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 기자
- 승인 2026.08.10 14:39
트렌드 인도 첸나이무역관 윤병은
'슈퍼푸드'의 중심축이 바뀌고 있다. 그동안 글로벌 건강식품 시장을 이끌어온 퀴노아, 치아시드, 아보카도 대신 인도의 전통 식재료인 밀렛(Millet), 모링가(Moringa), 마카나(Makhana), 아슈와간다(Ashwagandha)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주목할 점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는 것이다. 수천 년 동안 인도인의 식탁과 전통 의학 속에 존재했던 식재료들이 팬데믹 이후 '과학적 기능성'과 '웰니스'라는 새로운 가치와 결합하면서 거대한 산업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인구 14억 명의 소비시장과 정부 정책, 전자상거래 플랫폼, 건강기능식품 산업이 맞물리면서 인도 슈퍼푸드 시장은 향후 10년 글로벌 식품산업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평가받고 있다. 코트라 인도 첸나이무역관의 시장 보고서를 토대로 그 자세한 내용을 들여다본다.
■ '전통'이 가장 강력한 프리미엄이 되다
인도 슈퍼푸드의 가장 큰 특징은 새로운 식품이 아니라는 점이다.
밀렛은 수천 년 동안 인도의 대표적인 잡곡이었고, 모링가는 남인도 가정에서 매일 먹는 채소였다. 마카나는 오래전부터 즐겨온 건강 간식이며, 아슈와간다와 툴시, 암라는 아유르베다 의학의 핵심 원료였다.
그동안 '가난한 사람들의 음식'으로 여겨졌던 이들 식재료는 이제 오히려 건강과 지속가능성을 상징하는 프리미엄 식품으로 가치가 완전히 바뀌고 있다.
이는 세계 식품산업에서도 흔히 나타나는 현상으로, 지중해 식단의 올리브유, 한국의 김치와 발효식품, 일본의 말차처럼 오랜 식문화가 현대 영양학과 만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것이다.
인도 역시 자신들의 전통 식재료를 세계적인 웰니스 산업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 당뇨 대국 인도가 선택한 해법은 '전통 곡물'
인도 슈퍼푸드 시장이 급성장하는 가장 큰 배경은 건강 위기다. 인도는 현재 세계 최대 당뇨병 국가 가운데 하나로, 국제 의학저널 란셋에 발표된 조사에 따르면 인도 성인의 11.4%인 약 1억100만 명이 당뇨를 앓고 있으며 복부비만 비율도 40%에 육박한다.
백미와 정제밀가루 중심의 식생활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소비자들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혈당 관리와 체중조절 식품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수혜를 입은 것이 바로 밀렛이다. 글루텐이 없고 혈당지수(GI)가 낮은 밀렛은 식후 혈당 상승을 완화하는 대표적인 곡물로 평가받는다. 풍부한 식이섬유와 미네랄은 포만감을 높여 체중관리 식단에도 적합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단순 잡곡이 아닌 기능성 주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정부도 이러한 흐름에 적극 가세했다. UN이 2023년을 '세계 밀렛의 해'로 지정한 이후 인도 정부는 학교급식과 공공조달에 밀렛을 확대 적용하며 소비 기반을 빠르게 넓혀가고 있다.
■ 모링가·마카나…식탁에서 건강기능식품까지
밀렛이 주식이라면 모링가와 마카나는 웰니스 식품을 대표한다.
'기적의 나무'로 불리는 모링가는 칼슘과 철분, 비타민 등 90여 종의 영양성분을 함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항산화 성분도 풍부하다. 최근에는 생잎보다 분말 형태, 허브티, 건강음료, 단백질 쉐이크 원료 등으로 활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인도 대표 슈퍼푸드와 전통 섭취 방식>

마카나 역시 변화의 속도가 빠르다. 연꽃 씨앗을 가공한 전통 간식에서 벗어나 저칼로리·고단백 건강 스낵으로 재탄생하면서 젊은 소비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과거 '원재료'였던 식품들이 이제는 브랜드와 기능성을 갖춘 프리미엄 소비재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 아유르베다가 만드는 새로운 건강기능식품 시장
인도 슈퍼푸드 산업의 또 다른 축은 아유르베다(Ayurveda)다.
아슈와간다는 스트레스 완화와 수면 건강, 툴시는 항염 및 호흡기 건강, 암라는 면역력과 항산화 기능을 앞세우며 건강기능식품 시장을 이끌고 있다.
특히 캡슐, 젤리, 건강음료 등 다양한 제형으로 제품이 출시되면서 젊은 소비층까지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전통 약용식물을 현대 건강기능식품으로 상품화하는 전략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 원료가 아니라 브랜드가 시장을 키운다
인도 슈퍼푸드 시장의 또 다른 변화는 브랜드 경쟁이다. 스타트업들은 밀렛 기반 그래놀라와 팬케이크 믹스, 프로틴바를 앞세워 젊은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으며, 기존 식품기업들은 허브티와 건강음료, 기능성 식품으로 시장을 넓히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단순히 원재료를 판매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고단백', '무설탕', '글루텐 프리', '100% 천연', '클린라벨' 등 소비자가 원하는 가치를 더해 프리미엄 브랜드를 구축하고 있다.
이는 한국 식품기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건강 원료 자체보다 소비자가 체감하는 편의성과 라이프스타일을 함께 제안하는 제품이 시장을 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 퀵커머스가 웰니스 시장을 키운다
유통채널 변화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현지에서는 Amazon India뿐 아니라 Blinkit, Zepto 등 퀵커머스 플랫폼이 슈퍼푸드 확산을 견인하고 있다.
프리미엄 식료품 전문점 관계자들은 소비자들이 원재료보다 밀렛 국수와 파스타, 건강칩, 향미를 더한 마카나 스낵 등 조리가 간편한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설명한다.
특히 30대 전후 직장인과 중산층 가정을 중심으로 건강성과 맛, 편의성을 모두 만족하는 제품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 시사점 : K-푸드도 '한국형 슈퍼푸드' 전략이 필요
인도 슈퍼푸드 시장이 던지는 가장 큰 메시지는 전통 식재료의 현대화다.
인도는 밀렛과 모링가, 아유르베다 원료를 첨단 건강식품으로 재해석하며 연평균 8% 이상 성장하는 웰니스 시장을 만들고 있다. 전통 식재료를 단순한 농산물이 아니라 기능성과 편의성을 갖춘 브랜드 자산으로 키워낸 결과다.
한국 역시 흑미와 보리, 들깨, 미역, 김, 발효식품, 인삼, 오미자, 도라지, 유자 등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전통 식재료를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원료 중심의 접근이 많고,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고부가가치 상품화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인도 사례는 K-푸드의 다음 성장전략이 '새로운 원료를 찾는 것'이 아니라 우리 식문화 속 전통 식재료를 세계 소비자가 원하는 형태로 재해석하는 데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세계 식품시장은 지금 '새로운 음식'보다 오래된 식문화를 현대적 가치로 재탄생시키는 국가에 더 높은 프리미엄을 부여하기 시작했다. 인도의 슈퍼푸드 전략은 한국 식품산업에도 충분히 참고할 만한 글로벌 웰니스 시장의 새로운 성공 공식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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