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전반

불닭소스 공장에 AI 심었더니 생산량 47%↑…K-푸드 제조혁신 현실로

곡산 2026. 6. 17. 07:45
불닭소스 공장에 AI 심었더니 생산량 47%↑…K-푸드 제조혁신 현실로
  •  김현옥 기자
  •  승인 2026.06.09 14:11

식품연·삼양식품·로봇기업 공동 실증 성공…제조원가 35.5% 절감
AI는 판단 돕고 로봇은 반복작업 수행…식품산업형 자율제조 모델 제시

K-푸드 수출이 사상 최대 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로봇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식품 제조혁신이 실제 생산현장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불닭소스 생산라인에 AI와 로봇을 적용한 결과 생산성이 47% 향상되고 제조원가는 35.5% 절감되면서 식품산업의 디지털 전환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식품연구원(원장 백현동)은 로봇과 AI를 활용해 K-푸드 수출제품의 생산성을 높이고 설비 운영 효율을 개선하는 현장 실증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은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이 추진한 ‘AI 자율제조 로봇 실증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한국식품연구원이 연구 및 실증 총괄기관으로 참여해 사업계획 수립부터 생산공정 진단, 적용 기술 검토, 성능 평가, 성과 확산까지 전 과정을 주도했다.

실증 현장은 삼양식품 밀양공장의 불닭소스 생산라인이다. 삼양식품은 생산현장을 제공하고, ㈜에스케이팩은 로봇 설비와 자동화 라인을 구축했으며, 데이루덴스(주)는 생산 데이터 수집 및 AI 분석 시스템 구축을 담당했다.

최근 K-푸드 수출 확대에 따라 식품 제조업계에서는 생산량 증대와 품질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스마트 제조기술 도입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불닭소스와 같은 점도 높은 소스류는 충전량과 온도, 포장 상태를 일정하게 유지해야 하는 데다, 수출용 제품의 다양한 용기 디자인까지 적용되면서 생산공정 관리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실제로 새롭게 적용된 수출용 용기는 컨베이어 이송 과정에서 흔들림이나 간섭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생산 효율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적돼 왔다.

이에 연구진은 불닭소스 생산라인 일부 공정에 AI와 로봇 기술을 접목했다. 로봇은 빈 용기를 전용 받침대에 올려 정확한 위치로 이동시키고, 필름 라벨링 공정 전후로 용기를 분리하거나 재배치하는 작업을 수행했다. 또한 최종 포장 단계에서는 소포장 제품을 박스에 적재하는 반복 작업까지 담당했다.

AI는 생산라인에서 발생하는 온도, 압력, 중량, 로봇 상태 등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했다. 이를 통해 공정 병목 현상이나 충전량 오차, 로봇 이상 징후 등을 조기에 감지하고 작업자가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특히 이번 실증은 AI와 로봇이 사람을 대체하는 방식이 아니라 사람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로봇은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작업을 안정적으로 수행하고, AI는 생산현장의 이상 징후를 분석해 작업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맡았다. 최종 공정 조정과 생산 판단은 현장 작업자와 관리자가 직접 수행했다.

실증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하루 생산량은 기존 10톤에서 14.7톤으로 증가해 생산성이 47% 향상됐다. 제조원가 역시 35.5% 절감됐으며 설비 가동 안정성도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해당 생산라인은 실제 대량생산 환경에 맞춰 설비 운영 조건과 작업 프로세스를 최적화하는 단계에 있다. 연구진은 향후 작업자 숙련도 향상과 운전 조건 고도화가 이뤄질 경우 생산성과 운영 효율이 추가로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성과는 점도가 높은 소스류처럼 제조가 까다로운 식품공정에도 AI 자율제조 기술이 충분히 적용 가능하다는 점을 입증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특히 용기 형태나 포장 방식이 자주 변경되는 수출용 제품 생산라인에서도 AI와 로봇이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하면서 향후 다양한 식품 제조공정으로의 확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한국식품연구원은 이번 실증 결과를 토대로 식품 제조현장에 최적화된 AI 자율제조 표준모델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식품기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작업자의 노동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K-푸드 수출 확대를 뒷받침하는 스마트 제조 기반 구축에 나설 방침이다.

한국식품연구원 안전유통연구단 오승일 박사는 “이번 실증은 K-푸드 생산현장에서 로봇과 AI가 사람을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술이라는 점을 확인한 사례”라며 “앞으로도 현장 작업자가 이해하고 신뢰할 수 있는 AI 기술 개발을 통해 생산성 향상과 식품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