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서영 기자
- 승인 2026.02.12 07:52
조선호텔, 성수동 공장 증설 5년 내 1000억
롯데호텔, 충성 고객에 집중 고효율 내실화
워커힐, 해외 고급 시장서 비건 푸드로 승부
국내 포장김치 시장의 지형도가 급변하고 있다. ‘가성비’와 ‘편리함’을 앞세웠던 대중 브랜드들의 각축장에 ‘호텔 김치’라는 프리미엄 바람이 거세게 불어닥쳤다. 고물가 기조 속에서도 “먹거리만큼은 제대로 즐기겠다”는 ‘스몰 럭셔리(Small Luxury)’ 트렌드가 확산된 영향이다. 특히 조선호텔앤리조트가 대규모 생산 기지를 구축하며 ‘호텔 김치의 대중화’를 선언한 가운데 전통의 강자 워커힐과 내실을 다지는 롯데호텔 간의 삼파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2025년 기준 국내 포장김치 시장 규모는 약 8000억 원대로 추산된다. 이 중 호텔 김치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1500억 원(약 18%) 규모로, 3년 전과 비교해 2배 이상 몸집을 불렸다. CJ제일제당(비비고)과 대상(종가)이 양분하던 시장에 균열을 낸 주역은 단연 호텔 브랜드들이다.

가장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곳은 조선호텔앤리조트다. 지난달 19일 경기도 성남시에 확장 이전한 ‘조선호텔 프리미엄 김치 센터’는 이 같은 전략의 핵심 전초기지다.
새 센터는 기존 성수동 공장(190평) 대비 약 2.5배인 500평 규모로, 일일 생산량을 최대 3톤에서 6톤 수준으로 두 배 늘렸다. 단순한 시설 확장을 넘어 호텔 김치 사업의 중대한 변곡점이다. 조선호텔은 이를 발판 삼아 2030년까지 단일 품목 매출 1000억 원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실제로 올해 1월 기준 매출 신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25%에 육박한다는 점은 ‘비싼 김치는 안 팔린다’는 시장의 편견을 실적으로 정면 돌파했다는 방증이다.
이러한 외형 성장을 뒷받침하는 핵심 경쟁력은 단연 ‘맛의 차별화’다. 호텔 김치 3사는 저마다의 뚜렷한 ‘맛의 철학’으로 확고한 팬덤을 구축하고 있다. 호텔 김치 3사는 저마다의 뚜렷한 ‘맛의 철학’으로 확고한 팬덤을 구축하고 있다.
먼저 조선호텔은 젓갈 향을 최소화하고 배추 본연의 단맛을 살린 깔끔한 서울식 김치로 ‘갓 담근 신선함’을 강조한다. 반면 워커힐은 김치연구소의 데이터에 기반해 설탕 대신 과일즙을 사용, 특유의 톡 쏘는 탄산미와 저염 레시피로 ‘건강한 발효 미식’을 선보인다. 이에 맞서는 롯데호텔은 최상급 육젓과 5년 숙성 천일염을 아낌없이 사용해, 익을수록 진한 감칠맛이 우러나오는 ‘묵직한 정통의 맛’으로 중장년층 VIP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국내 포장김치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자 각 브랜드의 생존 전략은 △양적 팽창(조선) △글로벌 확장(워커힐) △내실 다지기(롯데)라는 세 갈래 길로 뚜렷하게 나뉘고 있다.
조선호텔은 경쟁사들이 주춤하거나 해외로 눈을 돌릴 때, 오히려 ‘과감한 내수 시장 장악’을 선택했다. 조선호텔의 성공 방정식은 철저한 ‘투트랙(Two-track)’ 전략에 있다. 호텔 조리장이 수작업으로 생산하는 kg당 3만 원대의 ‘프리미엄 라인’으로 브랜드의 격을 유지하면서, 외부 OEM으로 생산하는 ‘일반 라인’은 비비고·종가와 대등한 가격 경쟁력을 갖춰 대중 시장의 점유율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이번 성남 센터 가동을 통해 호텔 김치의 고질적 한계인 생산량 문제를 ‘규모의 경제’로 해결하겠다는 복안이다. 이는 비비고와 종가가 양분하던 대중 시장의 파이를 뺏어오겠다는 ‘볼륨(Volume) 전쟁’ 선포와 다름없다.
반면 워커힐 호텔앤리조트는 좁은 내수 시장을 넘어 글로벌 영토 확장에서 해법을 찾았다. 1989년부터 축적해 온 ‘수펙스(SUPEX) 김치연구소’의 발효 제어 기술이 핵심 무기다. 해외 수출의 난제인 ‘맛 변질’을 과학적으로 해결해, 지난 2025년 하반기 미국 시장 진출과 동시에 초도 물량 7톤을 완판 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워커힐은 국내에서의 출혈 경쟁 대신 해외 하이엔드 마켓에서 ‘한국의 럭셔리 비건 푸드’로 자리매김하는 ‘고부가가치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이와 달리 롯데호텔은 ‘철저한 리스크 관리와 수성(守城)’ 모드로 전환했다. 호텔롯데가 유동성 위기를 겪는 롯데건설에 대해 약 1.9조 원 규모의 자금 보충 약정을 체결하면서, 대규모 신규 투자가 어려워진 탓이다. 이에 롯데는 무리한 확장보다는 롯데백화점의 강력한 유통망과 자체 온라인몰을 활용해 ‘집토끼(기존 VIP)’를 단속하는 실리 경영을 택했다. 마케팅 비용을 최소화하면서도 구매력이 높은 충성 고객에게 집중해 이익률을 방어하겠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호텔이 ‘덩치 키우기’로 승부수를 던졌다면, 워커힐은 ‘해외 개척’, 롯데호텔은 ‘고효율 내실화’로 각자도생(各自圖生)에 나섰다”며 “이 3색 전략의 성패가 향후 10년 K-푸드 시장의 판도를 가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호텔 김치의 성장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브랜드 희석(Dilution)’을 경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조선호텔이 ‘1000억 매출’을 위해 마트와 홈쇼핑 비중을 늘릴수록, 기존 백화점 VIP 고객들이 느끼는 ‘희소성’은 옅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일일 6톤의 물량을 소화하면서 ‘100% 수작업’이라는 품질 철학을 타협 없이 지켜낼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 “호텔 김치를 구매하는 소비자는 단순히 김치를 사는 것이 아니라 호텔의 품격을 사는 것”이라며 “생산 효율화와 프리미엄 정체성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성공하는 브랜드가 향후 시장의 패권을 쥐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품분석,동향'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이슈브리핑]15.7도, 순해진 ‘진로’... 주류업계에 부는 저도주 바람 (0) | 2026.02.13 |
|---|---|
| 음료업계 ‘빅블러’ 현상 확산…시장 변화 맞춰 ‘웰니스 기업’ 변신 (0) | 2026.02.12 |
| 단백질 다음을 준비하는 미국 식품 시장 (0) | 2026.02.08 |
| 2025년 농식품글로벌성장패키지 우수사례집 (0) | 2026.02.06 |
| 2025년 글로벌브랜드 우수사례집 (0) | 2026.02.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