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서영 기자
- 승인 2026.02.10 10:38
본사 로열티·식자재 유통 과정 ‘통행세’ 등 편법 탈세 정조준
국세청 “시장 질서 교란하는 반사회적 탈세 행위 엄단할 것”
고물가와 경기 침체로 인한 소비 위축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식품·외식업계에 또다시 찬바람이 불고 있다. 국세청이 장바구니 물가 안정을 명분으로 프랜차이즈 본사와 식자재 유통업체 등을 대상으로 고강도 세무조사에 착수하면서다.

국세청(청장 강민수)은 고물가 상황에서 시장 지배력을 남용하거나 불공정 거래를 통해 서민 부담을 늘리고 사익을 챙긴 혐의가 있는 일부 사업자를 대상으로 4차 기획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9일 밝혔다.
이번 4차 조사 대상은 먹거리(외식·배달, 식자재), 생필품(가공식품, 의류), 주거(인테리어, 건자재) 등 민생 밀접 분야로, 구체적으로는 독과점 가공식품 제조업체 6곳, 농축산물·생필품 유통업체 5곳,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3곳 등 총 14개 업체로 알려져 있다. 이 14개 업체의 총 탈루 혐의 금액은 약 5000억 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국세청 발표에 따르면 조사 대상에 오른 일부 외식 프랜차이즈 본사는 가맹점에게 필수 물품을 시중가보다 높은 가격에 공급하는 과정에서 부당한 이익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가맹비와 교육비를 임직원 명의의 차명계좌로 받아 매출을 누락하거나, 사주 일가 명의로 등록한 상표권에 대해 법인 자금으로 거액의 로열티를 지급하는 방식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분식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H사는 원재료비 상승을 이유로 가격을 11% 올리면서 용량은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으로 마진을 높였으나, 신규 가맹비 등을 신고 누락해 조사 대상이 됐다.
전국 1000개 넘는 가맹점을 보유한 외식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G사도 세무조사를 받는다. 이 업체는 지역 지사에서 받은 로열티·광고분담금 신고를 누락하는 방법으로 이익을 줄였다. 일하지 않는 사주 배우자와 자녀에게 수십억 원 상당의 급여를 주며 역시 이익을 빼돌린 것으로 국세청은 보고 있다.
식자재 유통 과정에서의 불공정 거래 혐의도 포착됐다. 특정 식자재 유통업체는 거래 단계에 사주 자녀가 운영하는 법인을 끼워 넣어 실질적인 역할 없이 마진만 챙기는 일명 ‘통행세’ 방식으로 이익을 몰아준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 수사를 거쳐 밀가루 가격 담합 행위로 검찰 수사 및 기소를 받은 대한제분도 이번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이번 4차 조사에서 대한제분은 약 1200억 원 규모의 탈루 혐의를 받고 있으며, 가격 인상 순서를 정하는 담합을 통해 제품 가격을 44.5% 인상하고 거짓 세금계산서로 원가를 과다 신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원자재 가격 하락에도 제품 가격을 인상해 이익을 늘리면서 허위 세금계산서를 수취해 비용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법인세를 탈루한 가공식품 제조업체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샘표식품은 원자재·원료가 인하에도 불구하고 과점 지위를 이용해 판매가를 10.8% 인상해 영업이익이 300% 이상 폭증했으나, 사주 자녀 소유 법인을 통해 포장 용기를 고가에 매입, 사주 자녀법인에 고액 임차료 지급 등의 방식으로 이익을 축소·신고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는 사주 일가의 법인 자금 사적 유용 혐의에 대한 강도 높은 검증이 이뤄질 전망이다. 국세청이 확보한 사례에 따르면 일부 사주는 법인 카드로 명품을 구입하거나 고가 리조트를 이용하는 등 회삿돈을 사적으로 사용한 정황이 확인됐다. 또 실제 근무하지 않은 가족을 직원으로 등재해 고액의 급여를 지급하거나, 사주 자녀의 유학비와 주택 구입 자금을 법인이 대납하게 한 사례도 적발됐다. 대한제분의 경우 명예회장의 장례비와 사주 소유의 고급 스포츠카 수리비·유지비를 법인이 대납한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국세청은 2025년 9월부터 2026년 1월까지 1~3차 민생 침해 탈세 조사한 결과 총 103개 업체를 대상으로 1785억 원수준의 추징금을 결정한 바 있다.
주요 식품업체들의 적발 사례로는 오비맥주와 빙그레가 있다. 오비맥주는 리베이트 제공, 광고비·무자료 거래 변칙 처리, 특수관계법인에 지급하는 수수료를 과도하게 늘려 이윤을 회피한 혐의로 약 1000억 원대 추징이 부과됐다. 빙그레는 물류·라인 운영과 연결된 특수관계법인에 물류비를 과다 지급해 이익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법인세를 줄였다는 혐의를 받아 약 200~300억 원대 추징금을 부과받았다. 또한 한 라면 제조 업체도 300억 원을 추징당하게 됐다. 국세청은 이러한 행위가 제품 가격 인상의 원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국세청은 이번 4차 조사에서 금융 추적과 자금 흐름 분석을 통해 고의적인 조세 포탈 여부를 면밀히 판단하겠다면서 공정위·검찰·경찰 조사에서 담합 등 불공정 행위가 확인된 업체에 대해서는 즉시 조세 탈루 여부를 정밀 분석 후 세무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안덕수 국세청 조사국장은 “공정하지 못한 거래나 시장 질서 교란·반사회적 탈세 행위를 하는 사업자에게는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식품뉴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식품과학회, ‘과학’에 ‘문화’를 입힌다…‘식품인문융합위원회’ 출범 (0) | 2026.02.11 |
|---|---|
| CJ제일제당, ‘사업구조 최적화ㆍ재무구조 개선ㆍ조직문화 혁신’ 추진 (0) | 2026.02.11 |
| [정기총회-쌀가공식품협회] 박병찬 협회장 탄핵 초유 사태…임기 1년여 두고 불명예 퇴진 (1) | 2026.02.11 |
| [2026 설 선물] 저당 등 건강 살리고 요리 도우미 제품 약진 (0) | 2026.02.10 |
| 국제 원재료 육류·유제품·설탕 가격 내리고 곡물·유지류는 올라 (1) | 2026.02.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