에 걸쳐 조사해 국민건강과의 관계를 평가하고 있으며, 미국 캐나다 EU 등 일부 국가에서는 트랜스지방산 함량 표시제를 의무화하고 있다.

2002년 미국의학원(IOM)이 트랜스지방산 위험성을 경고한 뒤 미국식품안전국(FDA)은 2006년 1월 1일부터 모든 가공식품에 대해 포화지방 함량표기 줄 하단에 트랜스지방의 함유량을 별도로 표시토록 의무화했다.

이보다 앞서 덴마크는 지난 2002년 6월 EU에 유지 및 유지를 함유하는 식품의 트랜스지방산 함량을 1%이하로 한 제안서를 제출한 이래 2004년 1월부터 모든 가공식품의 트랜스지방 함량을 2% 이하로 제한하는 법률을 제정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최고 2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한다고 발표했다.

캐나다도 2005년 12월부터 영양표시항목에 트랜스지방 함량 표시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최근 식품표시 개정안을 입안 예고하고, 1년의 유예 기간을 거쳐 오는 12월1일부터 본격 도입키로 했다.

세계 보건기구(WHO)는 하루 섭취열량 중 트랜스지방에서 기인되는 열량이 1%를 넘지 않도록 권고 있는데, 이는 1일 섭취열량(320kcal)의 약 1%인 2.2g에 해당한다.

■ 올리브유로 트랜스지방산 문제 완전 해결

식품 중 트랜스지방의 유해성이 불거지면서 영양 많고 안전한 기름으로 올리브유가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했다.

올리브유는 최고급 식물성 유지로 손꼽힌다. 지방산 조성 중 단일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해 포화지방이나 트랜스지방이 함유된 여타 식용유지와 달리 심장질환, 고혈압 예방 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또한 토코페롤, 폴리페놀과 같은 노화방지 물질이 풍부할뿐더러 몸에 해로운 저밀도 콜레스테롤은 낮추고, 몸에 이로운 고밀도 콜레스테롤을 높여주는 등 트랜스지방과는 반대의 기능을 갖고 있다.

올리브유에는 또 비타민과 필수 미네랄도 함유하고 있어 임산부(태아) 및 성장기 어린이들의 뼈와 뇌의 발전에 도움을 주고 암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

고온가열 또는 용매추출 등의 방법으로 생산하는 타 식용유지와 달리 올리브유는 저온에서(20℃) 눌러 짜기 때문에 착유공정 중 열에 의해 트랜스 지방산이 생성될 염려가 전혀 없다. 산화안정성이 가장 좋은 단일불포화지방산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조리과정 중 튀김온도에 의해 트랜스지방산이 생성될 경우도 거의 없다는 점도 올리브유가 가진 매력의 하나이다.
김현옥 기자 : hykim996@thinkfoo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