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친화식품의 변신 ‘늘편식품’-C.S 칼럼(555)
- 문백년 부회장
- 승인 2026.06.22 07:41
초고령사회 맞춤형 식품…간편식·반찬 등 다양
성장 부진…판로 확대·비용 지원 등 육성책 절실

사람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무엇을 먹고 살아야 건강할까?"를 고민한다. 젊을 때는 대부분의 음식을 잘 씹고 소화할 수 있지만, 나이가 들면 상황이 달라진다. 치아와 잇몸이 약해지고 침도 적게 나오면서 음식을 씹거나 삼키기가 어려워진다. 또한 소화 기능이 떨어지고 근육도 줄어들어 필요한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는 2024년 말에 '초고령사회'가 되었다. 초고령사회란 전체 국민 가운데 65세 이상 어르신이 20%를 넘는 사회를 말한다. 이는 단순히 어르신이 많아졌다는 의미만은 아니다. 의료, 복지, 주거, 돌봄 등 여러 분야에서 새로운 준비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먹거리'이다. 어르신이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면 여러 가지 건강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영양 부족으로 몸이 약해질 수 있고, 근육이 줄어드는 근감소증이 생길 수도 있다. 또한 면역력이 떨어져 질병에 쉽게 걸리며, 음식물이 기도로 들어가는 흡인성 폐렴 같은 위험한 질환이 발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어르신에게 맞는 안전하고 영양가 높은 식품을 제공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식품업계는 오랫동안 고령친화식품을 개발해 왔다. 고령친화식품지원센터를 운영 중인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에 최근에는 '고령친화식품'이라는 어르신들도 다소 불편해하는 이름 대신 공모를 거쳐 선정된 '늘편식품'이라는 새로운 이름이 사용되고 있다.
늘편식품은 '늘 편안하게 먹을 수 있는 식품'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늘편식품은 단순히 부드러운 음식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씹기 쉽고 삼키기 쉬울 뿐만 아니라, 어르신에게 필요한 영양소를 충분히 담고 있으며 안전성까지 고려한 식품이다. 쉽게 말해 어르신의 건강을 위해 특별히 설계된 맞춤형 식품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늘편식품은 죽, 국, 탕, 반찬, 간편식, 음료 등 다양한 종류로 개발되고 있다. 특히 단백질을 강화한 제품은 근육 건강 유지에 도움을 주고, 균형 잡힌 영양식은 영양 부족을 예방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또한 음식의 형태는 유지하면서도 부드럽게 만든 연화식 제품은 씹는 힘이 약한 어르신들에게 매우 유용하다. 이러한 늘편식품은 가정뿐 아니라 요양병원, 요양원, 주야간보호센터 등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 시장은 기대만큼 빠르게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좋은 제품이 있어도 이를 꾸준히 사용하는 시설과 소비자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도 안정적인 판매처가 없으면 새로운 제품 개발에 투자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제는 늘편식품을 단순한 식품산업이 아니라 국가의 건강 정책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특히 어르신들이 생활하는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에서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첫째, 정부는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이 식품을 구매할 때 늘편우수식품 인증 제품을 많이 사용하는 시설에 좋은 평가를 주는 제도를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인증평가에서 가산점을 주면, 시설들이 자발적으로 늘편식품을 사용하려고 할 것이다.
둘째, 늘편우수식품 인증 제품을 사용하는 시설에 일부 비용을 지원하는 정책도 필요하다. 학교에서 친환경 급식을 지원하는 것처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추가 비용을 도와준다면 시설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셋째, 장기요양보험 제도와 연계해 늘편식품을 잘 활용하는 시설에 추가 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그러면 시설과 어르신 모두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넷째,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함께 시범 사업을 운영하여 늘편식품의 효과를 확인하고 우수 사례를 전국으로 확대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늘편식품은 더 이상 특별한 사람만을 위한 식품이 아니다. 초고령사회에서 어르신의 건강과 행복한 삶을 지키기 위한 중요한 사회적 기반이다. 또한 의료비를 줄이고 건강한 노후를 만드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기술만이 아니다. 좋은 제품이 널리 사용될 수 있도록 돕는 정책과 지원이 필요하다. 어르신이 편안하게 먹을 수 있는 식품에 투자하는 것은 결국 건강한 노후와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가장 가치 있는 투자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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