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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추천하는 라면 97.5%가 ‘Big 4’…후발 브랜드 가로막은 ‘알고리즘 장벽’

곡산 2026. 8. 12. 07:07

AI가 추천하는 라면 97.5%가 ‘Big 4’…후발 브랜드 가로막은 ‘알고리즘 장벽’

  •  황서영 기자
  •  승인 2026.08.11 10:34

챗GPT·제미나이 등 4대 AI 분석… 농심·오뚜기·삼양·팔도 시장 독식
같은 브랜드라도 제형 따라 점수 격차…‘육개장’ 컵라면 3위, 삼양라면은 하락
수십 년 축적된 인터넷 데이터 영향…“AI 환경 겨냥한 정보 관리 필요”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통해 라면 제품을 추천받을 경우, 추천 결과의 97.5%가 농심·오뚜기·삼양식품·팔도 등 이른바 ‘라면 4사’ 제품에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십 년간 축적된 조리법과 소비자 후기 데이터가 AI 추천 알고리즘의 핵심 학습 자료로 활용되면서, 후발 브랜드가 AI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에이아이빅스랩이 라면 분야 3개 카테고리의 AI 브랜드 경쟁력 지수(AIBIX) 랭킹을 분석한 결과 그래프. (자료=에이아이빅스랩)

에이아이빅스랩(AIBIX lab, 대표 김준현)이 라면 분야 3개 카테고리(봉지라면·컵라면·비빔면)의 총 73개 제품을 대상으로 챗GPT, 제미나이, 퍼플렉시티, 클로드 등 4대 주요 생성형 AI의 추천 응답을 분석한 결과, 전체 점수 878.5점 중 라면 4사 제품이 856.1점을 기록하며 97.5%를 독식했다. 봉지라면과 컵라면 카테고리에서는 상위 20위까지의 순위를 기존 라면 4사 제품이 모두 차지했다.

각 사의 사업 구조는 서로 다르지만, 국내 소비자 중심의 생성형 AI 응답에서는 이 같은 차이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에이아이빅스랩이 각 사 실적 발표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종합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매출에서 라면이 차지하는 비중은 농심 85.1%, 삼양식품 91.7%인 반면 오뚜기는 28.7% 수준이다. 규모로는 농심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이 3조5143억 원, 삼양식품이 2조3518억 원이며 오뚜기의 라면 매출은 약 1조560억 원이다. 삼양식품은 해외 매출이 전체의 80%를 차지하는 등 성장 동력이 제각각이지만, 국내 소비자를 향한 AI 답변에서는 이런 차이가 직접적으로 반영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라면 4사를 제외하고 AI의 추천 점수를획득한 제품은 3개에 불과했으며, 이마저도 모두 비빔면 카테고리에 집중됐다. 하림의 '더미식 비빔면'(20.7점)이 4위에 오르며 팔도비빔면·진비빔면·배홍동의 뒤를 이었고, '더미식 메밀비빔면'(1.3점)과 '노브랜드 비빔면'(0.4점)이 소수 점수를 얻었다. 반면 프리미엄 전략을 내세웠던 하림의 봉지라면 '장인라면'은 4개 AI 응답 어디에서도 등장하지 않았다. 이는 AI가 브랜드를 추천할 때 온라인상에 축적된 기사, 커뮤니티 게시글, 레시피 등의 절대적 데이터 양을 주요 근거로 삼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에이아이빅스랩 관계자는 “라면은 수십 년간 축적된 조리법, 후기, 커뮤니티 기록 등이 그대로 생성형 AI의 참고 자료가 되는 카테고리”라며 “후발 브랜드는 자료 축적분이 비어 있는 만큼, 유통망이나 광고 확보와 별도로 AI가 읽고 인용할 수 있는 정보를 따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동일한 패밀리 브랜드더라도 봉지라면과 컵라면 제형에 따라 AI의 인식과 평가가 크게 엇갈리는 현상도 확인됐다. '육개장'의 경우 봉지라면 카테고리에서는 4개 AI 모두에서 0점을 기록했으나, 컵라면 카테고리에서는 33.5점을 받아 3위에 올랐다. '참깨라면' 역시 봉지라면(12.1점)보다 컵라면(24.0점)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반대로 봉지라면 상위권이었던 '삼양라면'은 봉지라면 31.2점에서 컵라면 2.9점으로 점수가 크게 하락했으며, '안성탕면'(-27.3점)과 '너구리'(-21.5점)도 컵라면 제형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추천 지수를 보였다. '신라면' '진라면' '불닭볶음면' 등 메가 히트 상품만 두 카테고리 모두에서 고른 상위권 점수를 유지했다.

AI 모델별 선호 제품에도 차이가 존재했다. 컵라면 카테고리 1위 제품의 경우, 챗GPT와 클로드는 '신라면컵'을 최우선으로 추천한 반면, 제미나이와 퍼플렉시티는 '육개장 사발면'을 1위로 제시했다. 특히 '육개장 사발면'은 제미나이에서 50.7점의 높은 점수를 얻었으나 클로드에서는 14.3점에 머물렀다.

전문가들은 생성형 AI가 브랜드를 하나의 통합된 이미지보다 개별 제품 단위의 고유 데이터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지적한다. 이에 따라 기존 유통망이나 TV 광고 중심의 마케팅과 별개로, AI 엔진이 검색 및 인용할 수 있는 디지털 자산과 데이터를 전략적으로 구축·관리하는 것이 향후 식품업계 마케팅의 핵심 과제로 부상할 전망이다.

에이아이빅스랩 관계자는 “생성형 AI는 브랜드를 하나의 덩어리보다 개별 제품 단위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며 “대표 제품이 잘 나온다고 해서 같은 이름을 단 라인 전체가 함께 올라가지는 않는다는 점이 이번 측정에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