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뉴스

히트만 하면 베끼기 급급…"규제 강화해 꺼진 혁신의지 되살려야"

곡산 2026. 2. 11. 07:45

히트만 하면 베끼기 급급…"규제 강화해 꺼진 혁신의지 되살려야"

오희나입력 2026. 2. 11. 07:12
[미투 유혹에 멍드는 K푸드]②
제품명서 포장·맛·콘셉트까지 모방
소비자 혼동, 원조 이미지 훼손 우려
초코파이·컵반·불닭볶음면 등
피해업체 소송은 기각되기 일쑤
매출 대비 연구비 비율 0.74% 그쳐
"근절 대책 마련해야 K푸드 열풍 지속"

[이데일리 오희나 기자] 식품업계의 미투제품 출시가 만연해지고 있다. 초코파이, 요구르트, 카스타드 등 스테디셀러의 대명사로 불리는 제품마다 미투제품이 우후죽순 쏟아지며 어느 회사에서 원조 제품을 만들었는지조차 가려내기 힘든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미투제품이 원조 제품에 대한 이미지 훼손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기업들의 혁신적인 제품 개발 시도 자체를 제한할 수 있기 때문에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오리온이 최근 초코파이형 신제품 ‘쉘위’를 출시하면서 기존 히트상품(롯데 몽쉘)을 그대로 베낀 미투제품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실제 제품 콘셉트와 패키지 디자인, 제품명까지 몽쉘을 연상시킨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식품업계에서 미투 제품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파이류, 아이스크림, 라면, 스낵, 음료, 껌에 이르기까지 ‘성공 공식의 복제’는 이미 업계의 관행처럼 굳어졌다. 일부 미투 제품은 법적 문제로 불거졌지만, 법원은 대부분 원고의 주장을 기각했다.

 

최근 몽쉘 베끼기로 논란의 중심에 있는 오리온도 미투제품으로 피해를 본 대표적인 사례다. 1974년에 출시된 오리온 초코파이가 인기를 끌자 롯데, 해태 등은 ‘초코파이’ 미투제품을 우후죽순 출시했다. 오리온은 경쟁사가 초코파이 명칭을 상표로 등록하고 제품을 출시했다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초코파이가 상표로 식별력이 없다”며 롯데와 해태의 손을 들어줬다. 오리온이 당초 상표등록을 ‘초코파이’가 아닌 ‘오리온 초코파이’로 했기 때문이다. 이후 초코파이는 특정 브랜드를 지칭하는 것이 아닌 과자류 전체를 지칭하는 보통명사로 자리 잡았다.

 

CJ제일제당은 지난 2017년 오뚜기와 동원F&B 등을 상대로 자사 제품 ‘컵반’을 모방했다며 제품 판매 중단을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법원이 기각했고, 삼양식품도 2014년 자사 대표 제품인 ‘불닭볶음면’을 베꼈다며 팔도 ‘불낙볶음면’에 디자인·조어법 침해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실질적으로 동일하다고 볼 수 없다”며 기각했다.

지난해 서울고등법원이 빙그레가 서주를 상대로 제기한 부정경쟁행위 금지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지만 미투제품이 완전히 근절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미투 제품을 둘러싼 법적 다툼이 벌어지더라도 제품 맛, 용기, 디자인이 완벽하게 동일하지 않을 경우 특허권이나 상표권 위반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색상이나 맛의 소재에 대한 독점권을 가질 수 없다는 게 배경이다.
 

미투제품 근절이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시장에서 성공한 제품을 모방하면 적은 비용으로 제품 개발이 가능한데다 실패 확률도 적다. 히트 제품의 후광 효과를 얻어 손쉽게 시장 진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국내 식품회사들이 R&D 투자를 늘리지 않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매출 기준 3조원 이상 주요 식품회사 11곳의 지난해 상반기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평균 0.74%에 불과하다. 100원을 매출로 벌면 0.74원을 연구개발을 위한 비용으로 지출했다는 얘기다. 이는 2023년 국내 R&D 투자액 상위 1000개 기업의 매출액 대비 R&D 투자액 비중 평균인 4.4%의 4분 1에도 미치지 못한다. 또한 세계 1등 식품회사인 스위스 네슬레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인 1.86%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 실제로 2024년 기준 주요 식품업체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R&D) 비율은 △CJ제일제당(1.2%) △대상(1.1%)을 제외하고는 △농심(0.9%) △동원F&B(0.4%) △오리온(0.5%) △롯데웰푸드(0.7%) 등 대부분 1%를 밑돌았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전문가들은 K푸드가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미투제품은 원조 제품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 있어 근절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미투제품은 식품기업들의 오래된 마케팅 방식”이라면서 “미투제품이 성공한 사례는 극히 드물지만 오리지널 제품에 대한 이미지를 훼손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식품업계는 ‘양심 불감증’이 다른 산업보다도 높다. 대표적인 패스트 무빙(Fast Moving) 산업이어서 신제품이 한 해에 수십 개씩 쏟아지다 보니 차별화에 대한 고민보다 ‘빨리 따라가는 전략’이 우선되는 구조가 형성돼 있다. 소비자가 혼동할 정도로 똑같이 베끼는 것은 시장의 신뢰를 갉아먹어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단기 성과에 매몰된 미투 전략이 반복될수록 업계 전반의 혁신 역량과 브랜드 신뢰도가 약화될 수 있다”면서 “결국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것은 ‘비슷한 제품’이 아니라, 품질과 철학을 갖춘 브랜드라는 점에서 식품업계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