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아름 식품기술사
- 승인 2026.06.12 15:40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가장 단순한 식품 중 하나처럼 보인다.
정제수와 얼음, 그리고 에스프레소 원액. 재료만 놓고 보면 복잡한 조리 과정도 없고, 특별한 가공 기술이 필요한 제품도 아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아이스커피에서 위생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는 쉽게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실제 식품위생 현장에서 수거검사 결과를 추적해 보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위생지표균(대장균군 등) 부적합 사례의 원인을 찾아 들어가다 보면,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문제가 발견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실제로 한 카페에서도 아이스커피 제품이 수거 검사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은 사례가 있었다.
원인을 찾기 위해 환경 모니터링과 스왑(Swab) 검사를 진행했다. 커피머신 노즐부터 작업대, 컵 디스펜서, 배수구, 종사자 위생 상태까지 하나씩 점검했지만 쉽게 답이 나오지 않았다. 주방은 비교적 깔끔했고 작업 절차 역시 큰 문제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추가적인 원인 분석을 진행하면서 뜻밖의 지점이 드러났다. 문제는 커피가 아니라 얼음이었다. 그리고 더 정확히 말하면 얼음을 만드는 제빙기였다.
얼음은 마지막 공정을 거치지 않는다
얼음은 음료 제조 과정의 마지막 단계에서 투입된다.
커피 원액은 고온 추출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일정 수준의 미생물 제어가 가능하다. 하지만 얼음은 제빙 이후 별도의 가열이나 살균 공정을 거치지 않은 채 그대로 음료에 들어간다. 즉, 제빙 과정에서 발생한 오염은 후속 공정에서 제거될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에 한 번 오염되면 그대로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셈이다.
그럼에도 많은 업장에서는 제빙기를 냉장·냉동 설비의 연장선 정도로 생각한다. "차갑게 얼려지는데 무슨 문제가 생기겠어?" 실제로 현장에서 자주 접하는 인식이다.
하지만 제빙기는 생각보다 미생물이 좋아하는 환경에 가깝다. 지속적으로 물이 공급되고, 내부에는 응축수가 발생하며, 습기가 머무는 공간도 많다.
저온은 미생물 증식을 늦출 수는 있어도 이미 존재하는 오염 자체를 없애주지는 않는다.
세척했는데 왜 또 검출될까
현장에서 가장 자주 듣는 질문도 "분명히 세척했는데 왜 또 검출되는 건가요?"이다.
문제는 세척을 했느냐가 아니다. 실제 오염이 존재하는 곳까지 세척이 도달했느냐가 중요하다.
제빙기 내부에서는 바이오필름(Biofilm)이 형성될 수 있다. 바이오필름은 미생물이 다당류 층을 형성하며 표면에 단단히 부착한 상태로서, 일단 바이오필름이 형성되면 단순히 소독제를 뿌리는 것만으로는 제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반드시 물리적인 세척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문제는 많은 제빙기가 구조적으로 세척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얼음 저장통은 비교적 쉽게 청소할 수 있지만, 급수 라인이나 분사 노즐, 증발부(Evaporator) 같은 핵심 구간은 접근 자체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결국 작업자는 눈에 보이는 부분만 반복해서 세척하게 되고, 실제 오염원이 존재하는 내부 공간은 관리 사각지대로 남는다.
그래서 제빙기를 구매할 때도 단순히 생산량이나 가격만 볼 것이 아니라, 얼음 생성 구역까지 분해 세척이 가능한 구조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설비의 위생성은 세척 빈도보다 세척 가능성(Cleanability)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위생관리는 '소독'이 아니라 '관리'다
24시간 운영 매장이나 성수기 카페에서는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제빙기 세척과 소독이 끝난 뒤에는 충분한 헹굼과 건조 과정이 필요하다. 제조사 매뉴얼에 따라 초기 생성 얼음을 폐기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영업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세척 직후 바로 제빙을 시작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 결과 일부 사례에서는 세척제 잔류로 추정되는 이취 민원이 발생하기도 한다.
위생관리는 단순히 소독제를 사용하는 행위가 아니라, 세척, 헹굼, 건조, 재가동까지 모든 과정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를 확인하는 전체 관리 체계에 가깝다.
얼음의 원료는 결국 물이다. 따라서 급수 라인과 정수필터 관리도 매우 중요하다. 특히 정수필터는 설치보다 교체 주기 관리가 더 중요하다. 교체 시기를 놓친 필터는 여과 성능이 떨어질 뿐 아니라 내부에 축적된 유기물과 수분 때문에 미생물이 정착하기 쉬운 환경이 될 수 있다.
오래된 필터가 오히려 오염원이 되는 아이러니가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소비자는 얼음을 보지만, 전문가는 과정을 본다
최근 Codex 식품위생 일반원칙(CXC 1-1969)은 설비와 시설이 세척과 소독이 가능한 구조여야 하며, 오염원이 축적되지 않도록 설계돼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청소를 더 열심히 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설비 자체가 위생적으로 관리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는지, 그리고 그 관리 절차가 실제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확인하라는 뜻에 가깝다.
카페에서 발생하는 위생지표균 부적합 사례는 하나의 원인으로 설명되는 경우가 드물다. 얼음, 용수, 제빙기 구조, 정수필터, 세척 절차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은 단순해 보인다. 하지만 그 안에는 물과 얼음, 설비와 관리 체계가 함께 들어 있다.
소비자가 보는 것은 투명하고 깨끗한 얼음이다. 그러나 식품안전 전문가가 들여다보는 것은 그 얼음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전 과정이다. 그리고 식품안전의 문제는 대부분, 바로 그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시작된다.

이아름 식품기술사는...
국내 식품 연구소에서 15년 이상 국내외 유통사 및 제조사를 대상으로 식품안전 시스템 구축·적용, 컨설팅, Audit(FSSC22000, HACCP) 및 교육 업무를 수행해 왔다.
현재는 식품 안전·법규·인증 기준을 중심으로 외식업과 식품 제조업 현장을 연결하는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장에서 반복되는 문제를 구조적으로 정리하고 실무 기준에서 실제로 적용 가능한 방향을 함께 고민하고 있다.
저서 『음식점과 제조업을 지켜주는 단 한 권의 가이드』를 통해 창업 및 운영 과정에서 반복되는 구조적 문제를 정리했으며, 프랜차이즈 업태별 식품안전 관리 주체와 법·제도 보완 필요성을 분석한 논문 “The Korean food franchise industry: Diverse development and conceptual definitions of a food safety managing body”를 공동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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