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현 기자
- 승인 2024.11.04 07:56
소비자들은 식음료를 섭취하더라도 영양성분을 꼼꼼히 따지고, 정형화된 틀을 깬 맛, 질감, 향 등을 갈구하고 있다. 또 기후 변화로 인한 식품 원료 공급 부족 상태가 빈번한 만큼 안정적이면서도 신뢰할 수 있는 원료에 대한 니즈가 높고,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기업들의 제품을 더욱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소비 트렌드는 전 세계에서 공통적인 성향을 보이는데, 유럽의 신제품 동향은 베이커리, 육가공, 소스, 편의식, 알코올, 음료, 초콜릿 등이 주를 이뤘으며, 단순 건강을 고려하던 것에서 더 나아가 지속가능성을 탑재한 패러다임의 변화가 주목을 끌고 있다. 또 소비자들은 식음료 구입 시 맛과 가격을 중시하고 편의성, 건강, 천연, 환경 등을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역시 건강과 웰빙 소비자들이 더 건강한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면서 유기농, 비건, 무첨가, 저당, 고단백 식품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고 피트니스 및 정신 건강을 위한 제품도 주목받고 있다. 소비자들은 웰빙, 지속가능성, 간편성, 경험 중시 등을 선호하고 식물성 기반, 면역력 강화, 지속가능성, 배달식, 노웨이스트, 퓨전요리 등의 식음료 니즈가 크다.
아세안 전역에는 건강식품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며 저칼로리, 무첨가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안정적 성장품목은 곡물, 육류, 생선과 해산물 등이며, 고성장 품목으로 펫푸드, 웰빙, 편의식품 등이 주목할 만하다. 특히 도시 소비자층에서 편리함을 추구하는 경향이 짙어 프리미엄 및 편의식품 등의 지속적인 성장세가 예상된다.
민텔의 글로벌 식음료 트렌드 팀은 향후 식음료 트렌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이러한 소비자들의 니즈를 분석해 ‘2025년 식음료 트렌드’로 △가장 중요한 것은 영양(Fundamentally Nutritious) △통념에의 반항(Rule Rebellion) △공급망 혁신(Chain Reaction, Hybrid Harvests) 3가지 키워드를 꼽았다.
지난달 30일 본지 주최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2025 K-푸드 해외시장 진출 전략’ 세미나에서 황태영 민텔 한국지사 데이터 연구팀장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글로벌 신제품 출시는 베이커리, 소스, 스낵, 가공육, 유제품 카테고리에서 가장 활발하게 나타났으며 특히 유럽, 아시아 및 라틴 및 북아메리카에서 강세를 보였다. 단 기업들은 새로운 유형의 신제품보다는 라인 확장, 포장 변화, 협업 등 불황 속 신제품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또 최근 5년간 글로벌 식음료에서 중요한 연구 개발 방향은 ‘식물성’ ‘윤리·친환경’ ‘천연’ ‘편의’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특별함’ ‘포지셔닝’ ‘편의’ ‘기능성’ 등의 클레임이 증가하고 있으며, ‘뷰티개선’ 클레임은 아직까지 규모는 크지 않지만 연평균 성장률 기준 11.4%의 눈에 띄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황 팀장은 “글로벌 메가 소비 트렌드는 여전히 건강이다. 갈수록 소비자들은 식품을 약처럼 즐기길 원하고 있다. 실제 최근 혈당과 호르몬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또 소비자들은 식음료 소비에 관해 보이지 않는 규칙과 통념을 깨는 도전을 즐기고, 식품 공급망의 불안을 해결할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강조하며 내년 글로벌 식품트렌드를 조망했다.
먼저 주목해야 할 키워드는 ‘풍부한 영양’이다. 영양은 기본이고, 여기에 기능성을 더해야 한다는 것이다.
식욕을 감소시키는 당뇨약·체중감량 약물인 ‘GLP-1(glucagon-like peptide-1)’의 출현은 비만 위기의 악화와 식품에서의 체중 감량 기능성을 함유한 제품의 생산 확대를 예고했다. 이는 소비자들이 제품과 식단에서 영양소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꿨는데, ‘식품=약’에 대한 소비자 니즈가 두드러지고 있다.
즉 건강을 개선할 수 있는 영양소 밀도 높은 식품에 관심이 높아진 것인데, 특히 체중 감량을 위해 약물을 복용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고, 이들은 포만감 유지를 위해 단백질, 섬유질, 비타민, 미네랄 함량 등 영양소 충족을 요구하고 있다. 이중에서도 약물이 신체에서 작용하는 방식의 핵심적인 두가지 지표인 혈당과 호르몬 건강에 관심을 기울이는 소비자들이 증가했다.
황 팀장은 “영양 표시를 확인하는 소비자들은 더욱 늘어날 것이며, 이는 단·장기적으로 건강 개선을 원하는 대다수 소비자들에게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단 너무 많은 정보는 소비자에게 외면을 받을 수 있어 필수 영양소 위주로 강조하는 영양 소구로 차별화하는 전략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주목해야 할 키워드는 ‘규칙 파괴’다. 소비자들은 건강한 제품을 통해 스스로를 통제하지만 때로는 원하는 음식을 자유롭게 탐닉하는 등 수시로 변하는 모습을 보인다. 사회가 점점 더 불완전함을 일상적으로 받아들이며, 더 심화되는 현상이다.
민텔 조사에 따르면 식음료의 기존 룰을 깨는 것을 즐기는 소비자들은 글로벌 36개국 평균 28%로 나타났다. 이들을 겨냥하고 있는 글로벌 식품기업은 고무줄 젤리, 기장 스낵 등 규칙과 통념을 깨는 혁신을 제공하고 있다.
황 팀장은 “전 세계적 혁신의 둔화와 새로운 음식과 맛에 대한 소비자의 지속적인 수요가 맞물리며 앞으로도 식음료업계는 맛, 질감, 향을 통해 더 새로운 것을 선보이기 위해 다양한 이종업계와 협업이 활발해 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음으로는 ‘공급망의 혁신’이다. 이슬람 국가의 서구 식품 기업 불매 운동, 인도의 쌀 수출 금지, 노르웨이 자국민을 위한 곡물 비축 시작 등 기후와 관련된 생산 문제, 분쟁의 시대, 지정학적 사건으로 인한 식품 공급망의 불안정이 지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업계는 소비자가 지역적, 세계적으로 등장할 새로운 원산지, 재료 및 맛을 받아들이고 신뢰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기업은 기술과 농업이 어떠한 방식으로 협력해 소비자, 농가 및 환경에 도움이 되는 이유와 그 방법을 명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과제다.
황 박사는 “SNS, 여행 등으로 인해 많은 소비자의 지역 중심적 정체성이 변화하고 있다. 원산지보다는 가용성을 더 중시하는 것이다. 기업은 미묘한 풍미 변화와 같은 다양한 소싱의 이점을 강조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면서도 “단 기술을 좀 더 소비자 친화적으로 만들기 위해 향후 몇 년 동안 식음료 브랜드는 환경을 고려하기 이전에 이러한 기술 발전이 더 나은 맛, 더 나은 영양 또는 일관된 공급을 통해 소비자에게 어떤 혜택을 주는지 명확하게 제공하는 것을 우선순위로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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