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전반

[데스크칼럼] "대대손손 우리 가족이 먹는 그 콩입니다"… GMO 논란에 답한 美 농부의 한마디

곡산 2026. 6. 18. 08:23
[데스크칼럼] "대대손손 우리 가족이 먹는 그 콩입니다"… GMO 논란에 답한 美 농부의 한마디
  •  김현옥 편집국장
  •  승인 2026.06.08 19:52

김현옥 편집국장

"건강 해칠 농사는 짓지 않는다"… 한국 소비자 향한 미국 농부들의 진심

"왜 한국은 미국산 대두를 전량 구매하지 않는 것입니까?"

미국대두협회(USSEC)가 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개최한 '미국대두 지속가능성 컨퍼런스' 참석차 내한한 미국 대두생산자 대표와의 인터뷰 중 한 농부 입에서 툭 튀어나온 말이다. 그의 말 속엔 "도대체 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뜻이 내포돼 있었다.

그의 물음에 필자는 “한국 소비자들의 GMO(유전자변형작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가장 큰 이유"라고 답했다.

그러자 미국 농부들은 GMO의 안전성을 일방적으로 주장하기보다, 자신들의 삶과 농업 철학, 그리고 가족의 이야기를 꺼내 들었다. "우리가 먹는 바로 그 콩을 한국에도 팔고 있다."는 말로 모든 것을 대변했다.

사실 이 한마디는 이날 컨퍼런스 내내 이어진 어떤 학술적 설명보다도 강한 울림으로 다가왔다. 한국 사회에서 GMO는 오랫동안 '안전한가, 위험한가'라는 이분법적 논쟁 속에 갇혀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정작 글로벌 식량시장의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미국 농부들이 이 자리에서 강조한 것은 GMO 기술 자체가 아닌, 그들의 정체성이었다. 자신들은 수십 년간 이어온 가족농이며, 자녀들에게 물려줄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반복해서 말했다. 따라서 자신의 아이들이 먹지 못할 식품을 한국 소비자에게 판매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이 GMO의 안전성을 증명하는 과학적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안전성은 철저히 과학과 검증의 영역이다. 하지만 소비자가 식품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신뢰' 역시 중요한 요소라는 사실 또한 부인하기 어렵다.

더 흥미로운 대목은 미국 농부들이 오히려 "우리는 GMO를 강요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은 부분이다. 시장과 소비자가 원한다면 Non-GMO도 생산할 수 있고, 프리미엄을 지불한다면 얼마든지 맞춤형 공급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그들에게 GMO는 신념이나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생산성과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하나의 농업기술일 뿐이다.

"한국의 선택은 GMO냐 아니냐가 아니라, 미국산이냐 남미산이냐의 문제"

오히려 필자가 이번 인터뷰에서 가장 주목했던 대목은 따로 있다.
"현재 한국이 수입하는 브라질산과 아르헨티나산 대두 역시 대부분 GMO이다. 결국 한국의 선택은 미국산 GMO를 선택할 것인가, 남미산 GMO를 선택할 것인가의 문제에 더 가깝다." 다소 직설적이지만 곱씹어 볼 만한 말이다.

실제 국내에서 소비되는 수입 대두 상당수는 이미 GMO 원료다. 두부나 장류 등에 사용되는 식용 대두는 Non-GMO 중심으로 관리되지만, 사료용과 가공원료 시장에서는 글로벌 공급 구조상 GMO를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무엇을 기준으로 선택하고 있는 것일까. GMO라는 단어 자체에 대한 거부감인가. 아니면 생산 과정의 투명성과 공급망에 대한 신뢰인가.

이번 미국 대두 농부들의 방한은 또 다른 메시지를 던졌다. 미국 농가들은 체크오프(Check-off) 기금을 통해 한국 시장에서 기술 지원과 품질 관리, 현장 컨설팅, 시장개발 활동까지 함께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신들은 단순히 콩을 파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우리나라는 수입 원료를 구매하면서 공급망 전체의 가치까지 함께 평가하고 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GMO 논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소비자의 알 권리와 선택권은 존중받아야 하고, 안전성 검증 또한 더욱 엄격해야 한다.

그러나 이제는 논의의 수준을 한 단계 높여야 한다. 'GMO냐, 아니냐'라는 감정적 프레임에서 벗어나, 어떤 공급망이 더 투명하고 지속가능하며 신뢰할 수 있는가를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우리는 우리 아이들이 먹지 못할 것을 한국 소비자에게 팔 생각은 결코 하지 않습니다." 미국 농부의 말이 오래토록 뇌리에 남는다. 그 말이 절대적인 진실인지 아닌지는 각자의 판단에 맡길 문제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세계 식량시장에서 결국 가장 오래 살아남는 것은 기술도, 가격도 아닌 '신뢰'라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