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전반

‘숙취해소제 시장’ 판도 변화 예고… 내년부터 효과 입증해야

곡산 2024. 12. 19. 07:07
‘숙취해소제 시장’ 판도 변화 예고… 내년부터 효과 입증해야
  •  황서영 기자
  •  승인 2024.12.18 07:57

기능성 표시 관련 인체적용시험 과학적 자료 갖춰야
숙취 유발 아세트알데히드 농도 등 제시해야
상쾌환 등 식품·제약업체 시험 마치고 대비
중소 기업 부담…시장 양극화 부정적 견해도
 

내년 1월 1일부터 ‘숙취해소’ 표시 광고를 위해선 인체적용시험 등을 통해 실증자료를 갖춰야 하는 가운데 숙취해소 식품 시장에 지각변동이 예상되고 있다.

 
내년 1월 1일부터 ‘숙취해소’ 표시 광고를 위해선 인체적용시험 등을 통해 실증자료를 갖춰야 해 시장 내 지각변동이 예상되는 가운데 업계와 소비자단체 등 각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020년 12월 29일 시행된 일반식품의 기능성 표시 제도(「부당한 표시 또는 광고로 보지 아니하는 식품등의 기능성 표시 또는 광고에 관한 규정」) 동 고시에 따라 2025년 1월 1일 이후 유통되는 숙취해소 표시·광고를 하는 모든 식품은 인체적용시험 또는 인체적용시험 결과에 대한 정성적 문헌고찰(체계적 고찰, SR)을 통해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자료를 갖춰야 한다.

통상 숙취해소제로 분류된 일반식품들은 그간 ‘기타가공품’으로 분류됐다. 일반 음료와 같은 범주에 속하다 보니 효능이나 기능성에 대한 엄격한 검증 없이도 숙취해소라는 표현을 쓸 수 있었다. 이러한 까닭에 숙취해소 관련 부당한 표시·광고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고 올바른 표시·광고 유도를 통한 소비자의 알 권리 보장 등을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020년부터 4년의 유예기간이 부여하고 숙취해소 기능 표시 및 광고 규제 강화를 결정했다.

 

숙취해소제 제조업체들에 따르면 대부분의 숙취해소 제품은 아세트알데히드 분해 효소의 활동을 촉진해주는 효과로 제품을 제조한다는 설명이다. 아세트알데히드는 간이 알코올을 분해할 때 생성되는 물질로, 이것이 체내에 쌓이면서 피로감, 두통, 속쓰림 등 숙취 증상을 유발한다. 업체들은 이러한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간 기능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진 헛개나무열매, 황칠나무 등 원료를 사용하고 있다.

 

인체적용시험은 구체적으로 제품 섭취 후 혈중알코올농도와 아세트알데히드 농도의 변화, 복용자의 주관적인 숙취 개선 정도 등을 평가, 요청시에는 과학적 근거를 제시해야 해 시장 변화가 클 것이라는 게 업계의 예상이다.

 

삼양사의 ‘상쾌환’, HK이노엔 ‘컨디션’, 한독 ‘레디큐’ 등 숙취해소제를 생산하는 대형 식품·제약기업들은 이미 전 제품에 대한 인체적용시험을 마친 상태다. 이들은 브랜드 출시 전부터 관련된 효능 입증 등 데이터를 준비해 왔고, 이번 규제 강화에도 철저히 준비해 문제나 부담이 없었다는 입장이다.

 

반면 중소 제조업체들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이 드는 인체적용시험 대신 수익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일부 업체들은 비유적 표현을 사용한 우회적인 마케팅 방안을 고려하거나 시장 철수를 계획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일각에선 인체적용시험에 따른 부담은 비용 상승 측면에서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고 여기고 있으며, 마케팅 측면에서도 일반 식품인 숙취해소제에 대한 과학적 효능을 강조했다가 소비자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을 경우 초래될 혼란도 우려하고 있다.

 

아울러 이제까진 숙취해소제가 젊은층 중심으로 인기를 끌며 후발주자들이 가세해 시장 확대가 진행됐지만 이번 규제 강화로 인해 과학적 근거를 입증한 대형 업체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있다. 인체적용시험이라는 규제가 진입장벽으로 작용해 중소업체들은 시장을 이탈하고 신규 진입 사업자가 감소하면서 시장 양극화와 함께 다양성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다.

 

이에 업계 관계자들은 “소비자 신뢰도 제고라는 긍정적 효과와 시장 양극화라는 부정적 효과를 모두 고려한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소비자단체에서도 해당 규제에 맹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소비자단체에 따르면 제조업체는 숙취해소제가 일회성 또는 단기간 알코올 섭취 후 신체의 일부 또는 신체조직의 기능·작용 등에 대해 과학적·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야 하는데 이를 검증할 규제 기준이 없고, 과학적 검증을 했다는 이유로 일반식품인 숙취해소제가 ‘완전한 숙취해소’를 이뤄줄 것이라는 소비자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

 

소비자단체 한 관계자는 “이번 규제의 ‘과학적 검증’ 과정에는 인체에 대한 숙취 완화 기능의 비교 대조에 대한 표준화된 기준이나 실험방법이 없고, 오히려 이러한 검증 과정이 있다는 이유로 소비자가 숙취해소제를 믿고 무분별한 음주를 하도록 조장하는 것은 아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편 Z세대의 변화된 음주 문화가 시장 성장을 견인하면서 2023년 연간 숙취해소제 판매액은 약 3500억 원으로 2022년(약 3100억 원) 대비 약 10% 늘었고, 코로나 이전인 2019년보다는 30% 정도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