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전반

‘위기의 막걸리’ 프리미엄·믹솔로지 트렌드로 MZ세대 정조준

곡산 2025. 2. 14. 05:11
‘위기의 막걸리’ 프리미엄·믹솔로지 트렌드로 MZ세대 정조준
  •  황서영 기자
  •  승인 2025.02.13 07:52

가격 10배 높은 1~2만 원대·10~20% 도수 온라인서 잘 나가
한강주조 ‘나루 생막걸리’ 누적 판매 100만 병
지평주조 위스키 섞은 ‘막앤스키’도 화제
서울장수 ‘월매 쌀막걸리’ 연매출 100억 돌파
국순당 협업 제품 ‘국선당 쌀 바밤바밤’ 인기몰이
 

‘홈술’ 트렌드를 타고 고공 행진하던 막걸리 시장 성장세가 꺾였다. 새로운 소비층인 MZ세대의 음주 취향이 하이볼 등으로 옮겨가자 찾는 이가 눈에 띄게 줄어 2023년 무렵부터 급격한 실적 악화로 고전하고 있다. 이에 주요 탁주업체는 젊은 소비자를 다시 모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이 홈술·혼술족이 위스키와 하이볼 등으로 눈을 돌리며 수요가 줄면서 2023년 국내 탁주 소매점 매출은 5754억 원으로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6096억 원) 대비 5.6% 감소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2022년 1만5396톤으로 정점을 찍었던 탁주 수출량도 작년 1만4733톤으로 4% 넘게 줄었다.

△젊은 소비자를 다시 불러들이기 위해 탁주업계가 다양한 프리미엄 막걸리 제품 출시를 이어가며 프리미엄 막걸리 시장이 성장 중이다. 막걸리를 활용한 아이스크림, 위스키 블렌드 등 새로운 형태의 제품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사진=각 사)
 

업체별 상황도 좋지 않다. 국순당은 작년 1~3분기 매출 526억 원, 영업이익 15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1%, 영업이익은 70.6% 감소했다. 국순당은 2023년에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50% 넘게 급감했다. 국내 판매량 1위인 ‘장수 막걸리’를 생산하는 서울장수와 지평주조의 2023년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각각 10%, 40% 이상 감소했다.

 

하지만 전체 막걸리 시장 규모는 줄어 들었지만 특별한 술을 찾는 젊은 소비자들을 겨냥한 프리미엄 막걸리는 오히려 늘고 있다. 업계가 다양한 프리미엄 제품 출시를 이어가며 시장을 키운 덕분이다. 막걸리 주요 판매 채널로 등극한 온라인 스마트스토어에서도 대중 막걸리 가격의 10배 정도의 1만~2만원대 가격, 도수도 더 높은 10~20%대의 막걸리가 가장 많이 판매된다. 해당 스마트스토어가 취급하는 막걸리 상품은 총 9만4000개가 넘는다. 지난 2021년과 비교해 30%가 증가한 수치다.

 

베스트셀러 중 하나는 한강주조의 ‘나루 생막걸리’다. 나루생막걸리는 2019년부터 서울 강서구에서 ‘경복궁쌀’ 햅쌀로 만든 무감미료 막걸리다. 탄산 없는 부드러움 목넘김과 쌀의 깔끔한 단맛 덕에 전통주 입문자가 편하게 즐기기 좋은 막걸리로 호평받으며 현재 시판 중인 6도와 11.5도 제품 모두 인기가 높다. 2018년 첫 판매를 시작한 이후 현재 누적 판매가 100만병이 넘으며, 한강주조가 쌀을 소비하는 양은 한달에 3톤에서 많게는 8톤에 이른다.

 

한강주조는 국내 농산물을 활용한 신제품 출시에도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젊은층의 기호에 맞게 딸기를 포함한 다양한 국산 농산물을 가미한 막걸리 출시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아울러 탁주업체들은 젊은 소비자를 다시 불러들이기 위해 막걸리를 활용한 아이스크림, 위스키 블렌드 등 새로운 형태의 제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지평주조는 지난달 GS25편의점과 막걸리에 위스키를 섞은 ‘막앤스키’를 출시했다. 믹솔로지 트렌드와 연예인들이 지평막걸리와 위스키를 섞은 일명 ‘막스키’를 마시는 것이 SNS에서 반향을 일으키자 신제품을 내놓기로 한 것.

 

신제품은 지평주조 지평생막걸리에 빔산토리 짐빔 위스키 7.7%를 첨가해 만든다. 막앤스키는 막걸리의 달콤한 맛과 위스키의 깊은 오크향을 동시에 살렸다. 지평막걸리의 깔끔한 맛에 위스키의 묵직하고 은은한 풍미가 더하기 위함이다. 또한 냉각 숙성을 거쳐 부드러운 목 넘김과 버번 특유의 진한 향을 그대로 담아내 풍미를 한층 강화했다. 도수는 일반 막걸리 두 배 수준인 10도다.

 

서울장수는 전통 제조 방식에 혁신을 더한 제품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살균막걸리 중 유일하게 ‘월매 쌀막걸리’는 작년 기준 110억4000여 만원의 매출로 전년 대비 11% 증가했고 살균막걸리 단일 브랜드 최초로 연매출 100억 원을 돌파했다. 프리미엄 유자 막걸리 ‘달빛유자’도 작년 전년 대비 약 80%의 매출 신장을 기록했다.

 

국순당은 다양한 컬래버레이션 제품을 선보이며 젊은 층의 이목 끌기에 나섰다. 대표적인 예로 국순당은 2021년 해태아이스크림과 협업해 ‘국순당 쌀 바밤바밤’을 출시해 3년간 누적 570만개 이상 판매됐다. 국순당은 앞으로도 다양한 컬래버레이션 제품을 준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막걸리의 새로움을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해 색다른 시도를 하고 있다”며 “전통주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