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먹는 대신 제대로” 비만 치료제 확산, 식품 시장 판도 바꿔
- 황서영 기자
- 승인 2026.06.16 07:54
목적형 니즈 충족 스낵·간편식 등 유망
사용자 절반 칼로리 감소…가공도 높은 제품 성장 뚝
저가공식품·신선식품 수요 증가…‘GLP-1 밀스’ 인기
데이터 기반 음식으로 면역력·수면 등 삶의 질 관리
소화기·에너지 부스팅·뇌 건강 분야 식품 성공 영역
단백질, 식이섬유 등과 결합해 프리미엄 포지셔닝을
유로모니터 김채은 책임연구원 ‘과학 기반 건강 니즈가 재편한 2026 식품시장 전망’
향후 식품 업계는 고단백 단일 클레임을 넘어 소화기 건강, 에너지 부스팅, 뇌 건강 등 목적형 섭취 니즈를 충족하는 제형을 스낵과 간편식 등 일상적 카테고리에 녹여내야만 차세대 글로벌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단순히 ‘건강해 보인다’는 마케팅적 수사로 건강 인지를 덧칠하는 ‘헬스 워싱(Health Washing)’의 시대는 가고, 식품 자체가 명확한 과학적 근거와 편의성을 바탕으로 신체·정신적 건강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능화 시대가 도래했다. 특히 글로벌 시장을 뒤흔든 비만치료제(GLP-1)의 확산은 소비자로 하여금 ‘덜 먹는 대신 무엇을, 왜 먹는가’에 대한 기준을 바꾸며 초가공 식품 중심의 기존 시장 체계를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있다.

이 같은 전망은 ‘서울푸드 2026’의 핵심 부대행사로 10일 열린 ‘제10회 글로벌 푸드 트렌드 & 테크 컨퍼런스’에서 제기됐다. 이날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의 김채은 책임연구원은 ‘과학 기반 건강 니즈가 재편한 2026 식품시장 전망’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건강 수명 연장과 기술 발전이 이끌어낸 식음료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를 집중 진단했다.
김 책임연구원은 현대 소비자들에게 건강은 단순히 질병 치료를 넘어 정신적 웰빙, 수면, 면역력 등 전반적인 ‘삶의 질’ 관리로 확장됐다고 강조했다. 고령화 시대에 가장 쉽고 자주 접하는 수단인 음식을 통해 이를 해결하려는 성향이 짙어졌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변화의 핵심 동력은 ‘데이터의 일상화’다. 소비자가 웨어러블 기기나 가정용 모니터링 기기 등을 통해 몸 상태를 실시간 수치로 확인하게 되면서, 부족한 성분을 정확히 조절해 먹는 ‘목적형 섭취’가 주류로 부상했다.
일례로 미국의 생체 스마트 링 공급사 ‘아우라(Oura)’는 AI 기반의 식단 반응 분석 시스템으로 확장했고, 올해 초 CES 박람회에서는 개인 맞춤형 미네랄 함량 정수 시스템이 수상을 하기도 해 식품이 기술과 융합된 철저한 ‘솔루션’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최근 글로벌 식품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가장 강력한 변수로는 GLP-1 비만치료제의 확산이 꼽혔다. 국내 상용화 후 약 1년 반이 지난 현재, 이 약물은 식품 산업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유로모니터 조사에 따르면 GLP-1 사용자 중 절반가량이 급격한 칼로리 섭취 감소를 경험하고 있다. 이로 인해 주류 시장이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으며 탄산음료, 과당 음료 등 가공도가 높은 제품들의 성장세가 눈에 띄게 둔화됐다.
특히 매출의 절반 이상을 고빈도 소비층에 의존하던 과자, 초콜릿, 아이스크림 업계는 비상이 걸렸고, 외식 산업 역시 방문 빈도가 최대 45%까지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 식단으로 포만감을 오래 유지하려는 니즈가 커지면서 신선식품과 저가공 식품 수요는 증가세를 보여, 계란이나 아보카도 등으로 구성된 ‘GLP-1 밀스(Meals)’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 맥도날드는 양을 줄인 프리미엄 ‘스몰 밀(Small Meal)’ 메뉴를 실험 중이며, 네슬레 역시 맞춤형 영양 솔루션 브랜드 ‘바이탈 퍼수트(Vital Pursuit)’를 론칭해 대응에 나섰다.
한편 무첨가, 유기농 등 ‘클린(Clean)’에 대한 관심이 지속해서 높아지고 있으나, 소비자들이 초가공 식품의 편리함을 포기하지 못해 실제 식습관 사이의 괴리가 발생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에도 초가공 식품의 섭취 비중이 이미 50%를 넘어설 만큼 의존도가 높다.
김 책임연구원은 “한번 맛본 편리함에서 완전히 이탈하기는 어렵다”며 “앞으로는 같은 가공식품이라 하더라도 성분 구조가 단순하고 투명하며, 소비자가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제품이 승산이 있다”고 제언했다.
유로모니터는 향후 식품 시장의 제품 성공을 이끌 핵심 포지셔닝 영역으로 △소화기 건강 △에너지 △뇌 건강의 세 가지를 제시했다.
소화기 건강은 유제품을 넘어 웰치스의 ‘요고프루트’나 머크팩의 단백질 바처럼 스낵과 소프트 드링크로 프로바이오틱스 적용이 빠르게 확장 중이며, 장을 면역·호르몬 조절 기관으로 인식하는 아시아 시장에서 특히 높은 성장세를 보인다.
에너지는 고카페인 음료를 통한 일시적 각성에서 벗어나 피로 회복과 정신적 집중을 돕는 기능성 농축 액상이나 액상 스낵바 등 스마트하고 지속 가능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블루오션인 뇌 건강 영역은 스트레스 완화와 무드 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싱가포르 ‘휴(Hyu)’의 천연 성분 추어블이나 영국 마크스 앤 스펜서의 ‘브레인 푸드’ 스낵 라인업 등이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대중화된 단백질 클레임 역시 진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단순히 고단백을 강조하기보다 식이섬유나 미네랄을 결합하거나, 건강식으로 전혀 고려되지 않던 카테고리에 단백질을 보완하는 프리미엄 포지셔닝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일례로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한 냉동 피자 브랜드는 그릭 요거트를 베이스로 한 도우를 사용해 탄수화물을 대폭 낮추고 단백질을 높여 건강한 대체재로 자리 잡았다.
김 책임연구원은 “한국 시장이 제로(Zero) 음료 및 저당 시장으로 첫발을 뗐다면, 글로벌 시장은 이미 GLP-1 친화 클레임과 소화 건강, 두뇌 건강을 아우르는 정밀한 기능성 단계로 진입했다”며 “향후에는 건강 수명 연장(롱제비티)을 위한 수면 관리, 수분 보충 등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아우르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브랜드가 차세대 식음료 패러다임을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식품전반'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불닭소스 공장에 AI 심었더니 생산량 47%↑…K-푸드 제조혁신 현실로 (0) | 2026.06.17 |
|---|---|
| K-푸드, 이제 식판을 타고 세계로 간다-함선옥 교수의 급식·외식 인사이트(17) (0) | 2026.06.17 |
| "당 빼면 안 된다"…'제로 음료' 대세에도 중대 결단 내린 까닭 [권용훈의 트렌드워치] (1) | 2026.06.15 |
| "오늘 점심은 최현석이 직접 서빙"…삼전닉스, '회사밥' 전쟁 [권용훈의 트렌드워치] (1) | 2026.06.15 |
| "이걸 왜 먹냐" 외면받았었는데…지금은 1조원어치 팔린다 [맛있는 이야기] (0) | 2026.06.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