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라면 부진에 1500억 '적자의 늪'…하림 양재 물류단지 '흔들'
더미식 '장인라면' 연간 판매량
'삼양1963' 신제품 석달 만에 따라잡아
지주사 500억 수혈·계열사 차입
양재 첨단물류단지 조성 차질 우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더미식 장인라면을 소개하고 있다. 하림 제공.
프리미엄 간편식 브랜드 '더 미식'을 앞세운 하림산업이 흔들리고 있다. 식품 제조 시장에 뛰어들면서 몸집은 커졌지만, 수익성은 오히려 악화하며 적자 폭이 확대됐다. 하림지주가 지분 10% 보유한 하림산업은 그룹의 역점 사업인 양재 도시첨단물류단지 조성을 맡고있는데, 실적 악화로 재무부담이 커지면서 착공 전부터 우려가 나온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하림산업의 지난해 매출액은 1093억원으로 전년(802억원) 대비 36% 증가했다. 간편식 제품군을 넓힌 것이 외형 성장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매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손실 규모는 더 커졌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1466억원으로 전년(1276억원)보다 적자 폭이 약 190억원 확대됐다. 당기순손실은 1690억원에 달했다. 2024년 99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1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시장에서는 매출 증가 속도를 웃도는 비용 부담이 누적된 결과로 보고 있다. 하림산업은 신규 제품 출시와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마케팅 비용, 생산·물류 비용이 동시에 늘어나면서 고정비 부담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밑 빠진 독 물 붓기…'더 미식' 출구 있나

하림산업의 핵심 사업은 '더 미식'이다. 더미 식은 2021년 10월 론칭 이후 장인라면을 시작으로 즉석밥, 만두, 국·탕·찌개, 소스류 등으로 라인업을 확장해왔다. 단일 히트 상품에 의존하기보다 포트폴리오 확장을 통해 프리미엄 식품 시장 전반에서 입지를 굳히겠다는 구상이었다.
이 같은 선택은 그룹 차원의 판단이었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실적 부진에 빠졌던 하림산업의 돌파구로 간편식 사업을 낙점했다. 1인 가구 증가와 키친리스 트렌드 확산 속에서 고급 원재료를 활용한 간편식에 승산이 있다고 판단해서다.
더 미식 론칭 이후 하림산업의 외형은 커졌다. 매출액은 2021년 216억원에서 지난해 1093억원으로 약 5배 증가했다. 하지만 재무 상황은 반대로 악화했다. 이 기간 영업손실은 588억원에서 1466억원으로 확대됐다.
하림산업의 적자행진은 주력 제품인 더 미식 부진과 판매 구조의 변화가 있다. 하림산업은 2020년부터 2021년 상반기까지 기업 간 거래(B2B) 중심으로 사업을 운영했지만, 더 미식 브랜드를 내놓은 2021년 하반기부터 소비자 대상 거래(B2C)를 본격화했다. 이에 따라 기존 단일 B2B 영업조직에서 벗어나 대형마트·유통점을 담당하는 오프라인 전담 조직과 온라인 전담 조직을 신설했고, 2023년에는 특판 영업 조직까지 확대했다.
이에 따라 판매 채널도 크게 달라졌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하림산업 매출의 약 18%는 B2B에서 발생했고, 나머지는 대부분 B2C 채널에서 나왔다. 오프라인 유통 채널이 42%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온라인이 39%에 달했다. 반면 특판 비중은 1%에 그쳤다. 매출 중심축이 B2C로 이동하면서 판촉비와 마케팅비, 물류비 부담이 동시에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프리미엄 라면 시장에서 고전

더 미식의 '장인라면'은 프리미엄 라면 시장에서 경쟁사 대비 성과가 미미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봉당 2200원(편의점 기준)의 고가 전략으로 2021년 10월 출시된 장인라면은 공격적인 마케팅과 유통 확대를 이어왔지만 시장 반응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장인라면의 지난해 기준 연간 매출은 약 45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하림산업 전체 매출에서 라면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42%다. 이를 판매량으로 환산하면 연간 2000만봉 안팎이다.
반면 최근 출시된 경쟁사 프리미엄 라면은 짧은 기간에 장인라면의 연간 매출 규모를 따라잡거나 넘어섰다. 농심은 지난달 출시한 '신라면 골드'를 봉당 1500원에 선보여 한 달 만에 1000만봉 넘게 판매했다. 소비자가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출시 한 달 만에 약 150억원의 매출을 올린 셈이다.
삼양식품의 '삼양1963'은 지난해 11월 출시 이후 한 달 만에 700만봉이 팔리며 약 13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후 석 달여 만에 누적 판매량은 2000만봉으로 늘었고, 누적 매출은 약 38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하림산업이 장인라면을 출시한 이후 4년간 쌓아 올린 연간 매출 규모를 경쟁사들은 단일 프리미엄 라면 제품으로 불과 석 달 만에 따라잡은 셈이다. 장인라면은 프리미엄 라면 시장에서 결정적인 히트 상품으로 자리 잡지는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라면 시장에서는 가격보다 브랜드 파워와 출시 초기 흡입력이 승부를 가른다"며 "장기간 판매를 이어온 장인라면과 출시 직후 판매가 급증한 경쟁사 제품 간 차이가 뚜렷하다"고 말했다.
7조 초대형 프로젝트 앞두고 자금난
하림산업은 영업적자가 불어나면서 지주사와 계열사로부터 자금을 수혈받고 있다. 하림지주는 최근 500억원 규모의 하림산업 유상증자에 참여했고, 계열 금융사 에코캐피탈로부터 100억원 규모의 운영자금(CP)도 조달했다. 총 600억원에 달하는 내부 자금 지원이 이뤄졌지만, 재무 상황은 여전히 불안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림산업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이 회사의 현금성 자산은 58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말 기준 하림산업의 자산총계는 2조4522억원으로 전년(2조2519억원)보다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부채총계는 1조3635억원으로 3000억원 이상 불어났다. 자산은 서울 양재동 물류복합단지 부지의 자산가치 재평가로 불었났다. 적자가 누적되면서 2024년 기준 기준 결손금은 5600억원 규모로 늘었고, 지난해 당기순손실 규모는 더 확대되면서 자본잠식 우려가 나오면서 자산 재평가에 나선 것이다.
자본총계는 1조2078억원에서 1조887억원으로 줄었다. 누적 영업손실로 자본 여력은 오히려 약해졌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부채비율은 전년 86%에서 지난해 125%로 상승했다.
이 때문에 하림그룹이 서울 양재동에서 추진하는 초대형 물류복합단지 조성 사업의 자금 조달도 우려된다. 하림그룹은 2016년 양재동 화물터미널 부지(8만 6003㎡)를 4525억원에 매입해 물류복합단지 조성을 추진 중이다. 10여년간 서울시와 법적 다툼을 벌이면서 착공이 늦어졌고, 서울시가 2024년 2월 '양재 도시첨단물류단지 개발사업' 계획안을 승인 고시했다.
다만 하림은 2024년 12월 돌연 사업계획을 변경하면서 착공이 지연됐고, 2025년 8월 변경 승인이 마무리되면서 최종 관문인 건축허가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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