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현 기자
- 승인 2025.01.14 07:57
삼양식품 100개국서 10억 개 불티…‘지구 한 바퀴’ 마케팅
오뚜기 국물·건더기 등 차별화에 영문 단순화로 전열 정비
K-라면 열풍 타고 품목·유통 채널 확대에 맞춤형 전략
작년 라면은 K-푸드 선봉장 역할을 톡톡히 했다. 전년 대비 31.1% 증가한 12억4850만 달러를 기록하며 기념비적인 해를 보냈다. 드라마, 영화 등 K-콘텐츠에 노출되며 전 세계인들의 라면먹기 챌린지가 유행하면서 전 세계에서 고른 성장세를 보였고, 특히 미국에서는 텍사스의 대형 유통매장 신규 입점까지 성공하면서 수출이 70% 이상 증가했다.
특히 전 세계 ‘불닭’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삼양식품은 ‘7억불 수출탑’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실제 ‘불닭브랜드’는 현재 100여 개국에서 연간 약 10억개가 판매되는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했다. 아시아를 넘어 매운맛에 익숙하지 않은 미국, 유럽에서도 큰 인기를 끌면서 불닭브랜드 매출은 연간 1조 원을 넘어서기도.
이러한 K-라면의 인기를 방증이라도 하듯 덴마크는 우리 ‘붉닭볶은면’에 대해 총 캡사이신 함량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리콜 조치하는 등 각국의 불합리한 조치도 있었다. 이 여파는 우리 식약처와 업계의 노력으로 회수 조치 한 달 만에 철회돼 일단락된 바 있다.
국내에서는 고물가 상황에 장기화된 경기 불황이 겹치며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녹이기 위한 업계의 노력이 한창이었다. 특히 소비 주축으로 떠오른 MZ세대와의 접점을 확대하기 위해 기존 장수 브랜드의 라인업을 확대하며 다양한 신제품을 선보이고,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는 등 다채로운 마케팅 활동을 통해 내수 활성화에 힘썼다.
농심은 작년 9월 출시한 ‘신라면 툼바’ 브랜드가 출시 10주 만에 합산 판매량 1400만 봉을 돌파하는 등 국내 라면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하반기 최고 히트제품으로 부상했다. 농심은 신라면 툼바의 이 같은 성과에 힘입어 작년 11월 해외시장으로 판매망 확대에 나섰다.
해외에서는 농심 미국 제2공장이 작년 10월 신규 용기면 고속라인 가동을 시작했다. 라인 가동으로 미국법인의 연간 생산가능량은 8억5000만개에서 10억1000만개로 약 20% 증가했다.
작년 8월에는 글로벌 성장을 가속화할 수출 생산기지 설립 계획도 발표했다. 올 상반기 연간 5억 개의 라면을 생산할 수 있는 녹산 수출전용공장 착공에 들어가 2026년 상반기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공장 완공 시 농심은 기존 미국법인(약 10억 개)과 중국법인(약 7억 개)을 합쳐 연간 약 27억 개의 글로벌 공급능력을 갖추게 된다. 여기에 내수용 물량까지 더하면 총 60억 개를 생산할 수 있다.
농심은 녹산 수출공장 설립을 발판으로 세계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올 초 유럽시장에 판매법인을 설립, 향후 수출전용공장의 생산력을 기반으로 판로를 확대하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시장 등도 공략할 방침이다.
오뚜기는 변화하는 소비자 니즈에 맞춰 용기면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 경쟁력을 강화했다. 작년 6월 마라 열풍에 발맞춰 마라 라면 브랜드 ‘마슐랭’을 론칭하고 마라탕면과 마라샹궈 용기면을 출시했으며, 기존 ‘컵누들 마라탕’ 소컵 대비 중량을 1.6배 늘린 ‘빅컵누들 마라탕’을 내놓았다. 또 7월에는 창립 제품인 오뚜기카레를 새롭게 해석한 ‘카레크림볶음면’과 매운맛의 척도인 스코빌지수가 5856SHU에 달하는 ‘열광라볶이’를 선보이기도.
특히 진한 국물 맛이 차별점인 진라면이 오랜 연구개발을 통해 국물, 면발, 건더기 등이 한층 업그레이드 모습으로 등장해 주목을 끌었다. 매운맛에 대한 소비자 니즈를 반영해 특유의 깔끔한 양념맛은 유지하면서 매운맛 강도를 높여 더욱 맛있게 매워졌고, 진라면 2종 모두 양지 원료 보강을 통해 진한 육수맛과 감칠맛을 높였다. 건더기도 기존 대비 10% 이상 증량했다.
면발도 기존 대비 한층 더 쫄깃하고 찰기있게 만들었고, 조리 후 경과 시간에 따른 면발의 탄력성, 쫄깃함, 단단함을 체계적으로 연구해 쫄깃한 면발이 퍼지지 않고 더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도록 했다.
삼양식품은 해외 판매법인을 추가로 설립해 시장을 전략적으로 공략하는 등 해외사업에 좀 더 집중했다. 현지 마케팅도 적극적으로 추진하며 특히 불닭브랜드 팬층을 위한 특별한 이벤트를 진행했다. ‘까르보불닭볶음면’을 생일선물로 받고 눈물을 흘려 화제됐던 미국 소녀 아달린을 위해 직접 찾아가 깜짝 파티를 열어주는 역조공 이벤트를 진행했으며, 너무 맵다는 이유로 리콜 조치를 받았다 해제된 덴마크에선 리콜 해제를 기념해 불닭 팬층을 위한 ‘불닭 페리 이벤트’를 열기도 했다.
또 미국 뉴욕을 시작으로 중국 상하이, UAE 두바이, 영국 런던 등을 거쳐 다시 미국 LA로 돌아오는 대규모 글로벌 통합 마케팅 ‘스플래시 불닭’도 전개했다.
글로벌 마케팅을 본격적으로 전개하며 불닭브랜드 매출은 연간 1조 원을 넘겼으며, 2012년 출시 이후 현재까지 누적 매출 4조 원, 누적 판매량은 70억개에 달한다.
아울러 올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밀양2공장을 건설 중이며, 중국에 첫 해외 생산기지도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위해 해외사업 총괄법인인 삼양 싱가포르 유한회사를 설립하고 이 회사에 647억 원을 출자했다.
올해도 국내 시장은 성숙기에 접어 들며 저성장 기조가 예상되는 만큼 가격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신제품 보다는 익숙한 제품에 새로운 맛을 더한 업계의 움직임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해외에서 K-라면 열풍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미국, 중국, 일본 등 기존 시장 외에도 유럽, 남미 등을 중심으로 국내 식품업계의 시장확대 활동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농심은 올해 현지 맞춤형 전략을 강화하는 내용의 차별화된 글로벌 시장 공략을 마련한다. 이의 일환으로 작년 9월 멕시코에 남미 영업사무소를 운영, 본격적인 멕시코 시장 진출을 위한 유통망 물색 및 마케팅 전략 수립에 나섰고, 올 초 유럽시장 내 현지 법인을 설립, 현지 시장 공략에 더욱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또 올해는 국내에서 경쟁력을 확인한 ‘신라면 툼바’를 글로벌 주력 상품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신라면 툼바는 미국 현지 생산과 더불어 거래처에 입점됐으며 대만, 말레이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시아 및 중동지역으로 수출길을 넓히고 있다.
오는 3월에는 영국, 독일 등 유럽 전역을 대상으로 출시 국가를 확대, 매콤 꾸덕꾸덕한 ‘신라면 툼바’의 매력을 세계에 널리 알린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태국 셰프 쩨파이(Jay Fai)와 협업해 태국 현지에 출시했던 ‘신라면 똠얌’도 14개국 대상으로 수출을 확대하고, 본격적인 판매에 나설 방침이다.
오뚜기는 진라면, 진비빔면, 짜슐랭, 열라면, 컵누들 등 대표 제품의 집중하고 역량을 보다 확대할 방침이다.
특히 해외 진출에 공을 들인다. 작년 말 해외 시장 확대를 위해 글로벌사업부를 글로벌사업본부로 격상하고, 본부장에 김경호 전 LG전자 부사장을 영입했다.
작년 8월에는 영문 표기를 ‘OTTOGI’에서 ‘OTOKI’로 바꾸고 상표권을 출원했다. 외국인 소비자들에게 보다 편리하게 표기를 바꿔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겠다는 것이 영문 표기 변경의 이유다.
작년 말에는 인도네시아 무이(MUI) 할랄인증을 획득했다. 인증 제품 라면 11개 품목은 올 초부터 인도네시아에 출시할 계획이다. 또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미라다 지역에 생산공장 설립을 추진 중이다. 작년 미국에 생산법인 오뚜기 푸드 아메리카를 설립한 뒤 생산 기지 마련을 위해 캘리포니아주 라미라다 지역 부지 매입을 마쳤다.
불닭 수출 호조세로 매년 해외매출 최대 실적을 경신해오고 있는 삼양식품은 현지 맞춤형 전략 강화와 수출품목 및 판매채널 확대를 통해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불닭으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한 아시아 지역에선 국가별 맞춤형 전략으로 현지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더욱 확대한다. 그 일환으로 최근 태국 내 마라 인기를 반영해 ‘마라불닭볶음면’을 론칭했으며, 중국과 말레이시아에선 불닭소스를 활용해 현지 외식업체와 컬래버레이션 메뉴를 선보였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미주, 유럽, 중동 등의 시장에서는 판매처 확대에 집중한다. 특히 미국에서 월마트, 코스트코 등 주류 유통채널에 입점한 데 이어 현지 SNS에서 까르보불닭볶음면이 화제가 되고 품귀 현상 보도가 잇따르자 불닭브랜드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에 작년부터 서부지역을 시작으로 동부로 확대중인 주류 마켓 입점에 더 속도를 낼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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