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주=김현옥 기자
- 승인 2026.05.01 17:38
식물 기반 식품 민관협의체서 산업계·학계·연구기관 한목소리

대체식품 산업화를 위해서는 연구개발 성과 자체보다 이를 시장과 연결할 수 있는 구조 설계가 선행돼야 한다는 현장 의견이 제기됐다.
농촌진흥청 식품자원개발부 푸드테크소재과 주관으로 열린 '식물 기반 식품 민관협의체' 토론에서 정부, 산업계와 학계, 연구기관 등 각계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과제 간 정보 공유 △데이터베이스 구축 목적의 명확화 △국산 원료의 가격 경쟁력 △소비자 인식 개선 △규제·표시 기준 정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국산화는 목표가 아니라 전략이어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공공 R&D가 기업의 실제 제품화와 매출 창출로 이어지려면 현장 수요를 반영한 실증 체계와 부처 간 제도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이번 토론에서 가장 먼저 제기된 쟁점은 과제 간 정보 공유와 실증 인프라의 활용 문제였다. 황홍섭 딜라이트푸드 대표는 현재 국내 대체식품 기업들이 싱가포르 등 해외 장비와 시설을 활용하는 현실을 언급하며, 글로벌 차원에서도 파일럿 스케일과 플랜트, OEM 단계의 테스트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초적인 장비 활용 데이터와 베이직한 데이터가 공유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며, 푸드테크 연구지원센터가 구축될 경우 이러한 데이터가 축적·공유돼 국내 대체식품 기업들의 품질 수준을 전반적으로 높이는 기반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식품진흥원) 측도 현재 추진 중인 연구지원센터가 단순 장비 제공이 아닌 기업 애로 해결과 제품화 지원 기능을 갖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식품진흥원 K-식품부 정준재 부장은 기업 보유 소재의 콩취를 줄이기 위해 장비업체, 향료업체와 협업해 제품을 개발하고 실제 수출 사례까지 만든 경험을 소개했다. 그는 수출액 규모보다 “기업의 문제를 장비·소재·향료 기술과 연결해 실제 제품으로 만든 경험 자체가 중요하다"며, "앞으로 연구지원센터가 뷸러, 지보단 등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 네트워크까지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과제 간 연결을 주도할 컨트롤타워의 역할도 중요한 과제로 제시됐다. 김정훈 인테이크 이사는 현재 이 사업에 참여하는 각 기관들이 어떤 연구가 진행되는지 알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원료 생산, 품질 관리, 장비 개발, 논콩 적용, 정밀발효 및 균사체 연구 등이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돼야 성과가 날 수 있다"며, "농진청이 과제별 정보를 지속적으로 공유하고 필요한 원료·기술·장비를 서로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곤충 단백질 과제에 참여하는 연구자도 유사한 의견을 냈다. 곤충 분야에서는 이미 각 과제 책임자들이 모여 연구 내용을 공유하고 중복되는 부분과 협업 가능성을 확인한 바 있다며, 식물성 단백질 과제 역시 과제별 발표와 연계 논의를 통해 시너지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개별 과제가 잘 수행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과제 간 연결을 통해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관련해서는 목적과 활용처를 먼저 분명히 해야 한다는 의견이 집중됐다. 한정우 경희대 식품생명공학과 교수는 협의체의 목적이 거버넌스 논의, 사업화 성과, DB 구축 등 서로 다른 층위의 과제를 함께 안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특히 DB 구축은 “왜 만들고, 무엇을 담고, 누가 어떻게 쓸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표준화도 중요하지만, 최종적으로 어떤 서비스나 AI 모델을 목표로 하느냐에 따라 필요한 데이터의 깊이와 표준화 수준이 달라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데이터 공유의 범위와 보상 구조가 명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승훈 대상(주) 미래기술2팀장은 기업이 필요로 하는 데이터와 기업이 제공할 수 있는 데이터는 다르다고 말했다. 기업이 원하는 것은 원료·소재의 앞단 정보인 경우가 많지만, 기업이 연구 과정에서 생산하는 데이터에는 사업화와 직결되는 기밀 정보가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데이터를 기여한 기업과 나중에 단순 활용하는 기업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명확하지 않다”며, 필요한 데이터와 제공 가능한 데이터를 구분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진청 김민영 연구사도 DB는 현장 수요형으로 구축돼야 한다는 의견을 보탰다. 그는 기업들이 DB를 통해 어떤 답을 얻고 싶은지부터 파악해야 한다며, 예를 들어 대체 소재를 찾고 싶은 것인지, 특정 소재의 품질을 예측하고 싶은 것인지, 공정 조건을 알고 싶은 것인지에 따라 필요한 데이터와 알고리즘이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역시 농진청 백성열 연구사도 DB 구축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며, 기업들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데이터베이스와 연구자가 제공할 수 있는 데이터의 범위를 별도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산업화 관점에서는 국산 원료의 가격 경쟁력과 시장 전략에 대한 현실적 지적이 이어졌다. 김승훈 팀장은 국산 프리미엄 시장이라는 방향은 이해하지만, 최종 제품이 식품인 이상 소비자는 가격과 맛에 민감하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들이 특정 소재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결국 소비자가 찾지 않기 때문이라며, 특화 시장만 바라보기보다 일반 시장에서도 가격 경쟁력이 있는 소재와 제품부터 검토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재훈 전북대 식품공학과 교수도 식물성 단백질은 소비자 인식보다 단가 문제가 더 중요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세포배양식품의 경우 실제 고기와 유사한 형태를 구현할 수 있어 프리미엄 시장 가능성이 있지만, 식물성 단백질은 고기와의 차이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며 “프리미엄 시장 전략이 충분히 설득력 있는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생산·재배 기술 개발을 포함한 여러 과제가 궁극적으로 단가를 낮추는 방향과 연결돼야 시장 활용성이 높아진다는 의견이다.
소비자 수용성과 홍보의 중요성도 반복적으로 제기됐다. 한 참석자는 과제가 끝나는 시점에 제품이 시장에 전달되려면 소비자가 국산 콩 기반 대체식품을 왜 선택해야 하는지 미리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산 원료라는 이유만으로 소비자가 받아들일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연구개발 기간 동안 소비자에게 가치와 필요성을 알리는 작업이 병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한정우 경희대 식품생명공학과 교수는 대체단백이 등장한 배경 자체가 축산 분야 온실가스 배출, 기후위기 대응, 지속가능한 단백질원 확보와 연결돼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에서는 이러한 가치가 비교적 잘 전달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대체식품’이라는 표시만으로 소비자가 먹어야 하는 이유를 충분히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이 가치 전달은 개별 기업이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공공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식품전문 언론매체인 푸드아이콘 김현옥 대표는 국산 원료와 규제 문제를 핵심 쟁점으로 짚었다. 그는 국산화가 중요하지만 가격 경쟁력, 물성, 맛, 가공적성, 안정적 공급 문제를 함께 풀어야 산업화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산 원료는 생산량 변동에 따라 안정적 공급이 어려울 수 있어 산업계가 가장 크게 우려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산화는 목표가 아니라 전략이어야 한다”며, 어디에서 경쟁할 것인지 명확한 시장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규제와 표시 기준도 산업 성장의 병목으로 제기됐다. 김현옥 대표는 "대체식품 산업의 핵심 장벽이 기술보다 규제일 수 있다"며, "‘식물성’, ‘대체육’ 등 용어와 표시 기준을 소비자 친화적으로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 부처 간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기능성 인정 범위, 신소재 인허가 속도 등도 글로벌 시장 진출과 직결되는 문제라며, 산업계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제도적 과제를 정부가 선제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토론은 대체식품 R&D가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산업 생태계 설계의 문제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참석자들은 연구개발 과제가 실제 사업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과제 간 정보 공유, 실증 인프라, 데이터 거버넌스, 원료 경쟁력, 소비자 커뮤니케이션, 규제 개선이 함께 맞물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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