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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감' 아닌 데이터···GS25 김밥 흥행 이끈 안진웅 MD의 공식

곡산 2026. 7. 3. 07:37

[인터뷰] '감' 아닌 데이터···GS25 김밥 흥행 이끈 안진웅 MD의 공식

조건희 기자입력 2026. 7. 2. 17:37
상반기 김밥 매출 전년비 25.4%↑···리뉴얼 8종은 145% '폭발적 성장'
"밥 줄이고 맛살 튀겨"···서울서 제주까지 전국 맛집 100곳 돌며 공정 혁신
MD 직관 배제하고 철저한 데이터 검증···스타 셰프·크리에이터 협업도 적중
GS25 FF팀 안진웅 MD. / 사진 = GS25 제공

[시사저널e=조건희 기자]  편의점 GS25가 지난 3월 단행한 김밥 카테고리 '풀체인지' 전략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며 상반기 매출 성장을 견인했다. 김밥 메뉴 전반의 대대적인 공정 혁신과 과감한 토핑 강화를 골자로 한 전면 리뉴얼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다.

2일 GS25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김밥 카테고리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4% 증가했다. 특히 지난 3월 '풀체인지' 리뉴얼을 단행한 주요 김밥 8종의 매출은 리뉴얼 이전인 지난 2월과 비교해 145% 급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이 같은 김밥 혁신을 주도한 주인공은 GS리테일 신선식품(FF)팀의 안진웅 MD다. FF팀은 소비기한이 1~2일 내로 짧아 빠르게 취식해야 하는 도시락, 주먹밥, 김밥, 햄버거, 샌드위치 등 핵심 신선상품 카테고리를 담당한다. 상품 트렌드 변화가 빠른 만큼 MD의 기획력과 운영 역량이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부서다.

안 MD는 MD 경력 1년 차의 새내기다. 하지만 입사 후 직영점 근무, 가맹점 영업관리(OFC), 본부 상품전략팀을 거친 7년 차 베테랑이기도 하다. 체육학 전공자인 그가 핵심 부서인 FF팀 MD로 발탁된 배경에는 코로나19 팬데믹 시절 취미로 취득한 한식조리사 자격증과 그간 식품 카테고리에 품어온 남다른 애정이 자리한다.

◇ "서울에서 제주까지"···전국 100여 곳 '김밥 원정' 다녀 탄생한 '근본김밥'

GS25 FF팀은 '편의점 김밥은 밥 양만 많고 속재료가 밋밋하다'는 소비자 편견을 깨기 위해 지난해 3분기부터 대대적인 김밥 리뉴얼을 준비했다. 서울부터 제주도까지 전국의 유명 김밥 전문점 100여 곳을 직접 발로 뛰며 조리법, 속재료 구성, 메뉴 라인업 등 현장의 인사이트를 확보한 것이 돌파구가 됐다.

핵심은 원재료 조리법의 전환이다. GS25는 업계 최초로 맛살을 튀겨 넣어 고소한 풍미를 살리거나 김밥의 밥 중량을 10% 낮추고 그 자리를 토핑으로 채워 넣는 등 기존 편의점 김밥에서 볼 수 없었던 실험적인 재료 공정을 도입했다. 여기에 특제 조미 에센스를 가미하고 참기름과 참깨 함량을 높여 밥 자체의 감칠맛을 더했다.

이렇게 탄생한 'THE 근본김밥'은 출시 직후 시장의 큰 호응을 얻으며 현재 김밥 카테고리 내 매출 1위 효자 상품으로 등극했다. 안 MD는 "전국의 맛집을 돌며 같은 재료라도 조리법을 바꾸면 훨씬 깊은 맛을 낼 수 있다는 인사이트를 얻었다"라며 "단순히 밋밋하게 커팅만 하던 공정에서 벗어나 계란 구이 시간을 늘리거나 재료를 튀기는 등, 동일한 원가 안에서 최상의 맛을 구현하기 위해 수많은 시도를 거쳤다"고 말했다.

◇ "MD 직관은 금물"···대규모 고객 설문조사로 맛의 기준선 잡다

간편식 MD의 가장 큰 고민은 대중성과 개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일이다. 맛은 주관의 영역인 만큼 다수의 소비자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기준을 찾기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안 MD는 개인의 주관보다는 외부 리서치 기관을 통한 고객 대상 설문조사로 객관성을 확보했다. GS25는 상품 기획 단계에서 김밥 매니아부터 비구매자까지 아우르는 신뢰성 있는 표본을 구축하고 대규모 설문조사를 진행해 소비자의 객관적인 선호 요소를 도출한다. 이것이 맛의 기준이 된다고 그는 설명했다.

실제 판매 환경과 동일한 조건에서의 검증도 필수다. 소비자가 마주하는 매대 상황을 그대로 재현하기 위해 상품을 냉장 상태로 보관한 뒤 내부 시식회와 품평회를 진행한다. 안 MD는 "고객 설문 때는 일부러 실제 판매 상태와 동일하게 냉장에 보관한 뒤 검증을 진행한다"며 "경영진 역시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한 조사가 아니므로 실제 컨디션과 똑같은 상태로 검증해 가장 객관적인 지표를 얻으라고 주문한다"고 말했다.

◇ "가끔은 객관보다 개성으로"···부추 10톤 공수하며 지킨 '맛의 한 끗'
정다연 작가와 영양부추 협력사. / 사진 = GS25 제공

반면 유명인과의 협업 과정에서는 차별화된 개성에 집중했다. GS25는 그간 인기 셰프들과의 협업 상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여왔다. FF팀과 안 MD는 이 과정에서 셰프가 구현하고자 하는 미식을 편의점 상품으로 전환하는 데 주력했다.

실제 최강록 셰프와 함께한 '일식 계란말이 김밥' 개발 당시에는 음식의 맛을 좌우하는 '조린 버섯' 수급이 과제였다. 기존 간편식에 사용된 적이 없는 식재료였지만 안 MD는 직접 신규 원재료 소싱에 나서 산지에서 조린 버섯을 공수했다. 우정욱 셰프와의 '소불고기 김밥' 역시 맛의 구현을 위해 토핑을 기존 대비 2배 이상 늘리는 등 계속된 제품 검토 과정을 거쳤다.

최근에는 김밥 큐레이터 정다현 작가와 협업한 '제철 맞은 김밥' 시리즈를 선보였다. 안 MD는 평소 정 작가가 진행하던 농가 상생 프로젝트에 흥미를 느껴 직접 협업을 제안했다. 이후 안 MD는 GS25만의 농가 상생 프로젝트를 위해 직접 경기도 양주에서 영양부추 10톤을 공수하고 훈제 오리 토핑을 수급하는 등 정 작가의 아이디어를 실제 김밥으로 구현하기 위해 힘썼다. 양측의 협업은 '영양부추오리김밥'이라는 차별화된 신상품 개발로 이어졌다. 안 MD는 제철 식재료 상품에 대한 고객 관심과 반응이 좋아 오는 9월 후속 시리즈 론칭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  "내 생각이 틀릴 수도"···가설 뒤집히면 레시피도 즉각 전면 수정

안 MD가 인터뷰 내내 강조한 핵심 가치는 '고객'이다. 그가 정의하는 MD의 본질은 '고객 관점에서 끊임없이 질문하고 검증하는 기획자'다. 상품을 기획할 때 MD 개인이나 회사의 주관이 아닌 시장 및 소비자의 냉정한 반응을 철저히 확인하고 끊임없이 제품을 수정·보완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안 매니저는 상시적으로 상품에 대한 가설을 세우고 대중 설문을 통해 이를 검증한다. 대표 상품인 'THE 근본김밥' 역시 최초 리뉴얼 당시 밥의 감칠맛과 염도 측면에서 당초 가설과 다른 설문 결과가 나오자 레시피를 전면 재조정해 출시했다. 안 MD는 "MD가 생각하는 대로만 판단하고 움직이는 것은 위험하다"라며 "내가 세운 가설이 맞는지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다양한 형태로 검증해 나갈 때 비로소 대중에게 인정받는 성공적인 상품이 탄생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