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전반

[기고] 세계인 매운맛 사랑…‘포스트라면’ 준비할 때

곡산 2024. 12. 18. 07:27

 

[기고] 세계인 매운맛 사랑…‘포스트라면’ 준비할 때
  •  신동화 명예교수
  •  승인 2024.12.17 07:45

100여 개국에 10억 불 수출…트렌드 변화 적응해야 장수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신동화 전북대학교 명예교수

한국식품위생안전성학회는 ‘K-Food 매운맛 캡사이신의 역할과 안전성’이란 주제로 정기학술대회를 개최하였다. 의미 있는 대회였다. 지금 K-Food 중 매운맛은 뜨겁게 선풍을 일으키는 라면이 한 사례의 중심에 있다.

세계인이 얼큰한 매운맛에 열광하고 있는 데는, 매운맛이 자극성과 연식성을 같이 갖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매운맛은 사실 맛이라고 규정하기는 어렵다. 맛은 특정 성분이 우리 혀에 있는 미뢰(미긱세포)를 자극하여 5미, 즉 단맛, 짠맛, 신맛, 쓴맛과 함께 감칠맛을 느끼도록 하는 전기신호를 뇌에 보내 감각을 인지하게 하는 과정이다. 모두 향신조미료를 포함, 다양한 식품의 성분이 갖고 있는 역할이다.

향신조미료를 분류하면 매운맛, 방향성, 착색성, 향초류가 있다. 그러나 매운맛은 미뢰에 작용하기보다는 입 안에 있는 세포를 자극하여 통증을 유발하는 통각(痛覺)이며 입 안뿐만 아니라 신체 중 예민한 부분에서도 같은 통각을 느낀다. 주부가 맨손으로 김치를 버무리고 나면 손이 얼얼한 것도 매운맛에 의한 통각의 일종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먹고 있는 식재료 중 이런 통각을 유발하는 향신조미료는 다양하다. 가장 대표적인 대상이 고추이나 이외에 생강과 후추, 마늘, 양파, 생강, 겨자, 파, 무, 고추냉이, 달래 등도 매운맛을 내며 이들 원인 화학물질의 화학구조는 서로 다르다.

우리 민족은 고대로부터 매운맛을 선호하여 다양한 향신조미료를 사용하였으며 심지어 신화에까지 웅녀와 마늘 얘기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 매운맛은 자극성 때문에 선호도가 더 높은 것으로 여겨진다. 일반적으로 동남아와 남미, 특히 멕시코, 브라질 그리고 스페인 지역에서 매운맛을 선호하는 경향이나 유럽, 북미 지역에서는 근래까지 그렇게 좋아하는 맛은 아니었다. 단지 육류 섭취 시 핫소스인 타바스코 같은 매운맛을 조금 첨가하여 육류의 느끼한 맛을 순화시키는 기능으로 활용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열풍을 불러일으키는 매운맛의 원천은 우리나라 각 회사에서 생산하여 판매하고 있는 라면이 아닌가 한다. 자극적이고 얼큰한 맛의 라면이 독특하게 많은 외국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이는 K-팝이나 영화 등을 위주로 한 한국문화가 세계에 알려지면서 부수적으로 한식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결과로 생각한다. 그중에서도 매운맛의 라면이 선택된 이유는 간편성, 가성비와 함께 기업체의 현지화 노력이 같이 어울려 얻어진 결과라고 여겨진다.

라면 한 품목으로 지난 10월까지 10억 불 수출이라는 대기록을 세웠고 현재 세계 100여 개 나라에 수출하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2023년 기준 라면류의 국내 판매량은 92만 9900톤으로 판매액은 3조 5천억 원이었고 수출액은 10억 불에 이르렀다. 올해 수출액도 계속 상승할 것으로 여겨진다.

K-푸드의 인기가 계속 상승하면서 우리나라 총 식품 수출액은 100억 불이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며 이런 상승세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생각된다. 이런 긍정적인 현상은 국력과도 관계있으나 특히 우리 식품기업들의 노력이 뒷받침되어 이룬 결과다. 물론 기업과 함께 뒷받침하는 정부 기관의 역할도 가볍게 여길 수는 없으나 가장 노력한 것은 당사자인 기업이다.

라면이 우리나라를 알리는 첨병 역할을 하고 한국의 이미지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나 이제 조용히 이 현상을 깊이 분석하고 앞으로 어떤 변화가 올 것인가에 대하여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

자연의 변함없는 진리는 성(成)하면 쇠(衰)한다는 것이다. 지금 붐을 일으키고 있는 매운맛 라면의 후속 제품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볼 여유를 가져야 한다. 우리나라 장수 식품으로 지금도 잘 팔리는 초코파이, 새우깡, 산도 등이 있다. 이들도 처음 제품에서 계속 변화를 거듭하며 시류에 적응했기 때문에 지금도 생존할 수 있다. 또 이들은 기호식품으로, 주식분류에 드는 라면과는 접근방법이 달랐다.

지금 세계에 알려진 매운맛 라면은 다른 장수제품만큼 장수할 수 있을까. 이제 Post Ramyun을 생각해야 한다고 느낀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가장 원하고 희망하는 사항을 폭넓게 검토하고 그 요구에 부응하는 변신이 필요한 시기다. 그 한 분야가 건강과 장수다. 라면이 이런 경향에 부응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특히 매운맛, 캡사이시노이드가 가진 특수기능, 즉 비만 억제는 세계 인구의 거의 50%~60%가 비만인 현황에서 대단히 매력 있는, 소비자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좋은 장점이 될 것이다. 이 분야에 심도 있는 연구가 수행되어 매운맛 라면의 새로운 활로를 여는 또 다른 기회를 만들었으면 한다.

지금의 경쟁우위에도 유효기한이 있다. 새로운 변신이 라면을 세계 장수식품으로 이어갈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