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 물가의 역설①] 출하는 줄고 재고는 급증…식품업계가 가격을 올리는 진짜 이유
1분기 환율 1465원대…가공식품 수입액 8.2% 증가
생산자물가 오르고 출하는 줄어…‘비용형 불황’
재고율 108% 돌파·유가발 물류비 부담 가중
업계 “가격 억제보다 산업 총비용 절감 대책 필요”
- 등록2026.07.12 18:29:52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고환율과 원재료·유가·물류비 상승으로 식품업계의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 푸드투데이는 식품 가격 인상의 배경과 정부 물가대책의 한계를 두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편집자주]
정부가 서민 생활과 직결된 먹거리 물가 안정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식품업계에서는 가격 인상을 더 이상 미루기 어려운 한계 상황에 도달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고환율로 수입 원재료 부담이 커진 데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에너지비와 포장재·물류비가 뛰고, 인건비와 유통 비용까지 동시에 오르고 있어서다. 소비 부진으로 출하는 감소하고 재고는 쌓이는 상황에서 기업이 비용 상승분을 자체적으로 흡수할 여력도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방선거 전후로 롯데칠성음료를 비롯해 메가MGC커피, 이디야커피, 더본코리아, 롯데리아 등 주요 식음료·외식업계의 가격 조정이 잇따르고 있다.
업계는 최근 가격 조정을 단순한 이익 확대 차원으로만 보는 것은 현실과 거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일부 국제 원재료 가격이 일시적으로 하락하더라도 환율과 유가, 인건비, 물류비, 판촉비가 함께 오르는 구조에서는 기업이 체감하는 총비용이 좀처럼 줄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 환율 1465원대...수입액·생산자물가 동반 상승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통계로 본 2025년~2026년 1분기 식품제조업 동향’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평균 원·달러 환율은 1465.2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3분기 1385.3원이었던 환율은 4분기 1451.0원으로 오른 뒤 올해 들어서도 높은 수준을 이어갔다.
식품산업은 곡물과 유지류, 커피, 코코아, 설탕, 과일 농축액, 식품첨가물 등 주요 원재료의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한다. 국제 원재료 가격이 같더라도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기업이 실제 부담하는 원화 기준 구매 비용은 늘어난다.
실제로 올해 1분기 가공식품 수입액은 44억6000만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8.2% 증가했다.
원가 부담은 생산자물가에도 반영됐다. 올해 1분기 식료품 제조업 생산자물가지수는 127.7로 전년 동기보다 2.0% 올랐고, 음료 제조업 생산자물가지수도 118.1로 1.6% 상승했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업종의 부담은 더욱 컸다. 조미료 및 유지 생산자물가지수는 143.0, 제분은 133.0, 사료는 129.7로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연간 기준으로도 상승 흐름이 이어졌다. 식료품 생산자물가지수는 2023년 122.6에서 2024년 123.6, 2025년 126.8로 올랐다. 음료 역시 같은 기간 111.2에서 114.8, 117.6으로 상승했다. 2025년 식료품과 음료 제조업 생산자물가는 전년보다 각각 2.6%, 2.5% 높아졌다.

◇ 생산비는 오르는데 출하는 감소...'비용 상승형 불황'
더 큰 문제는 제품이 잘 팔려 가격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올해 1분기 식료품 제조업 출하지수는 98.1로 전년 동기보다 1.6% 감소했다. 음료 제조업 출하지수는 95.6으로 6.7% 줄었다.
업종별로는 알코올음료 출하가 9.3% 감소했고 비알코올음료는 4.7%, 사료·조제식품은 3.9%, 과실·채소 가공품은 2.8% 줄었다.
생산비와 제품 가격은 오르지만 판매와 출하는 감소하는 이른바 ‘비용 상승형 불황’이 식품산업 전반에 나타난 셈이다.
재고 부담도 커졌다. 2025년 식료품 제조업 재고율은 108.5%로, 2024년부터 제품 재고량이 출하량을 웃도는 흐름이 이어졌다. 음료 제조업 재고율은 121.7%로 전년보다 22.2%포인트 상승하며 202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판매 부진으로 제품 재고가 쌓이는 가운데 원료 구입비와 생산비는 오르고 있는 것이다. 가격을 올리면 소비 감소가 우려되고, 동결하면 손익성과 재무구조가 악화되는 진퇴양난에 놓였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해 올해 1분기 식품산업 경기현황지수도 94.2로 기준선인 100을 밑돌았다. 지수가 100보다 낮으면 전 분기보다 경기가 악화됐다고 판단한 업체가 개선됐다고 본 업체보다 많다는 의미다.
◇ 유가 오르면 포장재·운송비까지 연쇄 상승
국제유가 상승도 식품산업 전반의 비용을 밀어 올리는 요인이다.
식품기업이 직접 사용하는 전기와 가스, 연료비뿐 아니라 플라스틱 용기와 포장 필름, 페트병 등 석유화학계 포장재 가격에도 영향을 준다. 냉장·냉동 운송비와 택배비 등 물류 비용까지 연쇄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 식품산업 핵심 이슈 가운데 하나로 ‘기후·전쟁 리스크와 물가 상승 압력’을 꼽았다. 유가 상승이 에너지비와 물류비, 원재료비를 동시에 끌어올리는 복합적 비용 충격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원재료 가격 불안도 이어지고 있다. 폭염, 가뭄, 집중호우 등으로 주요 산지의 작황 변동성이 커지면서 커피와 카카오, 유지류 등 식품 원료 가격이 언제든 다시 급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농경연은 아라비카 커피 가격이 큰 폭의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고, 식물성 유지 가격지수 역시 전년보다 17.1%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 곡물과 일부 원재료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식품 가격 인하를 즉각 요구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외에서 원재료를 계약하고 국내로 들여와 생산에 투입하기까지 일정한 시간이 필요한 데다, 환율이 높으면 국제 시세 하락 효과가 상당 부분 상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농경연 관계자는 “국제곡물 가격 하락세가 국내 수입 단가에 반영되기까지는 통상 3~6개월의 시차가 존재하며, 고환율 국면에서는 이 같은 인하 효과마저 상쇄될 수 있다”며 “단기적인 국제 시세 하락만으로 기업에 제품 가격을 즉시 내리라고 압박하기에는 구조적인 비용 위험이 크다”고 분석했다.
업계는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는 공감하면서도 획일적인 가격 억제 정책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전쟁 장기화와 고환율 등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하고 기후변화에 따른 원재료 가격 변동 가능성도 크다”며 “기업의 과도한 가격 인상은 감시해야 하지만 불가피한 비용 상승분까지 일률적으로 억제하면 제품 품질과 설비 투자, 고용이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가격 인상 자체만 억누르기보다는 수입 원재료와 물류비 부담을 완화하고 유통·판촉 구조를 개선하는 등 식품산업의 총비용을 낮추는 대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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