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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배양육 생산·판매 전면 금지에 시끌

곡산 2023. 12. 4. 07:50
이탈리아 배양육 생산·판매 전면 금지에 시끌
  •  배경호 기자
  •  승인 2023.12.01 11:20

식물성 단백질 함유 식품 ‘생선·고기’ 명칭도 불허…위반 땐 벌금 등 제재
여당·농축산조합 “산업·소비자 건강 보호 조치”
야당 “식품 혁신 푸드테크에 역행하는 반과학”
농림부-보건부 발의 7개 항 의회 통과
 

대체육 시장이 세계적인 관심 속에 미래 식량으로 각광받으며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이탈리아 정부는 세계적인 흐름과는 달리 배양육의 생산 및 판매를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최종 통과시켜 주목받고 있다. 또한 이 법안에서는 식물성 단백질을 함유한 식품에 생선과 고기 명칭을 사용하는 것도 금지해 향후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코트라 밀라노무역관에 따르면, 대체육 분야에서 최근 가장 떠오르는 분야인 배양육의 제조와 유통, 판매 모두를 금지하고 이를 어길 시 최대 6만 유로(한화 약 8500만 원)의 벌금에 처한다는 이탈리아 정부의 지난 4월 법안이 11월 16일 하원에서 최종 통과돼 곧 시행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이 법안에는 배양육 금지 외에도 식물성 단백질이 함유된 대체육 제품에 육류를 연상하는 제품명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국가의 축산업을 보호하고 문화적, 사회경제적, 환경적 가치를 인정하는 동시에 높은 수준의 시민 건강 보호와 소비자의 이익을 보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이번 배양육 금지 법안은 총 7개의 조항으로 구성돼 있다. 척추동물에서 추출한 세포 또는 조직 배양액으로 구성되거나 배양액으로 생산된 식품, 음료, 사료의 생산, 유통, 판매를 모두 금지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탈리아 농림부와 보건복지부 장관이 함께 발의한 이 법안에서는 식물성 단백질 기반의 가공품에 생선, 고기 혹은 육류가 기본이 되는 식품 명칭을 사용하는 것도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예를 들면 식물성 단백질 식품에 콩 햄버거, 야채 피쉬버거 등의 제품명을 사용할 수 없다. 이는 대체육이 소비자에게 육가공품으로 잘못 인식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이탈리아 농식품협회의 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금지 조항을 위반한 식품 및 사료 사업체에는 제품 몰수 외에 최소 1만 유로에서 최대 6만 유로의 벌금이 부과되거나 직전 회계연도 연간 총 매출액의 10%에 해당하는 행정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또한 1년에서 3년까지 생산공장 폐쇄가 가능하며 동 기간 제재를 받은 기업가는 이탈리아 국내 혹은 유럽연합의 보조금이나 기금, 시설 등을 이용할 자격을 상실하게 된다.

 

배양육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이 큰 만큼 이번 법안에 대한 현지 의견도 분분하다.

법안을 발의하고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여당 및 이탈리아 국내 농축산업 조합 측에서는 이탈리아 식품산업과 식문화 보호 그리고 소비자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예방적 조치라고 말한다.

 

이탈리아 농업·식량안보부 장관은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제품으로는 식품의 품질과 웰빙, 그리고 이탈리아의 식문화와 와인 문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라고 밝히며 이 법안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또한, 이탈리아 농식품협회에서는 “정부의 이러한 정책은 배양육을 생산하는 다국적 기업으로부터 이탈리아 식품산업을 보호하기 위함”이라고 말하며 정부의 정책을 환영했다.

 

그러나 녹색당과 오성당 등 환경을 중요시 여기는 일부 야당에서는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즉 이 법안은 지속가능성 및 환경을 위한 새로운 솔루션으로 떠오르는 혁신적 식품 기술에 반하는 폐쇄적이고 반과학적 조치라는 것이다. 또한 일부 환경단체들은 정부의 정책 방향이 세계적으로 축산업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감축하려는 흐름에 역행하는 것으로 지속가능한 환경을 위해서는 미래 식품으로서 배양육과 대체식품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이외에도 배양육 산업이 푸드테크 산업의 중요한 분야이고 세계적으로도 새로운 식문화가 자리잡고 있기에, 이번 판매 금지 조치로 인해 이탈리아의 해당 산업이 도태될 수 있으므로 해당 분야의 연구는 지속돼야 한다는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현재 유럽연합에서는 배양육에 대한 규제나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황이다. 유럽식품안전청(EFSA)은 건강하고 친환경적인 식품 생산 시스템 구축에서 혁신적 대안으로 대체육을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으나 아직까지는 해당 분야에 대한 구체적인 규제는 없다.

따라서 싱가포르와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는 배양육 판매가 공식 승인되는 등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차후 유럽연합이 배양육의 생산과 유통을 승인하기 위한 움직임이 보일 경우 이탈리아 정부의 대응과 함께 어떻게 자국의 식품산업을 보호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