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인터뷰

17년간 균만 팠다… “K팝처럼 K프로바이오틱스도 가능”

곡산 2026. 7. 3. 07:34

17년간 균만 팠다… “K팝처럼 K프로바이오틱스도 가능”

이택현입력 2026. 7. 3. 00:09
[산업현장의 고수들]
홍동기 hy중앙연구소 수석연구원
홍동기 hy중앙연구소 수석연구원이 지난달 26일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hy중앙연구소 연구실에서 실험장비를 소개하고 있다. 홍 수석은 “K팝도 있고 K라면도 있는데, K프로바이오틱스라고 불가능하지 않다”고 자신했다. hy중앙연구소 제공


hy가 사업을 시작한 1960년대 후반에는 균주를 먹어 건강을 챙긴다는 개념 자체가 희박했다. 오죽하면 “균을 판다”는 말은 주로 조롱으로 쓰였다. 홍동기(43) hy중앙연구소 수석연구원은 hy산하 hy중앙연구소의 연구가 이 말의 의미를 완전히 바꿔놨다고 자부한다. 실제로 장 건강을 위해 유산균 음료를 마시는 건 흔한 이야기가 됐고, 노화와 면역 저하에 대처하기 위한 균주를 사서 먹는 시대다. 정말로 균을 파는 게 식품업체의 경쟁력이 된 것이다.

홍 수석은 2009년부터 17년간 균주를 개발해왔다. 그와 팀원들이 개발한 원료들도 hy 균을 판다는 상식을 퍼뜨리는데 크게 일조했다. 특히 홍 수석은 균주로 녹용을 발효해 근력 저하를 막는 원료를 개발했고, 인체 면역력을 높여주는 균주를 개발해내기도 했다. 그가 보기에 고령화를 피하기 어려워진 한국 사회에서 이런 원료는 필수다. 홍 수석은 “균주를 개발하다 보면 미래를 내다봐야 할 때가 많다”며 “지금은 웰에이징(well-aging)’에 특히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의 hy중앙연구소에서 만난 홍 수석은 “‘녹용유산균발효분말’이 최근 국내외 업체에 팔려 제품이 곧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그와 hy중앙연구소 신성장팀이 개발한 녹용유산균발효분말은 중장년층의 근력을 개선해준다. hy가 자체 수행한 인체적용시험에서 근력 감소 성인들에게 이를 섭취시켰더니, 좌우 평균 악력이 대조군보다 20.4% 증가했다. 우측 허벅지 근력도 5.9% 개선됐다.

홍 수석은 “(육체·면역 등의) 노화를 개선해주는 원료는 굉장히 드물다”고 말했다. 식품의약안전처도 지난해 9월 그 효과를 인정해 녹용유산균발효분말을 개별인정형 원료로 채택했다. 개별인정형 원료란 식약처에서 기존에 고시한 품목 외에 국내에서 연구개발된 새로운 원료의 안정성 및 기능성을 개별적으로 인정하는 것을 말한다.

최근 상용화를 마친 HY7017 균주도 hy중앙연구소가 자랑하는 원료다. 인삼 뿌리에서 발견해 5년간 총 11억원을 투입해 개발했다. 국내에서 면역기능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원료는 HY7017이 유일하다. hy는 이를 건강기능식품 ‘엠프로 면역’에 반영해 매출을 올리고 있다. hy는 이 제품을 해외 박람회 등에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코로나19 펜데믹 사태를 거치며 면역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커진 가운데, 면역과 노화에 모두 대응할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이 세계 무대에서도 큰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 섰기 때문이다. 홍 수석은 “K팝도 있고 K라면도 있는데, K프로바이오틱스라고 불가능하지 않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환희의 순간만 있는 건 아니었다. 홍 수석이 속한 신성장팀은 개별인정형 원료 개발에 주력하는 팀이다. 그런데 개별인정형 원료로 채택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인허가 절차에도 1년 가까이 소요되지만, 개별인정형 원료 채택률은 30%가 채 못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기간이 보통 5년 이상에 비용이 10억원 이상 든다는 점을 고려하면 부담이 너무 큰 셈이다. 그러다보니 개별인정형 원료는 지난해 말 기준 누적 인정건수가 716건(현재 유효한 원료 472건)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지간한 식품 기업이 개발에 뛰어들기보다 기존에 효과가 증명된 원료를 사용하는 이유다.

적극적으로 원료 개발에 나서는 hy중앙연구소 연구원들도 매번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인 건 마찬가지다. 특히 개발 기간은 점차 길어지는 반면 식품 트렌드는 점차 빠르게 바뀐다. 그 말은 곧 연구원들의 미래 예측이 트렌드와 어긋날 가능성이 점차 커진다는 뜻이다.

그러다보니 hy중앙연구소 연구원들은 트렌드에 대비하기 위해 글로벌 시장 인텔리전스 및 리서치 기관에서 주기적으로 교육을 받고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hy는 중앙연구소 직원들을 마케팅팀에 발령한다. hy의 한 관계자는 “원료 개발부터 제품 생산과 영업까지 모두 알고 있는 연구원 출신의 합류는 마케팅에 큰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홍 수석 역시 중앙연구소 내 개발팀에서 8년, 산업화 담당 팀에 4년 있었다. 홍 수석은 “다이어트에 프로바이오틱스가 좋다고 이슈가 돼다가도, ‘천연물이 좋다’는 소문이 퍼지면 또 금방 (소비자 선호가) 바뀐다”며 “그래서 항상 타사 연구원들의 논문이나 트렌드 경향을 모니터링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개별인정형 원료 등록까지 피가 마르는 시간을 보낸다. 특히 기능성 이외의 변수도 항상 고려해야 한다. 홍 수석의 팀은 2017년에 알코올성 간 손상을 회복해주는 원료를 개발하고 있었다. 하지만 인허가 담당 부서의 반응이 부정적이어서 채택이 무산됐다. 건강기능식품의 특성상 hy의 개발 약품을 먹으면서 음주량은 줄이지 않는 소비자가 생길 수 있다는 게 요인이었다. 식품 기술과는 거리가 먼 변수이지만 부정적인 요소인 것만은 분명했다. hy입장에서는 6년간 개발비만 6~7억원을 쏟아부었지만 그 모든 투자가 손해로 돌아갈 상황이었다. 홍 수석은 당시를 회상하며 “눈앞이 캄캄했다”고 말했다. 다행스럽게도 홍 수석의 팀은 대안을 찾아냈다. 하나는 비알코올성 간 손상 회복 원료를 개발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숙취해소제 개발이었다.

홍 수석은 “보통 인허가가 끝나는 즉시 제품 출시 계획이 잡힌다”고 말한다. 인허가가 어긋날 경우 제품 출시까지 모든 단계가 일제히 멈춰서는 것이다. 결과가 나올 때가지 돌발할 수 있는 수많은 변수를 생각하면 부담감에 뜬눈으로 지새운 밤이 많았다.

hy중앙연구소 신성장팀은 현재 아토피 관련 피부 질환과 비알코올성 간 손상에 관한 원료를 개발 중이다. 이런 식으로 새 원료 개발에 대한 프로젝트를 쉴 새 없이 진행한다. 홍 수석은 “한 번에 서너 개의 소재를 동시에 개발하고 있어서 오래 상심할 시간이 없다. 다른 소재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 수석은 학부 시절 식품공학을 전공했다. 식품공학 전공자들은 주로 종합식품 기업에 취업했지만, 그는 축산과 전공자들이 주로 찾는 hy에 입사해 17년째 몸담고 있다. 입사 전부터 hy 제품을 많이 마셔서 효과가 있는 걸 알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래서인지 소비자들이 프로바이오틱스를 섭취했을 때의 효과를 충분히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걸 안타까워 했다. 홍 수석은 “식품은 치료가 아니라 예방을 위해 먹는데, 예를 들어 비타민B를 식품으로 섭취하지 않는 기간이 길어지면 당연히 인간의 몸에는 문제가 생긴다”며 “그러기 전에 꾸준하게 균형 맞춘 음식을 드셔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에게 제품의 효능을 충분히 이해시켜야 한다는 건 hy 전체의 고민이기도 하다. 특히 식품 연구의 다음 화두로 꼽히는 ‘마이크로바이옴’을 이해시키는 데에는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장내 여러 미생물들의 생태계를 식습관이나 생활 환경에 따라 바꿀 수 있다는 개념이다. hy중앙연구소는 이를 위해 일일이 소비자들의 분변을 모으는 수고를 여전히 감수하고 있다. 사람의 대장 움직임과 성분을 부위별로 구현한 국내 유일 ‘대장모사 시스템’을 일 년 내내 가동해, 식품을 먹기 전후 장을 직접 연구해 결과를 보여주겠기 위한 것이다.

홍 수석은 “인체의 면역 세포의 70%가 집중돼 있는 장과 이를 건강하게 해주는 마이크로 바이옴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1970년대에 ‘균을 팔아 성공한 회사’가 됐듯, 마이크로바이옴이 전신 모든 건강과 연관돼 있다는 것을 소비자들게 이해시킬 수 있다고 본다”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