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 인터뷰] '나비군수' 이석형 농진원장 "첨단기술 현장 접목이 농업 블루오션"
“1톤의 생각보다 1그램의 실천” 내세워 현장 실행력 강조
스마트팜·AI·푸드테크 연구성과 농가 소득으로 연결 추진
농협 협력·AFPRO로 농식품테크 스타트업 성장 생태계 구축
갈대 조사료화·AI 상용화 사업 앞세워 ‘돈 되는 농업기술’ 추진
- 등록2026.07.09 16:48:54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과거 전남 함평군수 시절 지천에 널린 나비를 지역 대표 콘텐츠로 키워 '나비축제'를 성공시키고, '황금박쥐상'을 현재 가치 460억 원이 넘는 자산으로 만든 이석형 전 군수. ‘블루오션’의 상징처럼 불렸던 그가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이하 농진원) 수장으로 취임한 지 100일을 맞았다.
공공기관의 엄숙한 분위기를 깨고 전 직원 국민체조, 여름철 반바지 근무 등 실용적이고 파격적인 행보로 조직에 변화를 주고 있는 이 원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농진원은 스마트팜, 바이오, 푸드테크, AI 등 대한민국 농업의 미래를 바꿀 원석들이 가득한 블루오션의 보고"라며 취임 100일의 소회를 밝혔다.
이 원장은 지난 100일 동안 연구실에 머물러 있던 첨단 기술에 '상상력'과 '실행력'을 더해 현장으로 연결하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변에서 '저 사람 미쳤다' 소리를 들을 정도의 파격적인 상상력이 있어야 블루오션을 개척할 수 있다"며 "농진원의 우수한 전문성과 개척정신을 융합해 대한민국 농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데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 첨단 기술과 현장의 융복합…'돈이 되는 농업기술' 확산
이 원장이 바라보는 농업·농촌의 가장 확실한 블루오션은 '첨단 기술과 현장의 융복합'이다. 인구 소멸과 기후 위기라는 구조적 한계를 넘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생산 방식만으로는 부족하며, AI·로봇·그린바이오 등 첨단 기술을 농업 현장과 연결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그는 농업에 인공지능(AI)을 접목한 스마트 축산, 대체식품과 헬스케어를 결합한 푸드테크, 지역 특산자원을 고부가가치 의약품이나 신소재로 키워내는 그린바이오 등을 대표적인 블루오션 분야로 꼽았다.
이를 위해 이 원장은 취임 직후 일하는 방식부터 바꾸고 있다. 많은 기관이 예산 지원이나 기술이전 같은 초기 단계에 집중하는 반면, 정작 기술이 현장에서 안착하는 과정에 대한 사후관리는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에서다.
이 원장은 직원들에게 "지원은 시작일 뿐, 완성은 사후관리에 있다"고 강조한다. 기술이 현장에 뿌리내려 매출을 일으키고, 농민의 소득으로 돌아올 때까지 끝까지 살피는 것이 진짜 기술 확산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아무리 좋은 기술도 농민의 소득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가치가 반감된다”며 “농진원은 단순한 기술이전이나 자금지원에 그치지 않고, 기술을 도입한 농가와 기업이 현장에서 겪는 애로사항을 끝까지 밀착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 하반기 조사료 수급 안정 집중…갈대 활용 사업 추진
이 원장은 올 하반기 축산 농가의 주요 부담인 조사료 수급 불안 문제 해결에 집중할 계획이다. 수입산 조사료 가격 변동과 수급 불안이 농가 경영비 부담으로 이어지는 만큼 국내 자원을 활용한 대체 공급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농진원이 주목하는 자원은 새만금 간척지 등에 널려 있는 천연 갈대다. 그동안 산업적으로 활용도가 낮았던 갈대를 첨단 가공·발효 기술과 접목해 양질의 조사료로 전환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이 원장은 “주변에 널려 있지만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던 갈대를 조사료 자원으로 바꾸면 생산비를 낮추고 농가 경영비 절감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며 “국산 우수 종자를 보급하는 조사료 종자 생산단지 조성과 병행해 수입 의존도를 낮추는 기반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어 “생산, 가공, 유통이 현장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6차산업 구조를 정착시켜 농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소득 기반을 만들어 가겠다”고 덧붙였다.

◇ 농협 네트워크와 시너지…스타트업 현장 실증 확대
농진원은 최근 농협중앙회와 ‘농산업의 지속 가능한 혁신 생태계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농업기술의 현장 확산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 원장은 농진원을 혁신 기술을 검층하고 공급하는 '정예 병기'에, 농협을 전국 현장 네트워크를 보유한 '군대'에 비유하며 두 기관의 협력이 농업 혁신의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봤다.
대표적인 협업 모델은 개방형 혁신 프로그램 '엔하베스트엑스(NHarvestX)'다. 아이디어와 기술은 보유했지만 현장 적용 경험이 부족한 유망 농산업 스타트업을 발굴해 농진원이 기술 실증과 맞춤형 자문을 제공하고 농협이 유통망과 투자 생태계, 현장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구조다.
이 원장은 “창업 초기 기업들은 농가 현장에서 직접 기술을 검증하며 사업화 기회를 넓힐 수 있고, 농민들은 검증된 첨단 기술을 빠르게 도입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며 “농진원과 농협의 협력이 농산업 혁신 생태계 조성의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2026 AFPRO’, 농식품테크 스타트업 성장 플랫폼으로
다음 주 열리는 '2026 AFPRO(농식품테크스타트업창업박람회)'에 대해서도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 원장은 AFPRO를 단순 전시회가 아닌 농식품테크 스타트업의 성장 플랫폼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그는 “2026 AFPRO는 아이디어와 첨단 기술을 가진 유망 스타트업들이 대한민국 농업의 주역으로 데뷔하는 기회의 장”이라며 “지금 우리 농업에 필요한 것은 참신한 상상력을 가진 청년들과 기술 기업들이 주도하는 활력”이라고 말했다.
농진원은 이번 박람회에서 대기업·중견기업과의 오픈이노베이션, 민간 투자 유치, 판로 개척 등이 한자리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이 원장은 “함평에서 나비 한 마리로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었던 것처럼, AFPRO를 통해 발굴된 농식품테크 스타트업들이 대한민국 농업의 판도를 바꾸는 블루오션의 주인공이 되도록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 식품산업 AI 전환 가속화…푸드테크·그린바이오 지원 강화
식품산업 발전을 위한 방향도 제시했다. 이 원장은 식품산업이 첨단 과학기술과 융합하며 미래 성장산업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며, 농진원이 혁신 기술을 실제 매출과 성과로 연결하는 실행기관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농진원은 총 500억 원 규모의 ‘AI 응용제품 신속상용화 지원사업’을 통해 식품산업의 AI 전환(AX)과 푸드테크 확산을 지원한다. 단순한 데이터 분석을 넘어 식품 제조·유통 현장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작동하는 ‘피지컬 AI’ 기술의 조기 상용화가 핵심이다.
또 익산 본원을 중심으로 구축된 ‘그린바이오 벤처캠퍼스’를 고도화해 식품·바이오 분야 유망 스타트업의 입주, 전문 인력 양성, 민간 투자 유치까지 연계하는 올인원 지원 체계를 강화할 방침이다.
저탄소·친환경 농산물 기반의 지속 가능한 식품 생태계 구축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농진원은 저탄소 농산물 인증 취득 지원과 식품 기업 연계 판로 확대를 통해 원료 생산부터 가공·유통까지 친환경 가치를 더한 식품산업 경쟁력 확보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이 원장은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 요구가 커지고 있는 만큼 지속 가능한 원료와 첨단 기술을 결합해 우리 식품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 "1톤의 생각보다 1그램의 실천"…현장형 실행가로 기억되고파
이 원장의 조직 운영 방식도 눈에 띈다. 취임 후 전 직원 국민체조, 여름철 반바지 착용 권장 등은 공공기관의 경직된 분위기를 바꾸기 위한 시도다.
그는 “공공기관이라고 해서 매일 엄숙하고 딱딱할 필요는 없다”며 “생각이 너무 많으면 타이밍을 놓치기 쉽다”고 말했다.
이 원장이 직원들에게 자주 강조하는 말은 ‘1톤의 생각보다 1그램의 실천’이다. 현장이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회의와 고민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먼저 행동하고 현장에서 수정해 나가는 실행력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그는 “몸이 편하고 마음이 열려야 창의적인 상상력과 과감한 실행력이 나온다”며 “경직된 관료주의를 깨고 활력과 유연함이 넘치는 조직문화를 농진원에 정착시키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마지막으로 "농업인에게는 실질적인 부(富)를 창출해 드리고, 국민에게는 안전하고 스마트한 미래 먹거리로 보답하겠다"며, "대한민국 농업의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나갈 농진원의 거침없는 행보를 애정을 갖고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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