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 및 결산

[2024결산/2025전망-제과] 수출 1兆 돌파로 효자 상품 불구 원재료 가격 발목

곡산 2025. 1. 16. 12:52
[2024결산/2025전망-제과] 수출 1兆 돌파로 효자 상품 불구 원재료 가격 발목
  •  황서영 기자
  •  승인 2025.01.15 07:54

주소비층 어린이 줄어 어른 고객 대상 시장 개척 나서
무설탕 초코파이 등 제로 슈거·저칼로리 제품 내세워
빙과로 확산 더위사냥 제로·제로 아이스크림 등 눈길
‘꼬북칩’ 글로벌 브랜드에 ‘빼빼로’는 메가 브랜드 육성
크라운해태 수출 비중 상승…에이스 등 마케팅 강화
 

저출산 시대가 우리 사회를 위협하는 중대한 과제로 지목된 가운데 과자와 아이스크림, 우유 등을 먹는 아이들이 줄면서 제과업계의 지형도에도 큰 변화가 생기고 있다. 제과업계는 저출생으로 저연령층이 감소하자 주요 소비층을 어린이에서 어른으로 옮기고 ‘제로 슈거·저칼로리 간식’ 등으로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게다가 초콜릿의 원재료가 되는 카카오, 버터 등 원재료 가격의 상승은 업계의 어려움을 가중하고 있다. 특히 작년 주요 제과업체들의 가격 인상을 촉발했던 카카오 가격이 올해도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작년 3월만 해도 미국 뉴욕선물거래소에서 톤당 2000달러대에 거래된 카카오 선물 가격은 4월엔 1만2000달러까지 치솟았다가 연말에는 1만1241달러에 달하며 연내 165.24% 상승률을 기록했다.

 

카카오 생산량 부족 문제가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내년에도 가격은 고공행진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주요 생산자인 가나코코아위원회(COCOBOD)는 작년 9월 2024·2025 카카오 생산자 가격을 직전해 대비 두 배 이상 오른 3038달러로 책정했다. 이후 11월에는 톤당 3140달러로 인상했다. 전 세계 생산량의 40%를 차지하는 코트디부아르 역시 2025년 생산자 가격을 2023년(1599달러) 대비 두 배 가까이 오른 톤당 2859달러로 책정했다.

 

생산자 가격이 오르면서 글로벌 시장에서의 가격 인상도 예상된다. 다만 생산량이 안정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급격한 변동은 올해와 비교했을 때 줄겠지만 전반적인 가격 상승이 뒤따라올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작년 오리온, 롯데월푸드, 해태제과 등 초콜릿을 취급하는 기업들은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오리온은 초코송이와 오징어땅콩 등 13개 제품 가격을 평균 10.6% 인상했으며, 롯데웰푸드는 빼빼로와 가나 초콜릿 등 제품 가격을 12% 올렸다. 해태제과는 홈런볼, 포키 등 10개 제품 가격을 평균 8.6% 인상했다.

 

과거에는 탄산음료 등을 중심으로 퍼졌던 제로 열풍이 작년에는 제과와 빙과 제품군으로 확산됐다. 제로 칼로리 제품이 선풍적인 인기를 얻은 배경에는 팬데믹 이후 당 함량과 칼로리에 대한 소비자의 민감도가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제로 또는 저당 제품 중 아예 단맛을 없앤 제품보다는 기존 제품과 유사한 맛을 구현하는 제품이 인기를 얻고 있다.

탄산음료 등을 중심으로 퍼졌던 제로 열풍이 작년엔 제과와 빙과 제품군으로 확산됐다. 사진은 뉴진스와 무설탕‧무당류 브랜드인 제로(ZERO)의 캠페인. (사진=롯데웰푸드)
 

롯데웰푸드는 2022년 5월 론칭한 제로(ZERO)브랜드에 힘주고 있다. 롯데웰푸드가 약 2년의 연구개발 끝에 업계 최초로 선보인 무설탕‧무당류 초코파이 '제로 초코파이'다. 설탕과 당류 없이도 초콜릿의 풍미를 살렸으며, 열량은 한 봉지당 110kcal로 낮춘 것이 특징이다. 올해 제로 브랜드 매출 목표는 500억 원 이상이다. 최근 롯데웰푸드가 내놓은 제로초코파이는 국내 식품업계 최초 무설탕·무당류 초코파이로 출시 50일 만에 600만봉을 넘었다.

 

빙과 시장에서도 제로 칼로리 제품이 이어졌다. 롯데웰푸드는 설탕 대신 천연 감미료인 알룰로스를 사용해 기존의 맛을 그대로 구현하면서도 열량만 낮춘 '죠스바 0kcal' '스크류바 0kcal' 등을 출시했으며, 빙그레 역시 '파워캡 블루아이스 제로' '더위사냥 제로' '생귤탱귤 제로'와 같은 제로 버전을 선보였다. 해태 아이스도 해태아이스크림의 인기 제품인 ‘폴라포’에 커피향과 함께 설탕 대신 대체 감미료를 사용한 제로 아이스크림 ‘폴라포 커피 제로슈거’, 칼로리와 당을 모두 없앤 얼음컵 아이스크림 ‘아이스가이 제로제로 스포츠’를 선보였다.

 

한편 제과업계는 내수 시장의 한계로 해외 영토 확장에도 박차를 가하면서 수출 시장에서 긍정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 해외에선 한류의 인기와 더불어 한국 과자가 세계인의 입맛을 홀리며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과자 수출액이 작년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관세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과자류 수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16.5% 증가해 7억달러(약 1조원)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2018년 연간 수출(4억3000만달러)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급증한 수치다. 과자류 수출액은 농식품 품목 중 라면, 연초류(담배와 전자담배)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글로벌 인기를 끌고 있는 한류의 영향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국 스낵의 주요 수출국은 중국, 미국, 일본 등이다.

 

롯데웰푸드는 빼빼로를 브랜드 매출 1조원의 글로벌 메가브랜드로 육성해 나갈 계획이다. 빼빼로는 미국, 동남아, 중동 등 약 50여 개국에 수출되고 있으며 연간 2000억 원대 매출을 올리고 있다. 작년 롯데웰푸드는 해외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뉴진스를 빼빼로와 제로 브랜드 모델로 발탁했다. 11월에는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와 LA, 베트남 호찌민 등지에서 뉴진스가 출연한 빼빼로 옥외 광고를 선보였다.

 

이에 빼빼로는 작년 상반기 처음으로 수출 매출액이 국내 매출을 앞섰다. 롯데웰푸드는 롯데 인디아의 하리아나 공장에 약 330억 원을 투자해 첫 빼빼로의 해외 생산 기지를 구축, 내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롯데웰푸드는 오는 2027년까지 전사 매출에서 해외 비중을 최대 5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리온은 해외법인 생산동 신·증축 검토를 비롯해 '꼬북칩' '마켓오네이처 오!그래놀라' '참붕어빵' 등 대표 제품의 현지 유통망 입점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사진은 '오!그래놀라' 중국 코스트코 상하이점 판매 매대. (사진=오리온)
 

오리온은 해외법인 생산동 신·증축 검토를 비롯해 '꼬북칩' '마켓오네이처 오!그래놀라' '참붕어빵' 등 대표 제품의 현지 유통망 입점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꼬북칩'이 '초코파이'를 잇는 글로벌 스낵 브랜드로 성장하는 등 해외 시장에서의 인기에 힘입어 작년 사상 처음으로 연 매출 3조원 달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미국을 비롯해 호주, 영국, 일본 등 23개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꼬북칩은 2017년 출시 이후 현재까지 7년간 글로벌 누적 매출이 약 5000억 원에 이른다.

 

특히 최근 미국에서 큰 호응을 얻으며 꼬북칩의 유통망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 코스트코를 비롯해 가장 성장세가 두드러진 유통 채널인 '파이브 빌로우' '미니소'까지 총 2000여 개 점포 입점을 완료했다. 오리온은 미국에서 꼬북칩 매출이 늘어나면 현지 생산 공장을 설립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오리온은 올해 해외법인별로 차별화 전략을 펼친다고 밝혔다. 중국 법인은 경쟁력 높은 제품을 지속 개발하는 동시에 간식점과 벌크 시장 전용 제품을 확대하고 전문 경소상을 개발하는 등 채널별로 영업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베트남에선 '왕꿈틀이'로 키즈시장을 확대하고 쌀과자 '안'으로 쌀과자 시장 점유율 1위 확보에 힘쓴다고.

 

러시아에선 초코파이 공급량을 늘리고 후레쉬파이 오렌지맛 출시 등 제품군을 다양화한다고 전했다. 또 러시아 내 수요가 늘어나며 트베리 신공장, 노보 공장 가동률이 130%를 넘어서자 생산동 신·증축도 검토 중이다. 아울러 지난 9월 말 영국, 스웨덴, 아이슬란드 등 유럽지역에 위치한 코스트코 31개 점포에 초도 물량 공급을 완료했고 이달부터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크라운해태그룹은 충남 아산을 중심으로 한 국내·외 물류망 강화를 본격화한다. 그룹은 지난 2022년 7월 해태제과 공장에 이어 작년 5월 크라운제과 신공장을 아산시에 설립해 연간 약 5000억 원 규모의 제품을 생산하며 그룹 내 핵심 생산 및 물류 허브로 활용 중이다. 아산공장은 수도권과 가까워 물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지리적 이점과 더불어 평택항 인근에 자리 잡아 수출 전진기지로 활용 가능성이 커 이를 ‘수출 전진기지’로 삼겠다는 방침이라고 그룹 측은 밝혔다.

 

크라운해태는 수출 제품 전체를 국내에서 생산 중이다. 아직 전체 매출 중에서 수출 비중은 적지만, 그 비중은 꾸준하게 늘고 있다. 수출 비중의 약 20%는 중국이다. 아산을 거점으로 물류망을 강화하면서 향후 동남아시아 등 다른 해외 개척도 쉬워질 전망이다.

 

해태제과 측은 일본, 베트남, 중국 등에서 인기 있는 허니버터칩뿐 아니라 에이스, 오예스 같은 주력 제품의 수출을 늘려 나갈 계획으로 국가별 특성에 맞는 마케팅도 강화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