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전반

[먹거리 물가의 역설②] 식비 절반 외식인데 가공식품만 압박…빗나간 물가대책

곡산 2026. 7. 13. 12:47

[먹거리 물가의 역설②] 식비 절반 외식인데 가공식품만 압박…빗나간 물가대책

1분기 가계 식비 중 외식비 48.4%…가공식품보다 증가세 가팔라
인건비·임대료·배달앱 수수료까지 외식업계 비용 부담 확대
플랫폼 할인·광고비와 규제 대응 비용도 식품 제조사에 누적
“일률적 가격 통제 부작용…바우처 등 취약계층 직접 지원해야”

  • 등록2026.07.12 18:30:30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고환율·고유가 속에서 생산비는 오르는 반면 출하는 줄고 재고는 늘어나는 식품 제조업계의 현실을 짚은 1편에 이어, 2편에서는 가계 식비에서 외식비가 차지하는 비중과 유통·플랫폼 비용 구조를 통해 정부 물가대책의 실효성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정부의 먹거리 물가 관리가 식품 제조업체의 출고가 인상 억제에 집중되고 있지만, 실제 가계 식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은 외식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 식비의 절반 가까이가 외식비로 지출되고 외식비 증가율도 가공식품보다 높은 만큼 식품 제조업체의 출고가만 억제해서는 소비자가 체감하는 먹거리 물가를 낮추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재료비와 인건비뿐 아니라 임대료, 에너지비, 유통 수수료, 배달앱 광고비 등 식품 가격을 형성하는 비용 구조 전반을 함께 손봐야 한다는 것이다.

 

◇ 가계 식비 절반은 외식...가공식품보다 증가 속도 빨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국가데이터처 가계동향조사 원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6년 1분기 가구의 전체 식비 지출 가운데 외식비 비중은 48.4%로 절반에 육박했다. 가공식품은 29.8%, 신선식품은 21.8%였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외식비 비중은 1.4%포인트 확대됐다. 반면 신선식품 비중은 1.7%포인트 줄었고, 가공식품 비중은 0.3%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금액 기준으로도 외식비 증가세가 가공식품보다 가팔랐다.

 

올해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외식비는 43만9000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3%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가공식품 지출은 27만원으로 2.8% 늘었다.

 

물가 상승률 역시 외식이 높았다. 올해 1분기 외식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기보다 2.9% 상승해 가공식품 2.2%, 농축수산물 1.2%를 웃돌았다.

 

소비자가 실제로 지출하는 식비 가운데 외식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증가 속도도 더 빠른 만큼 가공식품 출고가를 억제하는 것만으로 체감 식비 부담을 낮추기 어렵다는 의미다.

 

 

◇ 외식비 올랐지만 실제 소비는 감소...업계도 불황

 

그렇다고 외식업체에 일률적으로 가격 동결을 요구하는 방식이 해법이 되기도 어렵다.

 

외식 가격에는 식재료비뿐 아니라 인건비와 임대료, 전기·가스요금, 카드 수수료, 배달앱 중개 수수료와 광고비 등 여러 비용이 복합적으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외식업체 경영실태 조사에서는 인건비 상승으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76.3%에 달했다. 최저임금은 지난해 1만30원에서 올해 1만320원으로 2.9% 올랐다.

 

외식비 지출 증가가 외식산업의 호황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2025년 가계의 외식 부문 명목 지출액은 144조7000억원으로 전년보다 3.1% 증가했지만 물가 영향을 제거한 실질 지출액은 115조9000억원으로 0.1% 감소했다.

 

인건비와 임대료, 배달 비용 등의 상승분이 메뉴 가격에 반영되면서 소비자가 낸 금액은 늘었지만 실제 외식 소비량은 줄었다는 분석이다.

 

외식업 사업체 수도 2020년 80만4000개에서 2024년 78만9000개로 감소했다. 산업 전체 매울 규모가 늘었더라도 물가와 비용 상승을 감안하면 개별 점포의 체감 경기가 개선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가공식품 제조업체와 외식업체가 동시에 비용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어느 한쪽에만 가격 동결을 요구하면 부담이 품질과 고용, 납품단가 등 다른 영역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 플랫폼 최저가 경쟁…할인·광고비는 제조사 부담

 

온라인 식품시장의 급성장도 식품 제조업체와 외식업체의 비용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가공식품과 외식 가격에는 원재료비와 인건비뿐 아니라 대형 유통사와 온라인 플랫폼에 지급하는 수수료, 광고비, 배송비, 할인 분담금도 반영된다.

 

국내 소매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쿠팡·네이버·신세계 등 상위 3개 기업의 점유율은 2017년 29.7%에서 2024년 52.8%로 높아졌다. 플랫폼 집중도가 커지면서 제조사와 입점업체의 가격 협상력은 상대적으로 약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식품기업은 판매량을 유지하기 위해 상시 할인행사와 기획전, 쿠폰, 묶음 판매에 참여해야 한다. 특정 플랫폼에서 판매가격이 내려가면 다른 유통 채널도 비슷한 가격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최저가 경쟁의 비용이 제조사에 전가될 수 있다.

 

출고가를 올리더라도 제조사가 부담하는 할인·판촉비가 함께 늘어나면 실질 수익은 개선되지 않을 수 있다. 공식 소비자가격은 올랐지만 실제 납품 단가나 정산 금액에는 큰 변화가 없는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외식업체 역시 배달앱 중개 수수료와 배달비, 광고비 부담에서 자유롭지 않다. 정부가 제조사 출고가나 외식 메뉴 가격만 억제하고 유통·플랫폼 비용을 그대로 둔다면 최종 소비자가격을 낮추는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온라인 식품 거래액은 2024년 약 47조원으로 2017년 약 10조원의 4배를 넘어섰다. 전체 온라인쇼핑에서 식품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11.1%에서 18.3%로 확대됐다.

 

제조사와 외식업체 모두 플랫폼을 외면하기 어려운 구조에서 수수료와 광고비, 할인 비용 분담, 정산 조건 등을 물가 관리의 주요 과제로 다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여기에 가공식품 영양표시 의무 대상이 올해부터 259개 품목으로 확대되고, 당알코올 함량 표시와 연말 GMO 완전표시제 시행까지 예고되면서 규제 대응 비용도 늘고 있다. 원료 이력 관리와 포장재 교체, 시험·검사, 전산 시스템 구축이 필요한 만큼 다품종 소량 생산 비중이 높은 중소 식품기업의 부담은 극에 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 저소득층 식품비 6.7% 증가…"취약계층 집중 지원 방식 더 효과적"

 

먹거리 물가 상승의 충격은 저소득층에 더 크게 나타났다.

 

올해 1분기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식품비는 48만 원으로 전년 동기 보다 6.7%나 증가했다. 전체 소득분위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2019년과 비교하면 1분위 가구의 식품비는 50.8% 늘었다.

 

전문가들은 취약계층의 식비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기업의 가격 인상만 억제하는 방식은 지속 가능한 대책이 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가격을 올리지 못한 기업이 할인행사를 축소하거나 제품 용량과 원재료 함량을 줄이고, 설비 투자와 고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비용을 보전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최종 소비자가격만 묶어두면 부담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제품 품질과 용량, 투자, 고용, 협력업체 손익 등 다른 영역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모든 식품과 외식 가격을 광범위하게 억제하기보다 식비 부담이 큰 취약계층에 지원을 집중하는 방식이 더 효과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식품 바우처와 학교·복지시설 급식 지원, 농축수산물 할인쿠폰 등을 확대하면 한정된 재원을 먹거리 부담이 큰 계층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격 통제를 통해 모든 소비자의 구매가격을 낮추면 지원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계층에도 혜택이 돌아가지만, 가격 억제로 발생하는 부담은 제조사와 외식업체, 중소 협력업체에 누적될 수 있다”며 “취약계층에 직접 지원을 제공하는 방식이 시장가격의 왜곡을 줄이면서 저소득층의 식품 접근성을 실질적으로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 “가격이 아니라 비용 구조를 손봐야”

 

정부의 먹거리 물가 대책이 제조사 출고가에만 집중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수입 원재료와 환율 위험에 대응할 수 있도록 공동구매와 장기계약, 환헤지 지원을 확대하고 중소 식품기업과 외식업체의 에너지·물류비 부담을 낮출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대형 유통사와 플랫폼의 수수료, 광고비, 할인 분담, 정산 주기 등 거래 조건도 함께 점검해야 한다. 소비자 판매가격이 오르는 과정에서 원재료 생산자와 제조사, 유통사, 플랫폼 중 어느 단계에서 비용과 이익이 늘었는지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농경연도 정부가 환율과 국제곡물가격 변동에 대응할 수 있는 위험관리 수단을 확대하고 가격 형성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는 한편 취약계층의 식품 접근성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업계 관계자는 “가계 식비의 절반 가까이가 외식비인데 가공식품 출고가만 누른다고 소비자 체감물가가 크게 내려가기는 어렵다”며 “가공식품 제조사와 외식업체 모두에 가격 동결을 요구하기보다 임대료와 유통 마진, 플랫폼 수수료 등 식비 형성 전반의 비용을 낮추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