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공격적 마케팅 펼치는 김병석 국립식량과학원장
- 이재현 기자
- 승인 2026.06.29 07:51
식품업계에 경쟁력 있는 국산 원료·기술 안정적 제공할 터
우리 밀 빵 가격 경쟁력…‘우리 밀 혼입 라면’ 장기적 구상
인지·근력·구강·눈 건강·수면 질 기능성 소재 개발 박차
30만 점 영양 성분 DB, 맞춤형 식단·3D 식품 프린팅 기초
새싹 보리서 추출한 간 보호 물질 건기식 제품화 대성공
백색육 등 대체육 시제품 개발…내년 단백면 등 용도 다양화
차세대 푸드테크 핵심 기술 개발 세계 대체식품 선도할 것
“SEED TO TABLE”
김병석 국립식량과학원장의 메시지는 간결했다. 종자 발굴부터 연구를 통한 효능 입증, 산업계 연계까지 우리 농산물의 경쟁력을 강화해 소비자에게는 건강하고 안전한 먹을거리를, 식품업계에는 경쟁력있는 국산 원료와 기술을 안정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국립식량과학원의 존재 이유라고 강조했다.
국립식량과학원은 작년 2월 농촌진흥청 농업과학원 소속이었던 식품산업부를 흡수 통합하며 생산과 소비를 아우르는 조직으로 거듭났다. 김병석 원장은 올해 1월 취임하며 국산 농산물의 산업화와 K-푸드 수출 시장 개척을 목표로 민간 기업과의 접점을 넓히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두지휘하며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우리 밀, 가루쌀 산업 활성화 및 가공 적성 연구를 위해 샘표(콩), 풀무원(콩), 하이트진로(쌀) 등 주요 식품업계 및 기능장·제과협회(우리 밀)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으며, 특히 국산 밀의 품질이 수입 밀에 비해 균일하지 못해 안정적인 품질 유지가 어렵다는 지적에 실수요자인 기능장·제과협회에 품종 육성 과정에서 가공 적성 평가를 맡긴다는 방침이다.

올해부터 주요 산지별 밀 품질 특성을 전수 조사하고 있다. 김제, 구례, 함양, 구미 등 4개 지역 ‘밀 밸리화 사업’ 제분소를 통해 용도별(강력분·중력분) 블렌딩 기술을 세팅하고 품질 규격을 표준화하기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
특히 과거 작물 재배 특성 위주의 연구에서 탈피해 품종 개발 단계(지역적응시험 2년 차)부터 대한제과협회 및 기능장들에게 가공 적성 평가를 맡긴다. 식빵용(백경, 황금알 등), 면용(새금강, 한면 등) 등 용도를 구체화한 품종 설명서를 제작해 산업체 요구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원가 비중(약 10%)을 고려할 때 우리 밀 빵도 충분히 가격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밀 사용량이 가장 많은 라면업계 등 대형 수요처의 부담을 덜기 위해 정부 정책 차원에서 ‘우리 밀 10~15% 혼입 라면’ 등을 추진하는 방안도 장기적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잉 생산으로 재고량이 많아 사용처 발굴이 급급한 가루쌀 문제 해결을 위해 군산시농업기술센터와 협력한 국산 가루쌀 및 보리 기반 수제맥주 프로젝트도 주목받고 있다.
군산 근현대사박물관 주차장에서 개최된 축제에서 선보인 ‘바로비어’는 쌀 전처리 기술을 적용해 쌀 단백질·전분이 알코올 발효를 잘 일으키도록 활성화했으며, 가루쌀이 25% 부합되면서 수제맥주 특유의 진한 풍미와 부드러운 목넘김이 한층 살아났다는 평을 받고 있다. 내년에는 수제맥주 관련 청년 스타트업 기업(4개소)에 기술을 이전하는 ‘실증 사업’ 형태로 전개될 예정이다.
김 원장은 “국산 원료의 가격 한계상 대기업의 전국 단위 유통망과 경쟁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군산 등과 같은 인구 절벽 도시의 관광 산업과 연계해 대전 ‘성심당’, 군산 ‘이성당’ 등 ‘이 지역에 와야만 살 수 있는 프리미엄 로컬 수제맥주’ 브랜딩 전략을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성과를 도출할 수 있는 원동력은 연구개발을 통해 축적한 데이터에 있다. 식량과학원은 식품기업이 실제 제품 개발에 즉시 활용할 수 있도록 ‘영양·기능성 데이터 구축→원료 품종 개발→가공기술→제품화’까지 전 주기를 일괄 지원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올해 현장 수요를 반영해 신규 식품 79점을 추가한 ‘국가표준식품성분 DB 10.4’를 공개했으며, 다소비 식품 500점 등 총 700점에 대한 플라보노이드 등 9계열 기능성분 데이터도 구축해 내년 상반기에 전면 공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발효 효율과 풍미가 정부미 대비 우수한 것으로 알려진 증류주용 쌀 ‘화연’은 다자간 계약재배 협약을 체결하고 내년 6월 출시를 목표로 숙성을 진행 중이며, 주향미는 재배단지 3ha를 조성하고 연말 ‘일품진로’ 신제품 출시를 준비 중에 있다. 또 맥주보리 ‘흑호’와 ‘바로미2’ 가루쌀을 활용한 쌀맥주 시제품도 제작 완료해 하반기 대량생산 공정 확립을 추진 중이다.
특히 개발 품종의 기능성을 임상 수준으로 입증해 시판 제품으로 연결하고 있는 것인데, 기능성 쌀 ‘도담쌀’은 인슐린 저항성 38% 효과를 바탕으로 14개 업체 산업화·계약재배 40ha를 확대했으며, 국산 혼합잡곡은 최적 배합비율 설정으로 공복혈당 22.5%, 혈압 20% 감소 효능을 확인하고, 대상웰라이프·현대약품 등과 협력해 메디푸드 제품을 개발했다.
아울러 떡볶이 떡의 상온 2개월 유통 기술, 생성능 강화 발효균주 기반의 생막걸리 상온 1개월 유통 기술 실용화는 물론 국산 나물콩 ‘해찬’의 가공특성 평가·제품화, 기능성 콩 품종 ‘소만’을 활용한 낫또·두유·케어푸드 시제품 개발 등 국산 콩의 고부가가치화도 본격 추진하고 있다.
국내 식량작물을 기반으로 기능성과 산업을 동시에 갖춘 소재 개발 확대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주식으로 먹는 쌀·콩 소비량은 한계가 있는 만큼 현대인이 가장 관심 있는 5대 영역(인지 능력, 근력, 구강, 눈 건강, 수면의 질)의 고부가가치 기능성 소재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것.
알콜성 간기능 개선 ‘새싹보리’와 면역력 개선 ‘도두꼬투리’ 등 기술이전 업체와 협력을 강화해 건강기능식품 소재 산업화를 확대하고 있으며, 면역력을 높이는 ‘삼채’, 인지능력을 개선하는 ‘흑미’, 근력을 키워주는 ‘밀싹’ 등 소비자 수요와 고령친화시장에 대응한 맞춤형 신소재 발굴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식량과학원은 스마트팜 내에서 온도, CO2 그리고 다양한 파장의 광(적색광, 백색광, 청색광 등)을 정밀 제어하는 물리·화학·생물학적 처리를 통해 새싹작물 내부의 기능성 성분을 인위적으로 대량 증진시키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노지 재배와 달리 환경 변수를 완벽히 통제할 수 있어 목표로 하는 기능성 성분이 일정하게 함유된 ‘품질의 표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팥순에 함유된 아주키사포닌이 내장 지방 및 체지방 감소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효능을 동물 실험으로 규명했고 밀싹(근력 개선), 새싹깻잎(눈 건강) 등의 효능 규명도 추진 중이다.
특히 주목받는 작물이 국산 새싹보리(해누리)다. 간 보호에 탁월한 ‘사포나린’ 성분이 성인기가 되면 사라지기 때문에 유묘기(14일)에 수확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품종은 건강기능식품 전문기업 노바렉스과 10년간의 끈질긴 연구 끝에 알코올성 간 보호 효능에 대한 식약처 ‘개별인정형’ 허가를 획득했고, 이를 통해 출시된 ‘알클리버’ 제품은 현재 시장에서 구하기 힘들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상업적으로도 대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것이 김 원장의 설명이다.
아울러 산자부 AI 활용 프로젝트에 선정돼 주방가전 기업 ‘쿠첸’과 대형 공동 연구를 전개, 식량과학원이 규명한 혼합 잡곡밥의 기능성(고지혈증·구강 건강 개선 등)을 기반으로 밥솥 카메라와 AI가 쌀·잡곡 품종을 인식해 최적의 압력과 수분으로 밥을 짓는 취반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다.
김 원장은 “현장에서 업계 관계자를 만나게 되면 정부 연구기관이 ‘과학적 데이터’를 통해 국산 농산물의 우수성을 규명하고 해외 유명 저널에 논문을 발표해 주기를 강력히 원하고 있다. 이는 K-푸드 수출 시 강력한 마케팅 수단이자 공신력의 원천이 된다”며 “현재 식량과학원이 보유한 약 30만점의 영양 성분 DB는 이미 벤처기업(CES 혁신상 수상작 ‘루비랩’ 푸드 스캐너 등)의 기반이 됐다. 원물 중심 데이터(60%)에 머무르지 않고, 끓이고 볶고 데치는 가공 과정에서의 영양소 변화(가공 계수)를 정밀 분석하는 연구를 확대하고 있다. 이는 미래 ‘개인 맞춤형 식단’ 및 ‘3D 식품 프린팅’의 기초 데이터로 활용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대체 단백 개발도 한창이다. 콩 육성 품종의 분리 단백 품질을 비교 평가해 수율과 기능성이 우수한 식물성 대체단백 원료 품종을 발굴하고 있는데, 작년 수지스링크와 공동 연구로 백색육, 진미채 등 대체육 시제품을 개발했고, 오는 2027년에는 단백면 등 용도를 다양화할 방침이다.
아울러 올해는 플랜트펫 업체와 식물성 크림치즈 개발에 나선 상태며, 내년 고단백 음료, 2028년 프리바이오틱스 음료 등 프리미엄 제품화를 단계별로 추진하고 있다.
김 원장은 “연구 성과를 시장에 즉시 보급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하기 위해 지난 4월 산업체와 학계 전문가가 참여한 ‘식물기반 식품 민관 협의체’를 출범했다. 협의체를 통해 현장의 애로사항을 실시간으로 수렴하고, 실질적인 R&D 방향과 산업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단순히 수입 원료를 국산화하는 수준을 넘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차세대 푸드테크 핵심 기술 개발을 위해 AI 기반 공정 추천 기술을 고도화하고, 첨가물을 최소화하는 클린라벨 기술, 실제 고기와 유사한 식감을 구현하는 구조성형, 미생물을 활용한 정밀발효 등 미래형 원천기술 연구를 확대, K-푸드가 세계 대체식품 시장의 새로운 표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취임 이후 지난 반년 동안 전국의 식품산업 현장을 발로 뛰며 현장에서 확인한 것은 K-푸드의 지속 가능한 경쟁력은 결국 우리 농산물과 현장 기술력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식품업계는 고환율·원자재 가격 상승·공급 불안이라는 삼중고를 겪고 있으나 건강·기능성·프리미엄 식품에 대한 소비자 요구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국산 원료와 기술로의 전환을 앞당길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식량과학원은 단순히 품종을 개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소비자와 기업이 실제 체감할 수 있도록 국가표준식품 성분 DB와 기능성 성분 데이터를 고도화해 식품기업이 보다 과학적이고 정밀한 제품 개발에 나설 수 있도록 지원하고 디지털 육종과 기능성 평가 기술을 기반으로 시장 수요에 맞는 맞춤형 품종 개발도 확대할 계획이다. ‘연구를 위한 연구’를 넘어 국민이 체감하고 산업이 실제 활용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집중하겠다”고 힘찬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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