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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식품외식전망] 서유럽, 한류 지수 1∼2단계…‘조용한 현지화’ 필요

곡산 2024. 11. 26. 22:06
[2025 식품외식전망] 서유럽, 한류 지수 1∼2단계…‘조용한 현지화’ 필요
  •  황서영 기자
  •  승인 2024.11.26 07:51

K-푸드 세계 진출 단계별 전략 구사 필요
몰입 단계 동남아는 맞춤형 전략으로 차별화를
중독성 있는 매운맛 ‘스위시’ 서구서 주목받아
매운맛 라면 성장세…인스턴트 누들 한국산 5위
말련 등 ‘K3MART’ 한국 편의점 공간 경험 제공
진입 장벽 낮추고 접근 가능 카테고리 분석해야
유로모니터 문경선 총괄 발표
 

K-푸드가 한류(K-Wave)의 인기에 따라 전 세계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현지인들의 라이프스타일과 경험의 본질을 꿰뚫는 ‘현지화’가 관건이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20일 2025 식품외식산업전망에서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 문경선 리서치 총괄은 ‘현지에서 바라 본 K-푸드의 미래 성장 가능성’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한류의 영향력 크기에 따라 타깃 국가의 마케팅 전략이 다르게 계획돼야 한다”며 “한류의 영향력이 거의 전무할 수 있는 서유럽 국가들과 완전히 몰입한 동남아 국가들은 다르게 전략을 가져가야 하며, 이에 따른 현지 소비자들의 니즈 파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 문경선 리서치 총괄은 타깃 국가의 한류 영향력에 따라 마케팅 전략을 다르게 계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사진=식품음료신문)
 

유로모니터는 한류 영향력과 몰입도의 크기인 ‘한류 지수(K-Wave Index)’에 따라 진출 전략을 달리 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를 4단계로 분류했다. 1단계는 단순히 SNS상에서 유행하는 K-콘텐츠의 단편적인 면만 알고 있는 ‘무의식 진입 단계’, 2단계는 K-아이돌, 한국의 매운 맛 등을 이해하는 ‘관심단계’, 3단계는 한국 드라마 주인공처럼 포장마차와 길거리음식, 치맥, 소주 등을 즐기는 ‘탐구단계’, 그리고 마지막 4단계로 진짜 한국인처럼 일상을 생활하고자 하는 ‘몰입단계’로 유로모니터는 구분했다.

 

보통 한국 음식이나 문화를 접하지 못한 소비자들이 많은 서유럽 국가들은 1~2단계에 속하는 경우가 많고, 한류에 익숙하고 이에 몰입한 소비자가 많은 동남아 국가들은 3~4단계에 해당된다고.

문 총괄은 “무의식적인 진입 단계에서 관심 단계에 이르는, 즉 한류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유럽이나 서구권 국가 소비자에게는 K-푸드의 접근법이 다를 수밖에 없다. 아시안 푸드(Asian Food)라고 했을 때 이국적이고 이색적인 맛이라는 것은 인정하지만 어느 나라의 전통 음식인지 구분하지 못하고 관심도 없는 이들 시장에 침투하기 위해서는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현지 매인스트림 채널에 입성해 그들의 주요 브랜드 옆에 자리 잡는 것이 가장 큰 경쟁력이며, 현지 소비자의 일상과 함께하는 ‘조용한 현지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문 총괄은 ‘K-매운맛’의 인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한 번도 한국 음식을 안 먹어본 사람은 있지만 한 번만 먹어본 사람은 없다’라는 말처럼 한국 음식이 전에 경험해 보지 못했던 중독성 있는 음식이고 매운 맛이 가장 주목받는 이미지이기에 많은 기업들이 ‘한국 음식의 중독적인 매운맛’에 많은 포커스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트렌드는 유럽에서도 보이고 있다. 최근 유럽이나 미국 시장에서 ‘스위시(Swicy=Sweet+Spicy)’ 트렌드가 떠오르며 한국의 매운맛이 다시금 주목받게 된 것을 문 총괄은 일례로 들었다.

 

한국의 매운 맛이 주목받으면서 글로벌 라면 시장에서 한국 라면의 성장세도 두드러졌다. 미국을 비롯해 빠르게 성장 중인 글로벌 인스턴트 누들(Instant noodle) 시장은 올해 기준 약 67조원 규모로 대만, 중국, 일본 등 다양한 아시안 라면기업들이 선점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도 상위 5위권에 입성했다.

 

문 총괄은 미국 라면 시장의 성장세가 한국 라면 업계에 큰 기회라고 봤다. 그에 따르면 미국은 1인당 연간 라면 소비 금액이 10달러가 채 되지 않지만 지난 2년동안 연평균 17%의 성장률을 보이며 덩치를 키워가고 있다. 작년에는 미국 전체 라면 시장이 한국의 라면 시장 규모를 넘어서기도. 다만 현지인들의 아시안 라면에 대한 브랜드 관여도와 충성도가 약하다는 점을 들어 현지 메인 채널에 유통돼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매출 및 시장 확대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문 총괄은 제언했다.

아울러 해외 현지 소비자들은 ‘매운맛’ 자체에 두려움을 느끼는 이도 있어 ‘한국 라면은 맵다’라는 이미지가 현재 매출에 고마운 점도 있지만 향후 다양한 K-식품 브랜드가 진출함에 있어서 매운 맛에 대한 선입견은 진입장벽이 될 수 있음도 문 총괄은 언급했다.

 

반면 탐구, 몰입 단계, 즉 한류의 영향력이 매우 높은 동아시아 소비자들에게 ‘한류 마케팅’은 이미 이미 익숙한 소재이기 때문에 차별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문 총괄의 주장이다. 동남아 시장에서 한류는 한국 기업만을 위한 특징이 아닌 현지 브랜드도 자주 사용하는 전략으로, 더 소비자의 이목을 끌 수 있는 K-콘텐츠를 위해 소비자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 실제로 동남아 현지 업체들은 소비자 선호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류 트렌드가 실제 구매와 연결될 수 있도록 한 맞춤화 전략을 통해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문 총괄은 지속가능한 K-푸드 수출을 위해 K-콘텐츠의 소비를 통해 한국문화를 경험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에게 ‘경험의 본질’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예로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서 한국 식품을 공급하는 ‘K3MART’가 있다. K-콘텐츠 팬들이 가장 사랑하는 장소인 한국의 편의점을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공간으로, 한국 제품을 공급하는 것에 넘어서 한국에서 실제 소비되는 모습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공간경험의 ‘본질’을 창출한 곳이라는 것이 문 총괄의 설명.

문 총촬은 “해외 소비자들 중에는 K-푸드에 대해 낯선 사람이 훨씬 많다. 진출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선 진입장벽이 높지 않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다소 K-푸드의 정체성을 잃을지라도 진정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단계까지 도달할 수 있도록 충분히 허들을 낮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그는 “글로벌 또는 현지 브랜드와의 믹솔로지(Mixology) 진열을 통해 제대로 된 경쟁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지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브랜드 사이에서 틈을 차지하는 것도 신규 브랜드에겐 쉽지 않다. 현지 시장 상황에 맞게 어떤 카테고리에 접근 가능할지 분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